[해설]삼성·현대차 이어 SK, '뭉칫돈' 美 투자...'물오른 바이든式 펀딩'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7 13: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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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바이든 면담서 220억달러 추가투자 약속...재계, "양측 이해관계 맞아떨어진 결과" 해석
▲ 26일 오후(미국시각) 최태원회장과 한미양측 관계자들이 바이든과 화상면담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탁월한 펀딩 능력이 제대로 빛을 발휘하고 있다. 바이든이 삼성, 현대차 등 국내 1,2위 재벌그룹에 이어 이번엔 3위 SK그룹의 대규모 대미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 SK 회장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SK그룹으로부터 220억달러에 달한 뭉칫돈을 미국에 추가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냈다. 기존에 계획했던 투자까지 포함하면 약 3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규모다.


윤석열 정부 취임 초기인 지난 5월 방한 첫 일정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하는 등 지극히 실리 위주의 이례적 행보로 주목을 끌어온 바이든 특유의 세일즈 외교가 다시한번 빛을 낸 것이다.

 

바이든 스타일이 만든 성공적 투자유치

바이든의 펀딩 방식은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최고 결정권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과감하고 공격적인 지원 약속 카드를 내밀고,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바이든은 투자가 확정되면 적극적인 '립 서비스'로 상대방을 추켜세운다. 이번 SK그룹 투자 결정에 여러 차례 '땡큐'를 연발하며 "역사적인 투자"라고 찬사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방한 하자마자 열일 제쳐두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만났을때나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장시간 동안 비공개 단독 면담을 통해 막대한 대미 투자를 이끌어 낼 때도 그랬다. 다만 코로나 재확산 탓에 최태원 회장은 화상으로 만났을 뿐이다.


바이든은 이로써 한국 3대 재벌그룹으로부터 천문학적인 투자를 유치하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한 마디로 바이든식 펀딩이 물이올랐다고 평가할만하다. 미국의 입장에선 역대 어떤 미국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바이든이 해낸 모양새다.


바이든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단순히 미국 경제를 위해 '애국 펀딩'에 주력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무엇을 노리는게 있는 걸까. 또 한국을 대상으로 바이든이 대규모 펀딩을 유도하기 위해 만날 다음 재벌총수는 누구일까.


바이든이 한국의 재벌그룹들을 대상으로한 공격적 투자유치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연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이든으로선 막대한 외자유치를 통해 중장기적 대규모 고용 창출을 집중 부각시킬 수 있다.

 

연임을 고려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능력 제고 목적

고용률은 민심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다. 고용률의 등락에 따라 표심이 달라지게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고용만큼은 늘었다고 강조하며 연임을 확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 펜데믹 직후인 2020년4월 14.7%까지 치솟았던 미국 실업률은 지난 3월 이후 넉 달 연속 3.6%를 유지하며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사상 최악의 물가급등을 잡기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 이것이 결국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빈곤의 악순환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실제 한국 재벌그룹의 초대형 투자는 미국내 일자리 창출에 큰 효과를 낼 것이다. 바이든도 "SK그룹이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까지 4000개에서 2만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과 현대차까지 포함하면 미국내 신규 일자리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날게 불보듯 뻔하다.


바이든이 한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계속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 주도의 첨단산업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무너져보린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군사력에 이어 경제력에서 미국의 유일한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을 집중 견제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한국의 주요 그룹과의 밀월 관계 구축이 필요충분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추구하는 공급망의 재편에 한국만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20년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있고, 대만은 경제규모가 작고 협업 분야가 지극히 한정적이다. 반면 국내 재벌그룹은 미국 첨단산업과 매우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다.


바이든 정부가 새 국정목표로 제시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위해서도 한국 재벌그룹의 대규모 투자유치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만하다. 미국의 첨단 기술은 현재 대부분 기획, 설계, 개발에 집중돼있으며 제조는 해외에서 소화한다. 미국이 자랑하는 팹리스업체들이 대부분 대만, 한국, 중국에 생산을 위탁하는게 이를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SK그룹 역시 이번에 결정한 2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그린에너지, 바이오 등 4대 핵심 성장동력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국내기업도 반대급부 많아 투자의지 강해

이처럼 국내 3대 재벌그룹의 공격적인 미국투자는 바이든 정부에게 적지않은 힘을 실어줄 게 분명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그에 못지않은 플러스효과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재벌기업 입장에선 바이든의 속내가 무엇이든, 바이든정부가 내민 조건에 두루 감안하면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즉, 바이든 정부와 국내 재벌그룹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공격적인 미국 투자로 귀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정부가 국내 재벌기업의 천문학적인 투자에 따르는 반대급부로 제시한 지원은 상당히 의미가 깊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공장부지 제공은 기본이다. 국내기업은 바이든 정부로부터 고급 전문 인력 등 각종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특히 바이든은 공급망 재편과 미국 제조업의 부활 차원에서 미국 내에서 제조한 제품에 대한 막대한 특혜를 주기 위한 법 제정까지 추진 중이다. 

 

국내기업들 입장에선 미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동시에 미국시장의 안정적 진입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나아가 유럽시장 공급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보너스까지 받게된다.

 

양질의 전문인력을 확충하기에 유리한 것도 국내기업들이 미국투자로 얻을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바이든의 투자유치 의지 못지않게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투자 의지도 강해 앞으로 미국투자 기업은 계속 늘 것"이라고 진단하며, "다만, 대미 투자 확대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정부와 재계가 깊게 고민해야할 시점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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