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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구 회장은 재벌2세라는 배경에 연연하지 않고 바닥부터 다지며 성장한 실전형 리더다. 김 회장의 강인함과 신중함을 겸비한 경영철학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발휘되면서 한국투자증권을 메가급 증권사로 도약시켰다.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증권사들은 관련 자산의 부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선방하면서 2년여 만에 순이익 기준 1위를 재탈환했다.
특정 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위탁매매부터 해외법인까지 선제적으로 사업을 다각화 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선구안이 위기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59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었다. 영업이익은 6648억 원으로 같은 기간 66.2%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상승에 힘입어 모회사 한국금융지주도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이 7089억 원을 기록하며 10.8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012억 원으로 50.5%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자산 96조 원 가운데 79조 원을 차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자회사다.
◆부동산 금융에 휘청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업 다각화 효과 ‘톡톡’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은 ‘보릿고개’를 넘겼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에 충당금을 쌓고 부동산 호황기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 가치도 일제히 하락하면서 10대 증권사 가운데 5곳은 순익 하락의 고배를 마셨다.
자기자본 기준 1위 미래에셋증권 마저 순이익이 반토막 났고 하나증권은 순손실 267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하는 등 쉽지 않은 한 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져가 47%에 달했고, 기간 3103억 원 규모의 대손충당금도 쌓았다. 하지만 지난해 위탁매매 거래 대금이 늘고 자산운용 부문, 해외법인 등 여러 부문에서 고르게 수익이 늘면서 위기에서 약진했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부문은 채권과 발행어음이 인기를 끌었다. 개인 고객 자산은 2022년 41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53조4000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운용 손익의 경우 배당금과 분배금 수익이 전 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고, 자기자본 투자(PI)와 채권 운용, 파생 운용 부문 수익이 크게 반등했다 해외법인도 효자 역할을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해외법인 9곳에서 지난해 거둬들인 순이익은 744억 원이다.
홍콩법인의 순이익은 3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92% 폭증했고 베트남법인의 순익은 261억 원으로 같은 기간 292% 올랐다. 미국법인은 뉴욕과 뉴욕 IB 법인이 각각 17억 원, 93억 원을 벌어 들이며 흑자 전환했다. 선제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위기를 타파했다. 해외법인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주도했다.
◆도전 의지 충분한 강한 사람, '헝그리 정신' 경영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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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9월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투자금융지주 채용설명회에서 김남구 회장이 인재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자혜 기자> |
“꿈에 도전하고자 하는 ‘헝그리 정신’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회사는 친목이나 취미 단체가 아닌 목적이 있는 단체다”
지난해 9월 김남구 회장은 서울대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서 도전할 의지가 충분한 강한 인재를 찾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인재 등용 철학은 그가 걸어온 길과 궤를 같이한다.
김남구 회장은 동원그룹의 2세면서도 원양어선을 6개월여 탔다. 동원증권에서 대리로 시작해 채권부, 종합기획실, 뉴욕사무소, IT본부, 자산 운용본부, 전략기획실 등 실무 부서에서 13년간 주요 실무직을 두루 거치며 성장했다.
김남구 회장은 2004년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 취임 후 4개월 만에 한국투자신탁증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실력을 드러냈다. 이어 같은 해 동원그룹에서 독립했고 동원금융지주를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바꿨다. 이후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중심에 두고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벤처캐피탈, PEF 전문 운용사 등 계열사를 구축하며 한국금융지주를 증권가를 선도하는 그룹으로 만들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확대를 거듭하며 2015년 3조 원에서 2020년 5조 원까지 늘렸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지분 인수와 관련 배당 등을 통해 8개여 월만에 자기자본을 6조
원대에서 8조 원대로 늘리면서 메가 증권사로 도약했다. 선제적으로 투자한 카카오뱅크 지분이 추후 증권사의 자본 확대 효과로 돌아오면서 다시 한번 김 회장의 선구안을 확인시켰다.
◆3세 경영승계, 주주환원은 과제
거침없이 달려온 김남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장남 김동윤 한국투자증권 대리의 지분 취득을 통해 경영승계 시그널을 보였다. 1993년생인 김동윤 대리는 김남구 회장이 현장 경험으로 성장한 것처럼 동원F&B 참치통조림 공장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9년 공개 채용으로 입사한 장남 김동윤 대리는 지난해 7월 11일부터 3일간 지분 5만2739주(지분율 0.09%)를 취득했다. 그는 이어 올해 1월에도 주식을 취득해 보유지분율을 0.28%까지 늘렸다. 김남구 회장과 특수관계인 김동윤 대리가 보유한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율은 20.98%다.
반년 새 지분율을 늘리면서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김 회장 역시 대리로 시작해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나서기까지 십수 년이 걸린 만큼 김동윤 대리의 승계 작업도 충분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기자본 규모와 실적 면에서도 월등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업계 평균 대비 주주 환원이 다소 낮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 지난달 열린 한국투자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일부 소액주주 사이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주주환원율이 50%에 달하고 은행금융지주 역시 30%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금융지주는 배당 성향이 20%에 그치면서 대형 증권사들보다 10~15% 낮은 수준이다.
김남구 회장은 주주환원 면에서도 신중히 지켜보고 명확히 판단하는 경영 철학을 투영하고 있다.
주총에서 김남구 회장은 “조그마한 증권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로 성장하는 동안 임직원의 노력과 주주의 성원이 있었다”며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단기간 주가를 올리지만 우리 주주는 더 오래 장을 보고 참아 달라. 정부의 지침이 결정되면 새로운 주주환원책에 대해 고민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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