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물가 2.3%↑, 1년새 4%p 하락....정부목표치에 0.3%p差 접근

장연정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2 13:16:28
  • -
  • +
  • 인쇄
7월 소비자물가 2.3%, 두달 연속 2%대...25개월만의 최저 수준
석유류 가격 급락이 주요인...생활물가·근원물가도 둔화 흐름
농식품 등 체감물가 여전히 높아...한은, "연말까지 물가 강세"
▲물가상승률이 2%초반까지 내려왔으나 집중호우와 폭염에 채소류값은 크게 올라 물가에 대한 소비자체감 온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마트의 채소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까지 둔화됐다. 지난 6월 물가상승률 2.7%를 찍으며 20개월간 지속된 고물가의 꼬리를 잡더니, 7월엔 2%대 초반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제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까지 0.3%포인트(p) 차이로 접근했다. 올들어 1월(5.2%) 이후 물가상승률 그래프의 우하향 기울기가 가파른 것을 감안하면, 8월엔 2%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물가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현재의 대한민국 물가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2% 초중반을 유지되면서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물가와의 전쟁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왔던 추경호 경제팀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사실 글로벌 복합위기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2%대로 주저앉힌 국가는 드믈다. 미국과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강도 긴축에도 불구, 고물가랠리가 현재진행형이다.

◇ 석유류 가격 급락 물가상승률 1.5%p 끌어 내려

통계청이 2일 내놓은 '2023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100)으로 1년 전보다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한 이후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이다. 전월대비로는 0.4%p 낮아진 것이다. 2021년 6월 2.3%를 기록한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던 물가가 정점을 찍은 작년 7월(6.3%)과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4%p가 빠진 셈이다.


물가상승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2021년 하반기부터 3%대에 진입하며 고물가 시대를 예고한 이후 작년 5월에 5%대에 진입하며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급기야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작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줄곧 5%대를 유지하다가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7월 2.3% 등으로 6개월 연속 상승률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월 이후 물가상승률 둔화폭은 평균 0.48%p에 달한다.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을 주도한 것은 석유류이다.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위축으로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9% 하락한 것이 물가를 2%대 초반까지 끌어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전년 동기 대비 경유 가격이 33.4% 급락한 것을 필두로 휘발유 22.8%, 자동차용 LPG 17.9% 등 석유류 가격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히 화물차와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경유의 경우 작년 7월 국제 수급불안으로 휘발유가격을 추월하며 '경유대란'을 빚은 바 있다.


경유, 휘발유, LPG 등 소위 기름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는 물가기여도를 보면 더욱 실감난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무려 -1.49&p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가량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역설적으로 석유류 가격변동이 없었다면, 7월 물가상승률은 2.3%가 아니라 3.8%에 달했을 것이란 얘기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3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통계청제공>

 

◇ 폭우에 채소물가 급등...근원물가는 3%대로 둔화

석유류 가격의 급락은 이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있는 공업제품과 전기·가스·수도 가격의 둔화 흐름으로 귀결됐다. 지난달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률은 0%로 작년과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전기 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기 대비 21.1% 오르며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세부적으로는 전기료가 25.0%, 도시가스는 21.3% 올랐다. 다만 작년 9월(14.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서비스가격도 3.1% 상승했다. 특히 보험 서비스료가 13.0%, 공동주택 관리비가 5.5%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가격은 4.7% 올라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상승 폭은 2022년 4월(4.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2%대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며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도 점차 둔화하는 흐름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역대급 폭우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 물가가 7.1% 오르면서 전월 대비 1.7% 상승했다. 채소류 물가가 전월보다 오른 것은 지난 3월(1.0%) 이후 4개월 만이다. 상추(83.3%), 시금치(66.9%) 등이 전월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0.5% 내렸다. 작년 7월 폭염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올랐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사과(22.4%), 고등어(9.2%), 닭고기(10.1%), 고춧가루(8.3%) 등이 높았고 국산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물가는 1년 전보다 4.1% 내렸다. 오징어 등 수산물 물가는 5.9%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만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오르며 안정세를 보였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도 작년보다 1.8% 상승, 2021년 2월(1.7%) 이후 29개월 만에 1%로 내려앉았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즉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9% 상승하며 둔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근원물가는 지난 1년간 4~5%대에서 고공비행하다가 지난달 3%대에 처음 진입했다.

 

▲7월 물가 상승률이 2.3%로 2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대형마트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한은, "불확실성 높아...8월 부터 물가 다시 오를 것"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두달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정부의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으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아 보인다. 잠재적인 위협요인이 많아 물가상승률이 2%초반 유지가 불투명하다 의미다.


무엇보다 최근의 물가상승률 둔화를 견인하고 있는 석유류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산유국들의 잇따른 감산 효과로 국제유가는 언제든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석유류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은 물가관리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전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인해 최근 농식품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는 것도 물가엔 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7월 집중 호우의 파급이 일정 시차를 두고 나타나 8~9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장마, 8월 폭염, 9월 태풍 등으로 이어지는 올여름 최악의 기상 악재로 인한 농축수산물물가는 향후 물가관리의 최대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가까스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물가의 최대 리스크요인이란 지적이다.


김보경 심의관은 "채소류는 폭우 영향으로 7월 하순경에 많이 올랐다"며 "물가를 세 차례 나눠 조사하는데 세 번째 조사 때 (그 영향이) 많이 나타나 등락률이 낮게 나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폭우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는 다음 조사에서는 채소류 물가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향후 물가에 대해선 긍정적이지 않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 흐름을 이어갔지만, 이달부터 연말까지 다시 3%대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은은 2일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와 기상 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현재의 물가동향과 향후 추이에 대한 이같은 기조는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개월간 이어져온 상승률 둔화의 지속되며 2%벽을 뚫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반등을 시작할까. 7월물가가 정부의 목표치에 근접한 가운데 통계청이 다음달 초 발표할 8월 소비자물가에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