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업계가 수주량 증가로 콧노래를 부르고있다. 사진은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사진=연합뉴스제공> |
중국의 저가공세로 한때 위기에 빠졌던 조선업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 속에서도 'K-조선'은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은 올 들어서도 광폭 질주를 거듭하며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반도체 못지않은 수출 효자업종이자 국가 핵심기반산업으로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국내 조선업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 많은 기회를 가져다 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적인 에너지시장에서 LNG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LNG운반선 수요가 급증, LNG선에 강점을 보이는 국내 조선3사가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코라나19 팬데믹과 공급망 재편이 맞물려 발생한 물류 대란 역시 국내 조선업계에는 수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LNG선과 함께 조선3사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컨테이너선의 발주량이 세계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초긴축재정 정책에 따른 대대적인 금리인상에서 촉발된 고환율도 미리 선주문을 하고 달러로 결제를 하는 조선업 수주 특성을 감안하면,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조선업계는 유로 영향권 내 지역의 수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목표 수주량의 70% 안팎 달성 호조세
현재 관련 업계 및 기관에 따르면 K-조선을 견인하는 조선3사의 확정 수주량은 올 목표치의 70% 가량을 채운 상황이다. 올해가 절반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연간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달성한 호조세다.
업체별로는 한국조선해양이 대형 LNG선 수주에 강세를 나타내며 올 목표치(174억4000만달러)의 77.6%를 달성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국조선은 총 111척, 135억4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고부가 LNG운반선 위주의 수주에 선전, 총 26척 59억3000만달러를 수주하며 목표(89억 달러) 대비 약 67%를 이미 돌파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23일 한꺼번에 3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선박 건조 계약을 맺어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삼성은 버뮤다 지역 선주로부터 17만4000㎥급 LNG운반선 12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만 3조3310억여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이로써 올 목표치(88억달러)의 72%를 단숨에 돌파했다. 작년 3월 컨테이너선 20척, 2조8000억원어치 계약을 따내며 기록을 달성한 삼성으로선 1년여만에 또 다시 해당 기록을 갈아 치운 셈이다.
조선3사의 이같은 수주 호조는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글로벌 조선시장의 LNG운반선 바람 덕택으로 풀이된다. 시장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에 세계적으로 총78척이 발주됐는데, 이중 87%를 한국업체가 가져왔다. 작년 발주량은 사상 최대 규모인데, 한국 조선3사가 거의 독식한 셈이다.
고부가 컨테이너선, 특히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K-조선의 강세는 당분간 그 기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LNG선 발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LNG선은 극저온 초압축 기술 등 최첨단 선박제조기술을 요구하는데,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엔 한국 조선3사와 경쟁할만한 이렇다 할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수요는 급증하는 데 공급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보니, 주문이 밀려 국내 조선3사의 수주가 호조를 띨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당분간 글로벌시장 독주 가능성
업계에선 미국, 유럽, 호주, 카타르 등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LNG수송량을 크게 늘리고 있어 내년까지 대형LNG선 발주량이 100척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국내 조선3사의 제조능력은 연간 65척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최소 2024년까지는 수주량을 꽉 채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친환경 에너지 시장이 더욱 팽창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세계 LNG선 발주량은 업계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K-조선'의 최대 라이벌인 중국 조선업체들이 아직 LNG선과 같은 고부가 특수선박 제조기술에 크게 뒤쳐져 있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한-중간의 글로벌 조선시장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고부가 선박시장에선 국내 조선3사가 소위 '초격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당분간 LNG선을 중심으로 국내 조선3사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근본 이유다.
조선3사는 특히 이 기세를 이어감으로써 후발국의 추격을 원천 봉쇄한다는 전략 아래 첨단 공법개발과 적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 기술로 중무장, 압도적인 기술 차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물량공세에 조그만 틈마저 내주지 않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크게 주목 받고 있는 기술이 대우조선해양의 LNG 재액화시스템인 ‘NRS(Nitrogen Refrigerant System)'이다. NRS로 불리는 이 기술은 LNG선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핵심 장비로 질소를 냉매로 활용, 운항 중에 자연 증발하는 천연가스를 모아 다시 액체로 바꿔 저장하는 첨단 재활용기술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친환경 기술이 실제 해양 플랜트에 적용된 첫 사례이다. 대우는 또 압축기, 팽창기 등 주요 기자재 국산화율을 90% 이상 끌어올려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대우는 현재 건조 중인 2척의 초대형 LNG-FSU(Floating Storage Unit)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앞으로 다양한 첨단제조공법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규제 더 풀고, 지원 대폭 늘려야
'K-조선'이 이처럼 고부가 특수선을 중심으로 수주량이 급증, 해외 업체들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채산성 문제다.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반도체와 비교할 때 조선은 세계적인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수익률은 기대 이하이다.
조선업계는 현재 수주량이 급증하고, 사업구조 자체를 고부가 선박 위주로 완전히 재편했음에도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분명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저가공세에 치중하는 중국과의 수주경쟁 탓이라고만 보기엔 어려운 형국이다. 내부 개선점이 그만큼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인력난이 큰 문제다. 조선3사의 1차벤더 등 하청업체로 내려갈수록 인력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아무리 수주가 호조를 보여도 생산 인력을 구할 수 없으며 치솟은 인건비로 업계는 채산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전남조선해양전문인력양성센터 주관으로 열린 '서남권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인력 수급 대책 및 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은 인력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력이 없어 오더를 반납하는 사태까지 빈발하고 있다며 외국인력 수혈 등 정부차원의 국가적인 인력확충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52시간제도 업계의 인력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약속한 납품시기를 맞추기 위해선 야근에 특근까지 필요한 경우가 허다한데, 52시간근무제에 발목이 잡히고 치솟은 인건비 등 다양한 문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한 토론회 참석자는 "국내 생산인력의 감소로 이미 60% 이상 외국인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외국인 고용을 내국인의 20%로 제한하는 기존 비자 제도는 더는 실효도 없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낡은 규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K-조선이 반도체 못지않은 기간산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다만 조선업종을 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격차' 상태로 진일보시키기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를 대거 혁신하고, 전문인력확충 등 정책적 지원를 대폭 늘리는 등 범 정부차원의 종합지원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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