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근원물가지수 고공비행은 변수
환율 하락 등 호재 많아 이달에 눈에 띄는 물가상승률 둔화 예고
| ▲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달에 비해 0.7%포인트 낮아지면서 최근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 28일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토요경제> |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고물가 시대가 이제 정점을 찍고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다소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년=1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올랐다.
전달(5.7%)에 비해 0.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는 지난 5월(5.4%↑) 이후 물가상승률이 5%대로 올라서며 고물가 시대가 열린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것은 지난 4월(0.7%p 상승) 이후 변동 폭이 가장 큰 것이다. 여전히 5%대의 고물가 행진은 이어갔지만, 상승률의 둔화폭이 올들어 가장 컸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않다.
현재로선 여러 정황을 감안할때 고물가시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5~6%대의 고물가 쇼크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대 이상의 '초고물가시대' 저물고 있다는 징조?
전년 동기에 비교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5% 올랐다는 것은 여전히 고물가시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하지만,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은 초고물가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좋은 징조임에는 틀림없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에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까지 치솟은 뒤 8월 5.7%, 9월 5.6%로 떨어지는 추세였다. 그러다가 10월에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파로 5.7%로 상승 반전했는데, 11월에 5.0%로 다시 크게 주춤해진 것이다.
11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상당폭 내린 데에는 정부가 물가 안정의 핵심과제로 추진해 온 농축수산물 가격 영향이 컸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대거 풀면서 전체적인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유도한게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농축수산물은 11월에 0.3% 올라 전월(5.2%)보다 상승 폭이 크게 둔화했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전월 0.46%포인트에서 11월 0.03%포인트로 줄었다.
특히 서민들의 어깨를 짓눌러왔던 채소류(-2.7%)를 포함해 농산물이 2.0% 하락한게 농축수산물가격은 물론 전체소비자물가 상승률에까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농산물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건 지난 5월(-0.6%) 이후 처음이다.
기획재정부 김희재 물가정책과장은 "배추·무 등 채소류 중심의 농산물 수급 여건 개선으로 물가 상승 폭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서민 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지수의 가격 오름세가 큰 폭 둔화한 것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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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달 농산물가격이 1년 전보다 하락한건 지난 5월(-0.6%)이후 처음이다. 시민들이 대형마트에서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사진=토요경제> |
외식물가 소비자체감 물가는 10월과 비슷해
공업제품은 5.9%로 평균치를 웃돌았으나 전월(6.3%)에 비해선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다만 공업제품 중에서 가공식품은 9.4% 상승해 전월(9.5%)과 비슷하게 상승률을 나타냈다. 빵(15.8%), 스낵과자(14.5%) 등이 오른 영향으로 보인다.
석유류 역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석유류는 5.6% 올라 전월(10.7%)보다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 석유류는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경유(19.6%), 등유(48.9%) 오름폭이 컸으나 휘발유(-6.8%), 자동차용 LPG(-3.2%)가 크게 내려 석유류 전체의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전체적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확실히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지수가 여전히 고공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물가지수란 일시적인 경제상황 보다 기초 경제여건에 의해서 결정되는 물가로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상품과 서비스가격만으로 산정한 인플레이션 지표이다.
즉, 외식물가를 필두로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물가지수가 근원물가지수인데, 11월 근원물가지수는 10월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4.8%로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3% 올라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안정 등 물가상승률 둔화시킬 호재 많아
우선 개인서비스 상승률이 6.2%로 전월(6.4%)보다 0.2%포인트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외식이 8.6% 올라 전월(8.9%)보다는 상승률이 내렸지만 생선회(9.0%) 등 가파르게 상승한 여파로 읽힌다.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4.5% 상승했는데, 보험서비스료(14.9%), 공동주택관리비(5.3%)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부동산경기 침체로 집세는 전세가 2.2%, 월세가 0.8% 오르는데 그쳤으나 전기·가스·수도가 무려 23.1% 상승,전월(23.1%)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물가상승률이 데이터 상으로는 눈에띄게 주춤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근원물가지수의 하락을 동반하지 않아 아직은 불안요인이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도 일각의 본격적인 물가 하향안정세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상하방 요인이 모두 존재하고 있어 물가 상승률이 지금 수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 초까지는 소비자물가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농축수산물가격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 점, 1400원대를 지속하던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앉은데 이어 2일 오전현재 1200원대까지 떨어진 점, 국제 에너지가격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 국내외 금리상승폭이 눈에띄게 둔화되고 있는 점 등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호재들이 많아 당장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중반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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