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조선 포함 기계장비업종만 호조 전망...긴축속도 조절 등 반전 가능성 남아
| ▲기업 체감경기 약 2년만에 최악의 상황까지 떨어졌다. 사진은 수출입 컨테이너들로 가득한 항만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즉 BSI가 Business Survey Index·BSI)가 매달 최저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지고, 물가 오름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음에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BSI는 지난 4월 이후 12월까지 9개월째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BSI란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기업 체감경기전망지수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100을 밑도는데, 4월에 100벽이 무너진 이후 계속 하락, 어느새 70 중반까지 주저앉았다.
단순 수치만 보면 2020년 12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최악의 경기 상황이었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신 3고 현상이 사상 초유의 팬데믹에 버금갈 정도로 체감경기를 떨어트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1월 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75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8∼15일 총 2782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업태별로는 제조업이 1628개, 비제조업이 1154개다.
비제조업 중심 체감경기 2년 만의 최악
11월 BSI 75는 지난달(76)보다 1포인트 내린 것이다. 내수 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특히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체감 경기가 2년만에 최악 수준으로 나빠진 게 영향을 끼쳤다는게 한은측의 분석이다.
전체 산업 BSI는 지난 7월 80에서 8월 81로 잠시 반등했다가 9월(78)과 10월(76), 11월(75)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체감 경기는 다소 호전됐지만 비제조업이 악화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실제 제조업 업황 BSI는 74로, 전월(72)보다 2p 상승했다.
사실상의 엔데믹 영향으로 글로벌 여행 수요가 회복, 항공유 수요 증가로 석유정제·코크스 업종이 12포인트 급등(85)했다. 화학물질·제품과 전기장비는 각각 업황 개선과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의 이유로 11포인트씩 오른 65와 90을 각각 기록하며, 그나마 BSI 하락폭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제조업이 체감경기가 다소 호전 기미를 보였지만, 비제조업의 체감 경기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한 76이다. 지난해 2월(72)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도소매업(75)이 물가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월 대비 5포인트 급락했다. 특히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장비임대 수요 감소로 사업지원·임대서비스(77)는 7포인트 폭락했다.
건설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택경기 둔화에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급랭이 유동성 악화로 인한 사업성 감소로 이어지며 건설업 BSI를 64까지 주저 앉혔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9월 기록(60선)마저 깨질 것으로 우려된다.
분기별 경기전망 지수는 금융위기 수준
기업들은 다음달 체감 경기도 매우 부정적이다. 12월 BSI 전망치가 26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전망치가 85.4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10월(84.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 4월(99.1)부터 100선 아래로 내려온 이후 9개월 연속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분기별 BSI 전망치는 2008년 금융위기를 연상케 할 정도까지 떨어졌다. 10∼12월(4분기) BSI 전망치는 87.2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67.9) 이후 최저치다. 기업들이 현재의 상황을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금융위기이자 경제위기 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83.8)과 비제조업(87.3) 모두 올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제조업은 원자력과 조선기자재가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7.6)만 유일하게 100을 훌쩍 넘기며 낙관적으로 봤을 뿐이다. 비금속(73.3), 석유·화학(71.0)이 각각 전월 대비 14.9포인트, 11.8포인트 급락하며 먹구름이 짙게 깔린 것으로 분석됐다.
비제조업의 12월 BSI전망치는 더 어둡다. 이중 주택 매수 심리 위축 영향으로 건설이 가장 부진했다. 12월 건설 BSI 전망치는 74.4로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5월(66.7) 이후 최저치다. 조사 부문별로 보면 자금 사정 86.8, 채산성 88.5, 투자 89.6, 내수 91.8, 수출 92.6, 고용 97.3 등 재고(103.6)부문을 제외하고 전 부문이 부진했다. 그러나 재고 역시 기준선인 100을 상회할 경우 재고 과잉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은 부정적인 전망이란 점에서 다른 부분과 궤를 같이한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전망은 언제쯤 바닥을 찍고 회복될 수 있을까.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BSI의 반등시점은 언제일까. 전문가별로 이견은 있으나 내년 1월이나 2월 경부터 체감경기가 다소 풀리며 BSI 지수가 반등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등에 BSI 반등 예고
이같은 다소 낙관적 전망의 근거는 환율과 금리상승세가 다소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물가와 금리 수준은 여전히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상황임에 틀림없지만, 그 상승세가 꺾인다는 것은 기업들의 BSI를 반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고공비행을 계속해온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월 미국 물가가 예상치를 밑돌며 상승폭이 둔화된데 따라 다음달 FOMC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인상)의 광폭 행보를 멈추고 빅스텝(0.5%인상)으로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폭 조절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결정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 빅스텝에서 베이비스텝(0.05%인상)으로 한 발 물러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려있다.
한-미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속도조절 가능성은 이미 제조업체들의 BSI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도 적어도 내년초엔 전 산업 BSI가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이번 11월 제조업 BSI조사에서 대기업(79)과 중소기업이 각각 4포인트와 1포인트나 상승 반전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기업 형태별로는 수출기업(75)이 4포인트나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BSI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환율과 물가에 이어 금리마저 광폭행진을 멈추고 인상 속도가 늦춰진다면 BSI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빠르면 한국은행이 다음달에 발표한 12월 업황 BSI부터 바닥을 찍고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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