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파이 키운 원조 '국민게임'..숱한 화제 남긴 채 역사속으로
| ▲'원조 국민게임' 카트라이더가 18년7개월만에 서비스를 중단한다. <사진=넥슨제공> |
대한민국 게임시장의 역사적인 변곡점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2004년 6월1일 '카트라이더'(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 이하 카트) 등장이다. 넥슨 로드마니스튜디오가 개발한 '카트'는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카트'는 출발부터 파격적이었다. 거의 실사에 가까운 고퀄리티 그래픽을 자랑하는 기존 정통 레이싱 게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넥슨측은 '카트'를 기존 레이싱게임과 구분하기 위해 '캐주얼 레이싱'이라 지칭했다.
'카트'는 실제 차량, 맵,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정통 레이싱 게임들과 달리 귀여운 캐릭터(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아기자기한 맵, 여기에 톡톡튀는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짧은 레이스 한번으로 승부를 결정하고 이것이 쌓여 등급을 나누는 특유의 래더 및 승급시스템이 뒤를 받쳤다.
전문가 예상 뒤엎고 오픈 후 파죽지세 인기몰이
당시 전문가들은 "레이싱게임은 전문가 영역이다. 결코 가벼운 레이싱게임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이 잘못됐음이 입증되기까지는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카트'는 서비스 오픈 이후 특유의 아기자기한 잔 재미에 낮은 진입장벽이 큰 위력을 발휘하며 파죽지세의 인기몰이를 계속했다. 순식간에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돌파했다. 그야말로 '카트신드룸'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 게임들이 20대 전후의 젊은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간주돼왔던 것과 달리, '카트'는 남녀노소 가릴 것없이 전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국민게임'이란 타이틀을 얻은 최초의 게임이 된 이유다. '카트'가 승승장구하며 대박을 터트린데 힘입어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더블어 국내 게임계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했다.
'카트'가 마침내 오픈 18년7개월만에 레이스를 멈춘다. 현재 '카트' 지식재산(IP) 개발사이자 '카트' 후속작을 개발중인 니트로스튜디오측이 11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카트'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재 '카트' 서비스 종료의 주된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넥슨측이 '카트' 후속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부득불 '카트'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트: 드리프트'는 내년 1월12일 프리오픈을 앞둔 넥슨의 2023년 최고 기대작중 하나다. 지난달 부산국제게임쇼 '지스타2022'에서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넥슨 측은 '드리프트'가 '카트'와 뿌리가 같은 '카트2'가 아니라, 전혀 별개의 게임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카트' 서비스를 접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 십년째 '카트'를 즐기고 있는 적지않은 유저들에겐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결코 영원한 것은 없다. '카트'는 이제 장장 18년여의 장기 레이스를 마감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다. 비록 '카트'의 경쾌한 리듬의 로고송을 더 이상 들을 수는 없게 됐지만, '카트'는 대한민국 게임사에 잊을 수 없는 몇가지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남녀노소 즐기는 캐주얼 장르 정착에 큰 공헌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것은 '카트'의 성공이 게임시장의 저변확대의 일등공신이란 사실이다. '카트'가 인기를 끌기 전까지 국내 게임시장은 다중접속롤플레잉(MMORPG), 전략시물레이션(RTS), 1인칭슈팅(FPS)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게임들이 주류를 이뤘다.
'카트'의 등장과 폭발적인 인기는 이같은 게임시장의 고착된 트렌드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고도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하드코어 계통의 게임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가벼운 캐주얼풍의 온라인게임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데, '카트'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얘기다.
그간 게임을 그저 '애들 장난' 정도로 치부하던 3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이 '카트' 바람에 편승, PC 앞으로 몰려든 것이다. 지금은 보통명사가 됐지만, '국민게임'의 효시는 누가 뭐라 해도 '카트'이다.
'카트'의 빅히트가 결국 키보드나 컨트롤러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까지 게임판에 끌어들임으로써 게임시장의 절대 파이를 크게 키웠다. '카트'의 성공은 이후 캐주얼 열풍을 일으키며, 수 많은 캐주얼 히트작의 출현을 불렀다.
'카트' 성공에 자극받은 후발 게임업체들이 우후죽순 캐주얼게임을 내놓으며,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간 것이다. 대표적인 게임이 팡야(골프), 프리스타일(농구), 마구마구(야구) 등이다.
캐주얼 장르가 돌풍을 넘어 태풍처럼 게임 시장을 휘몰아치면서 국내 게임산업은 2000년 중반 이후 연평균 10%를 크게 웃도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카트'로 인해 게임에 입문한 유저들이 다른 장르의 게임까지 진출, 국내 게임시장이 확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다.
부분유료 방식의 새로운 수익모델 확산에 기여
'카트'의 등장과 빅히트는 게임업계의 수익모델에도 매우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카트'의 기본적인 수익모델은 누구나 무료로 게임을 즐기되, 필요하면 비용을 지불하는 이른바 '부분 유료화'이다. 보통 월 정액제로 요금을 지불하거나 패키지를 구매하는 기존 게임과는 사뭇 다른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비용 부담이 없다보니, 많은 유저들을 끌어모으는데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를 통해 방대한 유저풀을 확보 한 후 아이템 판매 등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게 부분유료 모델의 핵심구조다.
지금은 거의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의 대부분이 이같은 부분유료화 방식의 수익모델을 채택하고 있지만, 당시엔 꽤나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처럼 '카트'가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 채 서비스를 중단함에 따라 게이머들과 게임업계의 관심은 넥슨측이 내년초 서비스를 시작하는 '카트: 드리프트'의 흥행 여부에 쏠리고 있다.
과연 '카트' 신화를 창조하며, 게임역사를 다시 쓴 넥슨이 '카트'의 후속작인 '카트: 드리프트'로 다시한번 의미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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