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KT, 대표후보에 박윤영...주총 벽 넘어도 '가시밭길'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8 12: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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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이사회, 최종 대표이사에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낙점
정부여당과 최대주주 국민연금 불신임에 이달 주총통과 '미지수'
업종특성상 정부갈등 해소없인 주총벽 넘어도 향후 험로 불가피
▲KT이사회가 7일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를 확정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 <사진=연합뉴스제공>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이사의 바통을 이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윤경림(60)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낙점했다.


대표이사 선임과정의 불공정성을 문제삼은 정부와 여당의 노골적인 불만 표시에도 불구, KT 이사회는 7일 오후 결선에 오른 후보 4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거쳐 윤 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치권의 압박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까지 나서 새 대표이사 선정 과정을 문제삼아 반대의사를 내비쳤음에도 KT 이사회는 예정대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강행했다.


이제 남은 관문은 주주총회 뿐이다. 이달 29일로 잠정 결정된 주총만 별탈없이 통과한다면, KT는 구현모체제에서 윤경림 신임 대표이사 체제로 공식 출범한다.

▶우여곡절 끝 KT이사회의 선택은 윤경림 사장

윤 KT 대표이사 후보는 데이콤(LG유플러스의 전신)과 하나로통신 거쳐 지난 2006년 KT에 신사업추진실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국내 굴지의 통신사를 두루 거친 '통신맨'이지만,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카이스트에서 경영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문무를 겸비한 '전략통'이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윤 후보는 KT 입사 2년만인 2008년 IPTV 서비스 출시를 주도하며 현재 KT가 미디어 시장의 압도적 사업자로 도약하는 데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덕분에 현재 KT의 IPTV사업은 연 매출 2조원을 내는 주력사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윤 후보는 특히 KT그룹의 미래융합추진실장을 맡아 구현모 체제 아래서 블록체인, 커넥티드카, AI(인공지능) 등 떠오르는 미래 먹거리 사업를 발굴하는 중책을 맡아왔다. 이와함께 로벌부문장까지 겸직, KT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통신 외에 다양한 업종을 경험한 특이한 경력을 소유자다. KT를 떠나 CJ그룹 미디어사업 담당 부사장, 현대자동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을 거쳤다.


구현모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 2021년 9월 현대차를 마지막으로 '외유'를 청산하고 KT로 컴백한 윤 후보는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아 통신과 타(他) 산업 간 융합과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업무를 맡았다. KT그룹의 주요 신사업 기획과 M&A도 그의 몫이었다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진=KT제공>

이처럼 KT의 요직을 두루 거친데다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경험을 쌓은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윤 후보는 차기대표 선임 과정 초기부터 유력한 후보 중 한명으로 분류돼왔고, KT이사회를 그를 선택했다. 윤 후보로선 1차 탈락자들을 포함 33 대 1의 경쟁을 뚫은 셈이다.


KT이사회 강충구 의장은 "윤 후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면서 "KT그룹의 DX(디지털 전환) 사업 가속화와 AI 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단독후보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연임 의지를 꺾지 않던 구현모 대표가 외풍에 밀려 결국 연임을 포기하며 시작된 KT의 차기 대표 선임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윤경림 사장을 차기대표 후보로 선임했지만, 갈길은 가시밭길이다.

"사장 돌려막기" 반발 기류...주총통과 불투명

KT 이사회가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 윤경림 단독후보 선임을 강행처리했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주총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주총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논란의 쟁점은 윤 대표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최종 후보 4인의 철저히 KT출신들로 채우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점에 대해 정부여당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 탓이다.


KT는 앞서 4배수로 차기대표 후보군을 선정했는데,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필두로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매스총괄(사장) 등 모두 전현직 KT출신들로 채웠다.


이처럼 차기 CEO 선정을 위해 구성된 KT의 지배구조위원회가 전·현직 KT 임원 출신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하자마자 대통령실과 여당 의원들이 "사장 돌려막기", "내부 이익카르텔"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과 압박을 가했고, 그 여진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대통령실측은 “공정·투명한 거버넌스가 안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급기야 여당 의원 5명은 “윤경림 사장은 이사회 현직 멤버인 만큼 마치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자격이 없다. 회사경영을 독점하려 하는 차기 대표 인선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까지 발표, KT이사회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낸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반대 기조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대주주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윤 대표후보 선임건이 주총을 통과하는 것이 불투명하다는 얘기와 진배없다. 실제 업계와 정치권에선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윤 대표후보 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윤 대표후보 선임건은 이달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결판나게 됐다. 현재 KT는 국민연금이 작년말 의결권 기준 10.3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이어 신한은행(5.58%), 현대차(4.69%), 현대모비스(3.1%) 등이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고 가정할 때 변수는 신한금융과 현대차그룹인데, 이들 기업과 KT가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어 섣불리 주총 표대결에서 유불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과 KT는 물리, 화학적으로 연결돼 있는 각별한 관계다. 미래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주총 통과해도 험로 불가피...딜레마에 빠진 KT

문제는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이자 현대차 2대주주란 사실이다. 국민연금의 의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않은 이유다. 설상가상 대통령실까지 나서 KT이사회의 차기대표 선임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 소신 투표를 던지기 쉽지않은 난감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의 뜻에 보조를 맞춰 반대표를 던지기도 곤란한 입장이다. 결과에 따라서 그간의 KT경영진과의 신뢰와 협력관계에 금이갈 수도 있기 떄문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제외하곤 나머지 주요주주 기업들이 어느쪽 손도 들어주지 않는 사실상의 기권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설령 주총의 관문을 통과한다 해서 다 해결되는게 아니라는게 더 큰 문제다. KT가 비록 민영화된 민간기업이라고는 하나, 소위 공공성 과점사업을 영위하는 통신기업으로서 대통령실과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식대표로 확정할 경우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KT 내부와 업계에서 윤 후보가 주총에서 최종 대표로 확정돼도 외풍을 이겨낼만한 맷집이 있을 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여당의 민영화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개입에 따른 비판여론을 일고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KT가 중요한 사안마다 벽에 부딪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과 통신은 대표적인 정부 인허가 업종이어서 자칫 'CEO리스크'로 비춰질 수 있다.


차기 대표 선임건이 마지막 주총의 벽을 넘지 못해도 걱정이다. 처음부터 다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상당 기간 CEO 공백 사태를 면키도 어렵다. 급변하는 통신시장 환경에서 KT의 중장기 비젼을 수립하게 전개하는 소중한 시간이 지연될 서 있다는 의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KT의 새 대표이사 선임과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 윤 후보가 주총이란 최종관문을 돌파해도 난관이 이어질 것"이라며 "KT가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딜레마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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