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속 인상에 기준금리 3.50%대 치솟아...한-미간 금리격차 다시 1.0%대로 좁혀
경기침체와 서민경제에 부정적 영향 불가피...2월 금통위서 '금리동결' 가능서 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원달러 환율이 복합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제 유가가 70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눈에띄게 하락하며 수입물가지수가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고물가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던 수입물가지수의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중반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인플레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 금리인상의 가장 큰 명분이 없어진다. 그간 천정부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는 수입물가의 하락은 고금리 행진을 멈춰세울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또 다시 0.25%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선택했다. 13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연 3.25%인 현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올린 것이다.
한-미 금리격차 부담이 '베이비스텝' 결정에 한몫
작년 12월부터 인플레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각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금통위의 선택은 베이비스텝이었다.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선택한 결정적 배경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안팎으로 여전히 높은데다가 작년말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벌어진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를 줄여야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0%인상)을 밟으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22년여 만에 가장 큰 1.25%포인트(p)까지 벌어졌는데, 이번 조정으로 다시 1.0%포인트로 좁혀졌다.
만약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3.25%로 동결하고, 다음달 Fed가 빅스텝을 단행한다고 가정하면 미국 금리가 5.0%까지 올라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까지 벌어질 수 있다. Fed가 베이비스텝만 밟아도 양국의 금리차이는 1.50%에 이르게된다.
기준금리 격차로 인한 외국 자본의 이탈, 즉 '탈코리아'로 인해 국내 자본시장의 기반이 흔들릴 것을 몹시 경계하고 있는 통화당국으로선 이같은 불편한 시나리오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은의 새해 첫 기준금리 선택이 베이비스텝으로 결론났고, 이로써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 7차례 연속 인상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기준금리는 2022년 4월을 시작으로 5·7·8·10·11월에 이어 이달까지 단한번도 쉬지않고 인상하며, 기울기가 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계와 기업 이자부담 60조 이상 늘어날 듯
한은은 코로나19 펜데믹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대폭 하향조정한 이후 2021년 8월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그 뒤로 2021년 11월, 작년 1·4·5·7·8·10·11월과 올 1월까지 약 1년 5개월 사이에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등 무려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올리는 초단기 초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더 오름에 따라 기업과 가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와 기업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64조원(가계 40조원+기업 24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과 최근 2년여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 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어려워졌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 위축도 불가피하다. 실제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포인트 오르면 가계소비는 평균 0.37% 감소한다. 한은의 이번 베이비스텝이 물가를 잡는데는 어느정도 기여할지는 몰라도 경기회복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뜻이다.
이제 관심은 다음번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결정이 어떻게 결론 날 것이냐는 부분에 쏠리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다음회의는 2월23일로 예정돼 있다. 미국 FOMC정례회의는 다음달 1일에 열린다. 일정상 미국의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이 한은의 금리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가오름세 둔화, 한-미 금리 동반 하향조정 가능성
현재까지의 분위기로는 한-미 양국 모두 긴축속도를 조절할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은 베이비스텝, 한국은 금리동결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달부터 양국의 물가오름세 둔화 조짐을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12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5% 오르며, 전달(7.1%) 보다 상승 폭을 크게 줄였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했다. CPI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7% 올라 전달(6.0%)보다 둔화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CPI 둔화에 대한 기대감에 미국 증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Fed 인사들은 2월 FOMC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이 적절하다는 발언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향후 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가 적절할 것이라 주장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76.7%에서 이날 96.2%까지 껑충 뛰었다. 고용 시장은 견조한 것도 미국내 긴축 완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 11월부터 물가오름세가 둔화조짐이 뚜렷하다. 12월 CPI가 5%에 턱걸이(5.0%)했으며, 이달엔 4%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여전히 높은 물가인것만은 분명하지만, 물가상승률이 확연히 우하향곡선을 그리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그간 CPI상승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수입물가지수가 눈에띄게 하락하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무려 6% 이상 하락했다.
하락폭 커진 수입물가, 긴축 속도 조절에 긍정적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2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8.63으로 전월 대비 6.2% 내렸다. 2개월 연속 하락세다. 무엇보다 12월 수입물가는 2009년 4월(-6.1%) 이후 약 13년 8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진 가운데 환율도 1200원대 초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있는게 영향이 컸다눈 분석이다. 실제로 수입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77.22달러로, 11월의 배럴당 86.26달러와 비교해 10.5% 내렸다. 환율도 지난해 11월 평균 1364.1원에서 지난달 평균 1296.22원으로 5% 가량 하락했다. 최근엔 1200원대 초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수입물가는 대체로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12월 수입물가가 급락했다고 해서 당장 올 1월부터 물가하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신년사에서 "물가가 올초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다.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 통화정책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의 줄인상 등 올해도 물가상승 요인이 많지만, 전체 물가에 미치는 비중이 큰 3대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 물가상승률을 떨어트리는데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제하며 "금통위도 결국 다음번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커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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