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액주주의 권리는 어디에

이강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2-20 15: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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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범죄로 상장 폐지된 이화그룹 계열사
5일 사이 입장 바꾼 티웨이항공
소액주주를 위한 실질적 구제책 없는 현실
▲ 경제부 이강민 기자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지난 14일 한국거래소는 이화그룹 계열사 이아이디, 이화전기, 이트론을 상장 폐지했다. 경영진의 700억원대 횡령과 배임,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고자 했던 허위 공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소액주주의 주식은 가치를 잃었다. 이들 종목에 투자한 소액주주는 20만명이 넘는다.

소액주주들은 이같은 거래소 결정을 우려해 앞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에서 주주들은 거래정지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기업 경영진의 비리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떠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액주주의 바람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같은달 12일 티웨이항공은 소액주주들에게 답변서를 보냈다. 앞서 7일 티웨이항공 소액주주연합이 보낸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서다. 티웨이항공은 답변서를 통해 주주가치 보호를 최우선으로 대명소노그룹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또한 항공업에 전문성이 없는 대명소노그룹이 회사를 인수한다면, 항공기 정비와 안전성 문제가 더욱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최대주주인 예림당과 대명소노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예림당 측의 지분은 약 30%, 대명소노그룹 측의 지분은 약 27%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율이 3%p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티웨이항공의 소액주주들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답했던 티웨이항공은 답변서를 보낸 날로부터 5일 뒤 공시를 통해 당사의 최대주주인 예림당과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경영권 매각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티웨이항공은 대명소노그룹 소노인터내셔널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는 소식도 공시했다.

취재 중 기자와 만난 티웨이항공의 한 주주는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이야기만 안 했더라도 주식을 팔았을 것”이라며 “티웨이항공이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뒷통수를 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만약 대명소노그룹이 예림당 측의 티웨이항공 지분 전부를 넘겨받는다면 악 5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과반이 확보되는 만큼 협상에 따라 경영권 매각이 진행된다면 향후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더욱 중요도가 낮아질 전망이다.

이화그룹의 경우 경영진의 범죄행위로 종목이 상장폐지 됐다. 경영권을 보호하겠다던 티웨이항공의 답변은 5일 뒤 매각 협상 소식으로 돌아왔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는 애시당초 없었다. 그들에겐 손실만 남았다.

소액주주들은 늘 기업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되지만, 정작 보호받을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경영진이 비리를 저지르든, 전략적 판단을 번복하든 그 피해는 결국 소액주주들의 몫이 된다. 대기업이나 기관 투자자들과 달리 소액주주들은 정보 접근성이 낮고,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화그룹 계열사들의 상장폐지 과정에서도, 티웨이항공의 경영권 매각 논란에서도 소액주주들은 반복해서 배제됐다. 거래소의 결정, 경영진의 공시, 대주주의 협상은 모두 그들만의 영역이었다. 소액주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벌이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주식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운명과 관련한 결정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구조적 문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증시에서 소액주주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집단으로 취급된다. 기업은 필요할 때 주주친화 정책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중요한 순간이 되면 그들의 이해관계는 무시되기 일쑤다. 상장폐지로 인해 모든 투자금을 날리는 경우에도, 경영권 변동으로 인해 지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소액주주들에게 실질적인 구제책은 없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기업의 횡령·배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칠 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은 부족하다. 또한, 대주주와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했을 때 이를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아직 미비한 상태다.

이화그룹 사건과 티웨이항공 사태는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라, 한국 증시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문제의 축소판이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건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주식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한 투자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증시는 여전히 ‘개미만 손해 보는’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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