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1300원대 환율' 현실화...위기의 韓경제, '엎친데 덮친격'

장학진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3 12: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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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장중 13년만에 1300원 돌파하며 위기감 증폭...정부 환율 안정 위해 시장개입 사실상 선언
▲ 추경호 부총리가 23일 서울청사에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원달러 환율 1300원대가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23일 외환시장에선 장중 한때 환율이 지지선이라던 1300원대 벽이 뚫렸다. 전일 대비 3.1원 오른 1300.4원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12년 11개월여만의 일이다. 2009년 7월14일 금융위기 여파로 마지막 1300원대를 찍은 뒤 13년 가까이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아래에서 움직여왔다.


미국이 사상 초유의 초긴축 정책을 펼치자 기축통화인 달러의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탓이다. 달러의 몸값이 높아지자 원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통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미 연준(FED)은 앞으로 더 통화량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 아래 그 대안으로 긴축을 선택했다. 한번에 기준금리를 0.5% 올리는 '빅스텝'을 넘어 기준금리를 단숨에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미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어느 선까지 얼마나 빨리 올릴 지 현재로선 정확한 예측조차 어렵다. 그만큼 미국은 파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와의 역전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진입은 이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증시 등 금융시장 침체에 직격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3일(현지시각) 미 상원 청문회에 나와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며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는 강력한 증거를 찾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환율 시대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1300원대 진입은 랠리의 시작일 뿐, 최근 분위기라면 1400원대 벽을 지켜낼 지 걱정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 경제다. 물가 급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세계적인 경기침체, 성장률 둔화 등 복합 위기의 늪 속으로 빠지고 있는 상황에 고환율 시대 진입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환율 급등은 금융시장에 직간접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증시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이 불가피하다. 환차손을 우려, 보유 주식을 팔아치우게 마련이다.


한국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무려 30%에 달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외국인들은 이미 주요 선도주들을 대거 순매도하며 '탈코리아' 조짐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연일 전고점을 경신하며 내리막세를 보이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외국인들은 주로 대형주를 보유하고 있어 순매도에 따르는 지수 하락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인 의존도가 큰 국내 증시 등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천정부지 고물가에 기름 붓는격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것도 걱정거리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가가 높아져 각종 생필품 가격이 오르는 게 경제 이치이다. 

 

올들어 물가 상승률이 5%까지 치솟은 상황에 환율마저 1300원대가 현실화되면 추가 물가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환율 상승은 또 소비침체와 경기침체로 귀결될 수도 있다. 물가 상승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확산돼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이로인해 투자가 줄어들어 결국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부르는 빈곤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고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잘 알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안정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환율 급등이 지속할 경우 경제안정을 위해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한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정부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긴축 가속화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추이를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도 거들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23일 금융비전포럼 주최 조찬세미나에서 "앞으로의 물가 흐름에 상방리스크가 우세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 5월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가 강조하며 "물가 불안 심리를 조기에 억제해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치밀한 전략·전술 요구돼

정부의 이같은 적극적인 대응 방침에도 불구, 고삐 풀린 환율을 진정시키는 일이 제대로 먹혀들 지는 의문이다. 본격적인 1300원대 진입을 앞둔 최근 환율 상승세의 둘러싸고 있는 배경이 그리 간단히 해소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각국의 환율 급등은 미국의 초긴축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즉,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은 불가피하며, 이를 공격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대대적인 금리인상과 초 긴축이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돼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의 공급망 재편 의지가 워낙 강한 반면, 러시아와 중국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대립이 미국 뜻대로 쉽게 정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초긴축-금리인상-물가상승-경기침체의 사이클이 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사실상 선언한 만큼, 보다 치밀한 전략과 다양한 전술책이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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