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고 220만배럴 축소 소식에 13개월만에 최고치 기록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루만에 4% 가까이 급등하며 보폭을 다시 넓히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재고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자 글로벌 원유 수급 우려를 가중시키며 국제유가를 크게 밀어올린 것이다.
지난 20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이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20달러까지 껑충 뛸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미국의 재고 감소 소식이 더해지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한 결과로 읽힌다.
여기에 서방 에너지 기업의 소극적인 시설투자로 인해 단기에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국제유가의 100달러 돌파가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로 27일(현지시간) 국제유가 3% 급등했다. 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원유 시추 시설. <사진=연합뉴스제공> |
◇ 美재고 감소폭 시장전망치의 7배...시장의 공급 우려 키워
막대한 양의 원유룰 비축하며 국제유가 급등이 완충제 역활을 해온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급감했다는 소식에 27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1년여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3.68달러로 마감했다. 하루만에 3.65%(3.29달러) 껑충 뛴 것이다.
WTI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94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브렌트유에 비해 가격이 다소 낮은 WTI가격이 94달러를 넘은 것은 작년 8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최저치다.
브렌트도 상대적으로 상승폭은 적었지만, WTI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09%(1.93달러) 오른 94.3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이날 크게 오른 것은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소식이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 불안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글로벌 원유수급 상황을 진단하는 바로미터인 미국의 재고량 감소폭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자 향후 공급우려를 예상,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량은 지난주 대비 220만 배럴 줄어든 4억163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재고감소 예상치 32만배럴을 7배 가량 웃도는 것이다.
특히 미국 원유 저장 허브인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가 한 주 전보다 무려 94만3천만배럴 감소한 2200만 배럴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아진 것으로 드러나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 ▲미 오클라호마 쿠싱의 비축유가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며 국제유가가 1년여만에 최고치를 돌파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WSJ, "에너지기업들 소극적 시설 투자로 공급불안 부채질"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는 "원유 트레이더들에게 가장 큰 뉴스는 쿠싱의 재고량이었다"라며 쿠싱 재고가 급감한 것이 원유 가격 강세를 부채질 했다고 관측했다.
세계 1, 2위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와 추가 감산으로 불붙은 국제유가의 오름세에 미국의 재고감소가 기름을 부으면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 수요 증가를 야기할만한 특별한 변수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공급 차질로 인한 수급불안감이 커지며 국제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삭소 뱅크의 올 한센 원자재전략 책임자는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공급이 빡빡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멈추기 전까지는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미와 유럽의 에너지기업들을 증산을 위한 시설투자를 게을리하며 원유 수급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음에도 서방 에너지 기업의 소극적인 시설투자가 고유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달 22일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석유 시추장비는 1주 전보다 11개 감소했다. 1년 전에 비해 134개 줄어든 것이다. 공급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히 치닫고 있지만, 메이저 에너지기업들의 생산량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의미다.
WSJ는 에너지기업들이 고유가에도 생산 확대에 소극적인 이유는 증산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 주주환원 정책을 최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가격판에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19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국내 휘발유값 12주 연속 상승...평균 리터당 1800원 훌쩍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글로벌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 투자전략가들은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최근 원유 감산이 끝이 아니고 유가가 최고 배럴당 12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유가가 60%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이로인해 세계 인플레이션을 잠재적으로 연말까지 약 6% 끌어올리고 향후 2분기 동안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 1.3%의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인해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도 1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오일플레이션이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국내 전국 휘발유 가격은 평균 리터(ℓ) 당 1791원으로 전주 대비 0.61% 올랐다. 12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은 1857.6원으로 1800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유가는 국제 유가와 약 2주의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국제유가가 1년여만에 최고치를 경신한만큼, 연속 상승 기록은 상당기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름값 안정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전국 50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하는 등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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