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비 이자부담 역대 최대...가계, 실질소득 감소 '이중고'
집값상승 기대감에 가계대출 증가세...정부 경제운용에 부담
| ▲가계대출이 급증하며 GDP대비 가계의 대출 비율이 주요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중은행의 금리현황판. <사진=연합뉴스제공> |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급증한 가운데,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현상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가계의 이자 지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다 고물가로 인해 실질 소득마저 감소,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 당분간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어서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축소와 관리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냥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나랏빛은 눈에띄게 상승하고 있는데, 가계부채가 점차 위험수위를 넘어서며 우리 경제의 가장 골치아픈 뇌관이 됐다.
◇ GDP 대비 가계부채, 주요 26개국 중 가장 큰폭 증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업데이트한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1%로 나타났다. 5년전인 2017년(92.0%) 16.1%포인트 급증, 가계부채가 GDP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간 부채(가계·기업) 데이터를 집계하는 주요 26개국 중 가장 큰 증가폭이자 유일한 두 자릿수대 증가세다. 3위인 일본(7.7%p)의 두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79.5→77.0%)을 비롯해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폴란드 등 뷱미와 유럽 주요 국가들은 가계부채 비중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는데,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가계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 2분기 소득대비 가계의 이자지출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가계부채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절대 수준도 스위스(130.6%)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2017년에는 26개국 중 7위였다. 이는 장기간 저금리가 유지되고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며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계 부채의 급증과 2021년 4분기부터 시작된 고금리 시대가 맞물리면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지출이 점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의 이자 지출이 월 평균 13만1천원으로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청의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전 분기 통털어 가장 많은 금액이다. 월평균 소득(479만3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2.7%)도 역대 최대 규모다.
가계의 소득은 작년 2분기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 회복, 소상공인 손실 보전금 지급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역대 최대 폭인 12.7% 증가했다가 지난 2분기엔 기저효과 등으로 0.8% 감소했다.
◇ 2분기 이자지출 증가율 42.4...가계, 이자 부담 눈덩이
반면 이자 지출은 작년 2분기 7.1%에서 지난 2분기에는 42.4% 치솟았다. 지난 2분기의 이자 지출 증가율은 1분기 42.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 현상이 2년 가까이 지속된 결과다.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0.5%에서 0.75%로 0.25%p 인상을 시작으로 가파르게 상승, 현재 3.5%까지 올랐다. 기준금리가 3%포인트 오른 지난 2년간 가계의 이자 지출은 2021년 2분기 월 평균 8만6천원에서 13만1천원으로 무려 52% 급증했다.
| ▲가계대출이 급증하며 GDP대비 가계의 대출 비율이 주요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중은행의 금리현황판. <사진=연합뉴스제공> |
소득이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며 횡보하는 동안 이자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소득 대비 이자 부담도 크게 커진 것이다.
전체 가구 중 이자를 지출하는 가구 비율은 지난 2분기 기준 39.9%다. 10가구 중 4가구가 실질 소득 감소와 이자 부담 가중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세 가구의 이자 지출이 2년간 가장 크게 늘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가구의 이자 비용은 월 평균 21만4319원으로 2021년 2분기(10만2천원)보다 두배 이상(110.0%) 증가했다.
자가 가구는 38.1%(3만9천원) 늘어난 14만3천원, 월세 가구는 48.9%(2만3천원) 증가한 7만원이었다. 전세 가구는 소득 대비 이자 비중도 4.6%로 자가(2.7%)나 월세(1.9%) 가구보다 훨씬 컸다.
이눈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젊은 층이 전세 가구에 많이 포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 가구 중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가 45.0%, 40대가 20.2%를 차지했다.
◇ 고금리 기조 장기화 속 주담대 등 가계대출 증가세 지속
앞으로도 상당기간 가계의 이자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고 밝힌 이후 국고채 금리 등 국내 시장금리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둔화세를 보이던 물가상승률도 또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과 환율상승으로 사그러들던 인플레이션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계부채 위기 대응을 위한 개인 채무조정 제도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 <사진=연합뉴스제공> |
이자 부담에 물가의 재상승은 실질 소득의 감소로 이어져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실제 지난 2분기 가계의 소비 지출은 2.7% 늘어나는 데 그쳐 2021년 1분기(1.6%)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그런데도 부동산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3일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7월 중 주택담보대출은 월 평균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정화영 자본연 연구위원은 "올들어 주택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가 크게 완화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둔화가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의 증가는 가계 자체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은 물론 결국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인한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보다 실효성 높은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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