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LG생건, '납품 갈등' 공방 4년 9개월만에 마침표

이슬기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2 12: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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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쿠팡>

 

쿠팡과 LG생활건강이 지난 2019년 공급가 갈등을 빚으며 거래를 중단 후 4년 9개월 만에 다시 거래를 재개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LG생활건강은 직거래 재개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지난 2019년 4월 말 쿠팡의 로켓배송에 납품이 중단된 지 약 4년 9개월 만으로, 오는 1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입점할 예정이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페리오, 테크 등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등 음료 제품은 로켓배송에 입점한다. 또한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는 뷰티 브랜드 전용관인 ‘로켓럭셔리’에 입점할 예정이다. CNP 등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는 로켓배송에 입점한다.

◆납품 단가 마찰로 촉발된 양사 갈등

지난 2019년 LG생건은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며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당시 LG생건은 쿠팡이 판매단가 인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거래 관계를 종료했다.

2021년 공정위는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한 점을 인정해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이 입점제품의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 온라인몰에서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쿠팡의 광고 제품 구매를 강요했다는 점과 할인 행사 등에 참여한 업체들에 판매촉진비 100%를 요구한 행위를 법 위반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쿠팡은 2022년 2월 이를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기업의 위치에 있는 LG생건이 온라인 유통업체인 쿠팡 길들이기를 한 것이라 주장했다. 쿠팡은 "이번 사건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 주장했다.

국내 1위 생활용품 기업이자 대기업인 LG생건이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타 유통 판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쿠팡에 오랜 기간 공급해 왔고, 이에 공급가 인하를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2017~2018년 쿠팡의 이커머스 3위 사업자로,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해 대기업에 반하는 우월적 지위를 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시장 환경… 경쟁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지난해부터 LG생건과 쿠팡의 거래재개설이 꾸준히 언급됐다. 공급가 갈등이 합의점을 맺기까지 4년여의 세월이 흐른 만큼 시장 상황의 흐름도 많이 변화했다. 

 

중국 시장 위축과 면세점 소비 둔화로 LG생건의 매출은 지속해서 악화했고, 쿠팡은 지난해 3분기 8조원이 넘는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알리 익스프레스, 태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공급가 갈등을 빚었던 2019년 당시 LG생건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2022년 LG생건은 경기침체, 원부자재 상승, 중국 봉쇄 여파 등으로 18년 만에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9% 줄어든 711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 나갔다. 중국 시장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올해 실적 또한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4분기 역시 중국 시장 부진으로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KB증권은 LG생활건강의 2023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6547억원, 영업이익 4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6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4분기 시장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한다"며 "중국법인과 면세채널 매출의 2024년 회복 여부, 브랜드 재단장 성과 등이 확인될 때까지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역상장을 기록한 LG생건과 달리 쿠팡은 급격하게 성장세를 이뤘다. 쿠팡의 매출 성장률은 2017년 40.12%에서 2018년 64.74%, 2019년 64.27%, 2020년 94.65%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8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5개 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세우며 2023년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생건이 실적 회복이 시급한 만큼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을 배제하기 어려웠을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알리 익스프레스, 태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세를 꼽는다. 최근 알리 익스프레스는 LG생건의 코카콜라를 비롯해 국내 브랜드 13개가 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쿠팡이 먼저 LG생건에 거래 재개의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현시점으로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한 시정명령 등 행정소송 판결선고일이 이달 18일 예정으로 일주일을 남겨둔 상태이다.

쿠팡 관계자는 "파트너사와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며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뷰티·생황용품·음료 분야에서 방대한 LG생활건강의 상품 셀렉션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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