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형'은 중국, '전고체'는 대만이 선점...'K배터리' 사면초가 위기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5 11: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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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프롤로지움 佛덩케르크에 초대형 전고체배터리 공장 신축
52억 유로 투자, 60GWh시설 구축 목표...세계시장 선점 본격화
K배터리, 원통형 장악한 中 이어 전고체 마저 대만에 밀릴 위기
▲프롤로지움이 프랑스에 초대형 전고체 배터리 공장 설립에 착수한 가운데, K배터리 3사가 전기차용 배터리의 차세대 제품으로 알려진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최강자로 떠오른 대만의 프롤로지움테크놀로지가 프랑스에 세계 최초이자 초대형 전고체 배터리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이 아닌 대규모 생산 공장 설립에 들어간 것이다. 프롤로지움은 이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을 본격화할 태세다.


중국이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원통형 시장을 거의 장악한 가운데 향후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선 대만이 선수를 친 셈이다.


국내 K배터리 3사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대세로 부상한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선 중국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 미래 배터리인 전고체 시장 마저 대만에 고스란히 내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물론, 전고체 배터리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 정부가 지난달 2030년까지 20조원이 투입되는 고효율 전고체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를 띄우고, 배터리업체들이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고체 부문에서 가장 앞서있는 삼성SDI는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선두 프롤로지움의 구체적이면서도 발빠른 선제 투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배터리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이 최근 몸값이 급부상한 원통형에선 중국에, 전고체 배터리에선 대만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사면초가와 같은 K배터리의 불안한 미래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현 상황이 몹시 걱정스럽다.

■ 전고체 배터리 관련 수직계열화 완성한 프롤리지움

대만은 원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부품산업 전반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탁월한 국가였다. 지금도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선 절대강자다. 오랜기간 대한민국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정도로 작지만 강한 나라가 대만이다.


하지만 각종 이동형 및 모바일 기기의 '심장'에 비유되는 배터리 분야만큼은 대만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글로벌 배터리 '톱10'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완전 장악하고 있다. 대만은 동북아 3국간의 불꽃튀는 배터리 전쟁을 그저 관망할 뿐이었다.

 

프롤로지움은 이같은 취약한 대만 배터리산업의 자존심이자, 미래의 상징같은 존재다. 대만 정부와 배터리업계의 온갖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첨단 배터리기술기업이다. 2006년에 설립된 프롤로지움은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한 최고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20년 가까이 전도체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한 탓에 이젠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업체로 각인돼있다. 전고체배터리는 기술난이도가 워낙 높아 프롤로지움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마침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롤로지움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풍부하게 쌓여있어 향후 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포스코홀딩스, EV첨단소재 등 국내 몇몇 소재기업들이 프롤로지움에 지분을 투자한 이유다.


프롤로지움은 현재 원천 기술은 물론 상용화 기술면에서 K배터리 3사는 물론 글로벌 경쟁기업에 상당히 앞서있다. 게다가 배터리 뿐아니라 양극재, 실리콘, 고체 전해질, 관련장비 등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상태다.


프롤로지움이 최근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차세대', '미래형' '꿈'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던 전고체 배터리가 랩(Lab) 단계를 벗어나 팹(Fab)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가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전고체 배터리로 교체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등 경쟁기업들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이 프롤로지움은 상용화단계에 진입하며 잠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빈센트 양 프롤롤지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에서 만나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31년 전기차 70만대분의 전고체 케파 확보 목표

전고체 배터리는 한마디로 기존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 안전성과 에너지밀도를 크게 높인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를 활발하게 오가며 이온을 전달하는 물질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과 함께 리튬이온계 배터리의 필수 4대소재중 하나다.


기존의 전해질은 액체를 사용해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도 전기차 화재의 주요인이란 지적을 받았다. 전고체는 이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체재이다. 특히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태생적 강점을 지녀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급팽창하면서 전고체 배터리가 뜨거운 관심을 받자 프롤로지움은 작년부터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 구축을 통한 상용화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에 앞서 이미 전세계 80여 전기차에 업체에 전고체 배터리 상용 샘플을 제공하며 공급을 타진중이다.


프롤로지움의 조기 대량 생산체제 구축은 프랑스에 의해 간단히 해결됐다. 전기차와 관련부품을 중심으로 첨단 산업의 부활을 노리는 프랑스 정부의 강력한 구애에 의해 프롤로지움이 프랑스에 첫번째 기가팩토리(대형 배터리공장) 설립을 결정한 것이다.


북미와 유럽연합이 대규모 보조금을 활용, 역내에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기지 유치에 적극 나서자 전고체 배터리 생산공장을 대만이 아닌 해외에 설립키로하고 여러 곳을 물색하던 프롤로지움이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약속에 손을 내민 것이다.


빈센트 양 프롤로지움 최고경영자(CEO)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덩케르크를 방문, 향후 2026년까지 총 52억유로(약 7조6천억원)를 투입, 이 지역에 초대형 전고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SDI는 국내에선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란 '오토상하이2023'에서 이 회사 직원이 초격차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SDI제공>

 

■ 전후방업체 밀집한 '배터리 클러스터'...시너지효과 클듯

프롤로지움은 이에 따라 곧바로 덩케르크 항구 인근 부지에 첫번째 전고체 배터리 생산기지 건설에 착수, 오는 2026년 말부터 본격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오는 2031년까지 단계적인 증설을 거쳐 연산 약 60GWh대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능력(케파)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는 약 75만대의 전기차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2030년 149∼160GWh에 이를 전망이다. 프롤로지움이 덩케르크 공장 한 곳만으로 세계 시장의 40% 이상 커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프롤로지움이 이처럼 덩케르크에 대규모 공장을 신축,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키로 한 것은 여러가지 배경과 의미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덩케르크는 유럽 최대의 배터리 클러스터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첨단산업은 전후방 업종의 관련 기업이 한 곳에 모이는 클러스터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덩케르크지역엔 이미 스텔란티스·토탈에너지·메르세데스의 합작사인 ACC를 필두로 엔비전, 베르코르 등 유럽의 전기차 관련 기업이 대거 입주해 있다. 

 

도요타, 르노,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업체들도 이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야말로 유럽 최대의 전기차 및 배터리 클러스터다. 이는 향후 프롤로지움이 전후방기업과 다양한 협력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기업 오라노와 중국 기업 XTC 신에너지 머트리얼즈가 합작으로 덩케르크에 15억유로(약 2조원)를 들여 배터리 소재 회사를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프롤리지움으로선 마크롱의 각종 지원책과는 별개로 관련 업체들과의 협업이 보다 유리해진 셈이다.


프롤로지움이 마크롱 정부의 '프랑스판 IRA'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프랑스는 현재 미국 IRA와 유럽연합(EU)의 역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보조금 지원을 위한 정책에 더해 자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안(녹색산업법안)까지 만들고 글로벌 기업의 유치에 혈안이다.

 

 

▲지난달 7일 '민관합동 배터리 산업 IRA 활용 전략 회의'에 참석한 배터리업계 대표들. 왼쪽부터 포스코퓨처엠 김준형 사장, SK온 진교원 사장, 삼성SDI 최윤호 사장, LG에너지솔루션 이방수 사장,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이영준 대표. <사진=연합뉴스제공>

 

■ K배터리 유럽 공략과 글로벌 시장지배력 확대의 변수

마크롱 정부는 여기에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제조업 부양을 위한 최우선책으로 강력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지원 정책을 하나하나 시행에 옮기고 있다.

 

프롤로지움으로선 덩케르크 공장 설립으로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프롤로지움과 프랑스 정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덩케르크에 전고체 배터리 초대형 공장을 새우기 위한 계획이 구체화함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더욱 다급해졌다. 

 

잠재적 경쟁자인 프롤로지움이 자동차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한폭판에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대규모 선제 투자를 단행,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K배터리 3사 입장에선 유럽판 IRA시행으로 북미에 이어 유럽에서도 차별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잠재적 라이벌 프롤로지움의 유럽 진출 소식이 결코 달가울 리 없다. 

 

프롤로지움처럼 유럽에 공장을 신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않아 보인다. 시간도 오래 걸리며 비용 부담이 크다. 미국의 IRA 시행에 떠밀려 북미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진행중인 K배터리업체들은 추가 투자재원 마련이 몹시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유럽진출을 포기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유럽의 전기차 및 배터리시장은 잠재적으로 북미시장을 능가하는 규모다.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장, 초격차를 만드는 데 있어서 유럽은 매우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프롤로지움의 프랑스 진출을 계기로 K배터리 3사의 유럽 진출과 유럽 완성차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는 생산 전단계부터 수요측인 전기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게 필수적"이라고 전제하며 "이런 점에서 프롤리지움이 덩케르크 공장 설립을 내세워 유럽의 전기차업체들과의 밀월관계를 강화한다면 향후 K배터리가 전고체 시장을 뚫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미래차, 바이오 등과 함께 미래 6대 핵심산업으로 지정된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원통형)과 대만(전고체)의 샌드위치마크 상태에 놓은 K배터리가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가며 배터리산업의 초격차를 이뤄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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