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출1위 품목 바뀌나..."반도체 울고, 자동차 웃고"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2 11: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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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반도체 수출 59억불로 45% 급감...자동차 56억불 반도체 턱밑
'반도체쇼크' 속 수출 7.5% 쪼그라들며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대중 수출 감소세 지속 1년째 무역적자 행진...아세안 수출도 부진
▲ 계속되는 반도체 부진에 2월 수출도 7% 이상 감소했다. 사진은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인 부산항 부두. <사진=연합뉴스제공>

 

반도체가 혹한기를 맞아 수출이 속절없이 내리막길을 걷는 사이 자동차 수출이 부쩍 늘어나며 반도체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친환경차 바람에 편승한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부진의 늪에 깊숙히 빠져있는 대한민국에 자동차가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IT시장의 전반적 침체로 인해 반도체는 울었고, 경기침체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시행 악재 속에서도 자동차는 웃었다.


자동차 수출은 1월에 이어 2월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며 고속 질주를 이어갔다. 불투명한 글로벌 자동차 시황 속에서도 새해 들어 쾌조의 출발이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최고 '수출효자' 자리를 지켜왔던 반도체를 밀어내고 금방이라도 수출 1위에 오를 것 같은 기세다.

◆자동차, 50%이상 성장세 속 수출 1위 등극 가시권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5% 급감했다. 줄어든 금액이 무려 44억달러로 웬만한 품목의 전체 수출액을 넘는 규모다.


IT제품, 서버 등 전방산업인 세트 수요의 급격한 위축과 K반도체의 주력인 메모리 제품이 수요와 가격이 추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1년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 8월 이후 반도체의 수출감소 폭을 보면 반도체 수출이 얼마나 심각한 지 여실히 드러난다. 반도체는 작년 8월 전년동기 대비 7.8%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9월 5.6%, 10월 17.4%, 11월 29.9%, 12월 29.1%, 올 1월 44.5%, 2월 42.5%로 감소폭을 키워왔다. 7개월째 내림세다. 특히 올들어선 두 달 연속 40% 넘게 폭락했다.


수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위축이 재고누적, 가격 하락으로 인해 빈곤의 악순환현상을 나타내며 수출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D램 고정가는 작년 초 3.41달러에서 올해 1∼2월 1.81달러까지 하락했다. 낸드 플래시 고정가도 4.81달러에서 4.14달러로 떨어진 상태다.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 수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지난 1월 49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던 자동차 수출은 2월엔 56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웠다.
 

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친환경차·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신차 출시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50% 가까이 수출이 늘어난 것이다. 이제 자동차의 대한민국 수출1위 품목 등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이르면 3월부터 우리나라 1위수출 품목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월 수출의 급증으로 자동차의 수출 비중은 11.8%로 확대됐다. 지난달 10.7%에서 1.1% 포인트 늘어났다.

◆자동차, 수출 1위 올라도 단기간에 그칠 듯

반면 반도체는 어느새 11.9%까지 추락했다. 작년 2분기초반까지만해도 20%를 넘나들던 반도체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제 자동차와 반도체의 수출액 격차는 3억6천만달러에 불과하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도 단 0.1%포인트다.


반도체 수출이 수 개월째 내리막길을 걷는 사이 자동차 수출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반도체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대한민국 수출1위 품목이 반도체에서 자동차로 바통이 넘어갈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설령 자동차가 반도체를 제치고 수출 1위에 오른다 해도 그리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자동차 수출 전선 자체가 그리 녹록지 않은데 다, 반도체 수출이 머지않아 바닥을 찍고 급등할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반도체 수출 추이 <그래픽=연합뉴스제공>
반도체는 혹한기로 접어들기 전에 월간 수출 규모가 100억달러~120억달러를 유지해왔다. 작년 3월엔 131억2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수요가 살아나면 언제든 월 100억달러 안팎으로 수출이 급상승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시장은 올 2분기에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자동차는 상황이 좀 다르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월간 50억달러선에 갇혀있다. 3월 수출이 60억달러를 넘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수출을 견인해온 전기차 부문이 중국업체들과 테슬라의 저가 공세로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양상이다.


IRA 등 주요 수출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자국업체 위주의 보조금 차별정책이 국내 자동차업계엔 아킬레스건이다. 

 

보조금 혜택에서 배제된 국내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세계 1위 테슬라는 최근 공격적인 가격인하로 현대차그룹을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반도체는 메모리 등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하며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지닌 반면, 자동차는 그렇지 못해 고성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반도체가 만약 혹한기를 지나 봄이 열린다면 수출 규모로 자동차가 반도체를 따라가긴 매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 이어 아세안 수출도 큰 폭 감소

자동차의 선전에도 불구, 반도체 쇼크와 주요 수출품목의 부진이 겹치며 2월 수출은 또다시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1월(-16.6%) 대비 감소폭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5개월째 수출이 뒷걸움질 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의 올 수출목표인 6800억달러 이상 달성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501억달러(66조3825억원)로 작년 같은 달(541억6천만달러) 보다 7.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년 대비 16.6% 감소했던 1월에 비해선 감소폭은 좀 둔화됐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작년 10월부터 감소세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5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지속된 이후 처음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를 필두로 석유제품(+12.0%), 이차전지(+25.1%), 일반기계(+13.0%) 등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으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의 심각한 부진을 상쇄하진 못했다. 수출 반등은 또 다시 다음 기회로 넘겨야했다.

 

국가별로는 반도체 수출 감소 영향을 크게 받은 대 중국 수출액이 24.2% 줄어들었다. 무려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다. 

 

정부와 수출기업들의 적극적인 수출다변화 전략에도 불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수출도 16.1% 감소했다. 다만 미국과 EU는 각각 16.2%와 13.2% 증가, 대조를 보였다.


수출 부진 속에서 수입은 또다시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무역적자 행진이 1년 째 이어졌다. 2월 수입은 총 554억달러(73조4천억원)로 작년 동월보다 3.6% 증가했다.

에너지 수입 증가로 무역적자 1년째 지속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153억달러)이 작년보다 19.7% 증가한 영향이다. 원유 수입은 줄었지만, 동절기 에너지 수급에 대비해 가스 수입이 늘었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최근 10년간(2013∼2022년) 2월 에너지 평균 수입액(97억달러)을 56억달러 웃도는 수준이다. 에너지 외 수입은 작년보다 1.5%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계절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3월 부터 수입이 감소세로 돌아설 지 주목된다.


무역수지는 53억달러(7조2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3월부터 12개월 째 적자 행진이다. 적자 폭은 역대 최대였던 올해 1월(127억달러)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할 상황이다.


누적 무역적자는 올들어 두 달만에 작년 연간 적자액의 38%에 달한다. 무역적자가 12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를 낸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에 정부는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 지난달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확정한 범정부 수출확대 전략 이행해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를 매달 개최해 올해 수출 목표로 제시한 6천85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수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의미있는 반등 외에는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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