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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형 편집국장 |
문제는 지금부터다. 인수합병의 성패는 ‘결단’이 아니라 ‘통합’에서 갈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수십 년간 치열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온 조직이다. 노선, 기재, 인력, 시스템, 기업 문화까지 모든 것이 경쟁을 전제로 설계돼 왔다. 이 두 조직을 하나의 기업으로 완전히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것은 M&A의 냉혹한 논리다.
중복 노선의 정리, 부서 통폐합, 항공기 기종 조정, 전산 시스템 일원화, 설비 재배치가 뒤따른다. 이는 곧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정비·전산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이 지점에서 이미 균열은 시작되고 있다. 서로 다른 급여 체계와 직급 구조, 전혀 다른 조직 문화는 노조 간 충돌로 표면화되고 있다. ‘같은 항공사’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정체성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해외 사례는 이 문제의 본질을 분명히 보여준다. 에어프랑스와 KLM은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항공사 그룹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체계와 시스템을 끝내 완전히 통합하지 못했다. 노사 갈등과 경영 비효율이 반복되며 ‘결합의 시너지’는 기대만큼 구현되지 못했다. 물리적 합병이 곧 화학적 결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 점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미래 전략은 다시 고민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강제적 기업 결합이 과연 최선인가. 오히려 지주회사 체제 아래 두 항공사를 계열사로 두고 운영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 브랜드와 조직, 노사 체계를 일정 부분 유지하되, 재무·구매·정비·운항 전략 등에서 선택적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라면 고용 충격을 완화할 수 있고, 안전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내부 반발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두 항공사가 일정 수준의 경쟁을 유지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서비스 개선이라는 압박도 작동한다. 독점에 따른 서비스 저하 우려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유지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무리한 통합으로 인한 조직 붕괴를 피할 수 있다.
항공산업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이다. 효율성만으로 재단할 수 없고, 고용과 안전, 서비스 품질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살아남는 길은 ‘누가 더 빨리 흡수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존하며 경쟁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을 관리하는 전략의 정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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