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이러면 슬픈 거죠

정진선 기자 / 기사승인 : 2023-11-28 09: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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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슬픈 거죠

정진선



친구를 만납니다

 

목동 역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먼저 알아보고

낮술에 취한
나를 부르네요

 

서로 잊었던 세월이

길게 지나

친구는 이혼도 하고

혼자 살고 있고

 

많이 번다는데

차림을 보니

허세 같아요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친한 친구지요

동창에
부부 동반에

아기들까지 함께 놀곤 했는데

 

세월은

저 갈 길로 가게 하죠

우리는
손을 놓치고 

 

친구를 위로합니다

괜찮다고

대신

술 적게 마시고

건강이 젤 중요하다고
 

내 잘난 척을 

친구도 알아봅니다

 

지나는 많은 사람

다들

좋아 보입니다

 

다음에 보자며

다리를
가볍게 절며 떠나는

친구의 뒷모습을 봅니다
 

이다음에 한잔 꼭 하자

 

대답과
친구가 함께 떠난 통로

다시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그런데

나는

여기 왜 있는 거죠


토요경제 / 정진선 기자 sunsun3345863@hanmail.net

* 가벼운 이유로 슬퍼지고 좌절한다. 어쩌다 스치며 만난 친구도 가벼운 이유가 된다.

▲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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