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이노베이션, SK엔무브 지분 인수의 그늘... 자사주와의 교묘한 맞교환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6 08: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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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욱 산업부장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단행한 SK엔무브 지분 매입방식은 절묘한 금융공학 계산으로 진행됐다. 자사주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 그 돈으로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재무 거래처럼 보이지만 단일 특수목적법인(SPC)를 매개체로 자사주와 자회사 지분의 맞교환 구조이다. 기업은 재무 부담을 최소화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자사주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고 세금 부담 회피 논란이나 주주가치 훼손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2일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3767억원 규모의 사모 교환사채(EB) 발행했다. 동시에 SK엔무브 지분 30%를 추가로 매입해 SK엔무브를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번 거래의 상대방은 SPC ‘에코솔루션홀딩스’다. 에코솔루션홀딩스는 사모펀드 ‘IMM크레딧솔루션’이 SK엔무브 지분 투자를 목적으로 2021년 설립한 SPC다.

SK이노베이션은 이 SPC가 보유한 SK엔무브 주식 전량 1200만주(30%)를 약 8592억원에 장외 매입했다. 그리고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주(340만4104주)를 담보로 사모 교환사채(EB) 3767억4240만원어치를 발행했다. 인수자는 에코솔루션홀딩스였다.

이 과정을 통해 IMM크레딧솔루션은 SK엔무브 지분을 팔아 현금과 SK이노베이션 자사주를 취득했고,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를 담보로 SK엔무브 자회사 지분 회수를 완료했다.

결론적으로 IMM은 투자금 회수를 완성했고, SK이노베이션은 지배력 강화라는 실익을 챙겼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 구조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반복되면 자본시장의 신뢰는 무너지고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 자사주는 본래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화를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자사주를 ‘지배력 유지용 파킹 통장’처럼 쓰고 있다.

특히 SPC를 앞세운 맞교환 거래는 세금 부담 회피 논란을 키울 수 있다.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고, 지배구조를 유리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는 소외된다. 사모펀드와 대기업 간의 유착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자사주를 유동성 창구로 쓰는 관행이 굳어지기 전에 금융당국의 감시와 견제가 시급하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구조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선 지배력 강화용 자사주 거래에 대해선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기업의 경영 판단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보호라는 기본 원칙은 지켜야 한다.

자사주는 ‘지배력 방어용 통장’이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산이어야 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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