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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해협의 유조선들./사진=연합뉴스 |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장중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주요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과 전쟁 완화 기대가 겹치며 하루 만에 80달러대로 다시 내려왔다. 중동 긴장과 글로벌 공급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어 국제유가는 당분간 큰 폭의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8.9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6.8% 상승했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94.77달러로 4.3% 올랐다.
이날 유가는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19.5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WTI 역시 장중 119.48달러까지 상승했다. 하루 상승폭 기준으로 브렌트유는 28.9%, WTI는 31.4%까지 급등하는 등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란 정치 상황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이자 강경파로 평가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일부 유전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에서도 감산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공급 불안이 시장을 자극했다.
월가 투자은행들도 잇따라 경고음을 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몇 주간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급등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략 비축유 방출 등 공동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뉴욕증시 마감 무렵 브렌트유는 배럴당 88.42달러, WTI는 84.94달러까지 하락하며 모두 9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조기 종식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란 전쟁 상황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장 완화 기대감이 커졌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이 이란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한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도 유가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공급 충격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원자재 데이터 업체 케플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곧 해제되더라도 걸프 해역 석유 수출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6~7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군사 충돌, 산유국 감산, 주요국 비축유 정책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국제유가가 당분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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