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쿠팡, 이재명 정부 줄다리기, 대미 로비 시험대에

이덕형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6 0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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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사태가 외교 리스크로…플랫폼 규제와 한미 통상 사이 선택의 순간
▲이덕형 편집국장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쿠팡과 이재명 정부 사이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성탄절 휴일에도 외교부까지 포함한 범부처 고위급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업 보안 사고가 아닌, 외교·통상 리스크로까지 확산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한 강경한 법 집행 의지를 천명한 발언이자, 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정치적 경고다. 그간 정부가 빅테크 규제에서 보여온 신중한 태도와는 결이 다른 접근으로, 국내 여론을 의식한 동시에 기업 권력에 대한 정면 대응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쿠팡의 움직임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쿠팡은 나스닥 상장 이후 미국 정치권과 행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로비를 벌여왔다. 수년간 집행된 수백억 원 규모의 로비 자금은 이번 사태 국면에서 단순한 과거 이력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 가능한 ‘외교적 카드’로 해석될 여지를 만든다. 미국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미 쿠팡 사태를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고, 이러한 인식은 한·미 통상 관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담이 돌연 취소되고, 그 배경으로 디지털 기업 규제가 거론된 점은 상징적이다. 공식적으로 쿠팡 사태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미국 측 반응이 맞물려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쿠팡이 미국 내 정치·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쿠팡과 이재명 정부의 줄다리기는 본격화됐다. 정부는 국내 법과 원칙에 따른 책임 규명을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반대로 쿠팡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미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규제의 수위를 낮추거나 국면 전환을 노리는 모습이다. 양측의 접점은 좁고, 충돌 가능성은 크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패를 넘어선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국내 법체계로 어디까지 규율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미 외교·통상 관계의 마찰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다. 만약 정부가 외교적 부담을 이유로 물러선다면, 이는 향후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강력한 신호를 줄 것이다. 반대로 원칙을 고수한다면, 단기적 외교 마찰을 감수하는 대신 통상 주권과 규제 권한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쿠팡과의 힘겨루기는 결국 이재명 정부의 대미 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법 집행과 외교 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는 ‘플랫폼 규제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수도, ‘정치적 압박 앞에 흔들린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지금 이 줄다리기의 결과를 국내외가 동시에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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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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