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진국의 함정’이란 신조어 생길 수도

장학진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9 0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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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학진 토요경제 부사장 겸 에디터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 GNI가 대만에 추월당했다. 20년 만의 일이다. GNI는 국민의 소득을 대표하는 지수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2,661달러로 지난해보다 7.7%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할 상황에 놓여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낮추고, 일본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8%로 올려놨다.

사실 대만과의 GNI 역전 상황은 GNI 국가별 비교 원칙에 따른 것이다. GNI는 국제 비교를 위해 자국 화폐로 집계한 뒤 연평균 환율을 적용, 달러화 기준으로 환산한다. 지난해 원화는 12.9% 급락한 데 반해 대만 달러는 6.8% 하락에 그쳤다. 지난해는 원화는 고환율이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년보다 147.8원(12.9%) 상승한 1,292.2원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환율문제로 귀결될 순 없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대만보다 약해진 탓도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여러 불필요한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기인한다. 기업이 투자를 회피할 여러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의 이런 상황은 적잖은 우려를 낳는다. 일각에서는 우리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이 시작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의 굴레에 빠진 것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다.

이런 폭풍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각국은 자국만의 방식으로 폭풍에서 탈출하려 힘쓰고 있다. 20년 만에 우리를 재친 대만은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켜 연구개발(R & D) 투자비의 25%, 설비투자의 5%를 세액공제 해주는 등 전략산업 지원에 전폭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대만 사례는 수출입국 대한민국에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국가 전략산업의 세액공제율을 1%p 확대되면 대·중견기업은 8.4%, 중소기업은 4.2%씩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곱씹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국회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현재 국회엔 반도체 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 상향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안들이 줄줄이 올라가 있지만, 여전히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이러다 국내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가 자칫 경쟁력 자체를 잃게 될까 우려스럽다. 미국은 자국 내 공장을 짓는 해외기업에 지원을 빌미로 기업 영업기밀뿐만 아니라 소재부터 장비까지 기업 경영생태계 자체를 흡수하려 하고 있다. 이뿐일까. EU도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9%에서 20%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며 우리 돈 약 60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며 ‘유럽반도체법’에 합의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자국 내 대표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우리 돈 약 6,8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첨단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세계 곳곳에 경제 한파가 드리우자 각국 정부와 국회는 자국의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빨간펜 선생님’이나 ‘아빠 찬스’ 같은 꺼낼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한때 중진국의 함정이란 게 있었다. 중진국에 들어섰지만, 더 나가지 못하는 혹은 후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 경제 한파로 이제 ‘신입 선진국의 함정’이란 신조어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최초로 선진국의 함정에 걸리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경제에 있어 각국의 페어플레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다 우리 기업은 해외시장에 ‘천애고아’로 내 던져질 수 있다. 이제 우리 정부나 국회도 빨간펜 선생님이나 아빠찬스라도 들고 나서야 할 때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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