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대에 이사회 결의 불발...아시아나 화물부문 매각안 '삐걱'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10-31 03: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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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30일 이사회, '화물매각안' 마라톤 회의 끝에도 결론 못 내
대한항공 EU에 제출할 경쟁제한 우려 시정조치 데드라인 넘기나?
노조와 前경영진 화물매각 반대…이사회 통과돼도 넘어야 할 산 많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하 EC)의 경쟁제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아시아나 알짜사업인 화물사업부의 매각 방침을 결정했으나, 이사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삐걱거리고 있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30일 오후 2시부터 대한항공 측이 EC에 제출할 화물사업 매각을 핵심으로 한 시정조치안을 놓고 7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추후에 다시 논의를 거쳐 가부간에 결정을 내릴 방침인데, 대한항공 측이 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기로 약속한 이달 31일까지 결론을 도출하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EU측의 '딴지'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아시아나 이사회 7시간 반 마라톤회의에도 결론 못 내려

대한항공이 EC에 제출할 경쟁제한 완화 조치의 핵심은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의 매각이다. 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으로 항공화물의 독점적 폐해를 우려한 EC가 일부 노선의 슬롯 반납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조치를 요구했고, 대한항공은 울며 겨자먹기로 화물사업 매각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글로벌 항공사 도약을 위해 아시아나 인수합병에 올인한 대한항공의 이사회 결의는 단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상황이 달랐다. 30일 아시아나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내부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화물사업 매각이 사실상 아시아나의 해체로 귀결될 것이란 노조의 강력한 반대와 향후 배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급기야 화물사업부 매각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던 사내이사(진광호전무)가 사의를 표명하고 나서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화물사업 매각을 전제로한 시정조치안에 대한 신중론이 불거진 것이다. 대한항공의 예상과 달리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아시아나 이사회의 동의가 쉽게 이뤄질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7시간이 넘는 격론을 이어갔음에도 끝내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데 실패했다. 아시아나 이사진은 총 6명인데, 이날 회의에는 사의를 표명하고 불참한 진 전무를 제외하고 5명이 참석했다.


의결 정족수는 단 3명에 불과했으나,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날 저녁 9시반쯤 일단 회의를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사외이사 일부가 화물사업 매각 시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가 있고 노조 반발 등을 우려해 매각에 반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이번주 중으로 다시 이사회를 속개해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는 데 대한 동의 여부를 재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시아나측이 "장소와 시간은 미정"이라고 밝혀 EC측과 약속한 31일까지 수정안 제출이 물리적으로 쉽지않을 전망이다.


아시아나 이사회가 장시간에 걸친 격론을 벌였음에도 최종 결론 도출에 실패한 것은 알짜배기 사업으로 꼽히는 항공화물부문을 매각할 경우 자칫 추후에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과 재작년 코로나 여파로 여객 운송에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화물운송에선 1조3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에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문 매각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30일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배임 소지 등 이유로 일부 이사 반대...통과대도 과제 산적


아시아나 전임 사장단과 노조 등은 화물 부문은 핵심적인 사업영역이라며 공개적으로 매각을 반대해왔다. 특히 노조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고용 승계와 처우 개선이란 당근을 내밀고 있으나 노조의 반대가 여전하다.


EU측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미국, 일본 등 남은 결합심사국들 역시 무리한 요구사항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하는 이사들이 우려하는 이유다. 

 

사실 대한항공이 EU의 심사를 극적으로 통과한다해도 미국과 일본의 심사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항공사 간 합병은 필수승인국가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성사될 수 없다. 

 

특히 미국의 경우 반도체 등 전략자원을 운송하는 항공화물 사업이 독과점이 될 경우 안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처럼 두 국적항공사의 합병이 의외로 아시아나 이사회 통과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결국 이사회 동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 의지가 워낙 강하고,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결국 아시아나 이사회도 수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한항공과의 합병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아시아나는 현재 자력갱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다.


추가 공적자금의 투입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산은 측도 대한항공에 매각, 어떻게든 공적자금의 회수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어떤 피해가 예상되느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기 투입된 3조6000억원대의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며 "아시아나 이사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한다"고 발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분 분할매각이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마땅한 매수자를 찾는 일이 쉽지않을 뿐더러 매수자가 나온다해도 EC측이 또다시 딴지를 걸 개연성이 있다"며 "3년간 이어져 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최종 합병까지 상당한 진통이 계속될 것 같다"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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