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량 자재·부실공사보다 더 큰 문제는 ‘시공사의 태도’다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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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경제 양지욱 산업부장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화장실이 아니라 건설사들이 공사 수주에 들어갈 때와 준공 할 때가 다르다는 얘기다.

 

부실공사 논란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에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언론에 노출됐다.

이번에 부실공사 이슈가 터진 아파트들은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분양한 단지들이다. 

 

건축 원자재 가격이 분양 당시보다 30% 가까이 오르면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 원자잿값 급등에 수익 악화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불량 건축 자재를 사용하거나 비숙련공인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설 현장에 대거 투입되면서 부실시공 문제도 함께 는 것이 원인이다.

‘사전 점검’에서 드러난 아파트 하자는 수분양들의 복장을 터트리기에 충분했고, 내 집에 대한 첫 기대감도 불쾌함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아파트 선호도 탑 브랜드인 푸르지오·힐스테이트·자이 등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분노를 넘어 황당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대우건설은 ‘당진 푸르지오 3차 클라테르’ 천장 마감재에 곰팡이가 핀 각재를 사용했다. 회사 측은 지난 2월부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공사를 밀어붙였고, 감리단의 여러 차례 지적에도 시정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야 재시공 하기로 결정하면서 비양심적 기업이라 비판을 자초했다.

대우건설의 곰팡이 원자재 사용은 이번만이 아니다. 2022년 4월 입주한 부산 ‘오션시티 푸르지오’에서도 곰팡이 자재를 사용해 준공된 실내에서 혹파리 떼가 출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2010년에는 당시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한강로 시티파크’에서 곰팡이가 발생해 입주민들이 대우건설을 제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오룡’은 5월 말 입주를 앞둔 사전 점검에서 골조가 휘어진 건물 외벽 및 내벽, 바닥의 수평 수직이 맞지 않는 등 입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하자가 발생했다. 시공사는 일반적인 하자라며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품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천 검단 자이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순살자이’라는 오명이 붙은 GS건설은 서초 ‘방배그랑자이’ 단지에 ‘KS마크’가 위조된 중국산 가짜 강화유리를 사용해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 불가능한 지점까지 추락했다. GS건설은 하청업체 잘못으로 넘기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자이’ 브랜드 교체설까지 나올 정도다.

‘방배그랑자이’는 2019년 4월 당시 분양가 평당 4700만 원의 최고급 아파트 단지다. 입주 해인 2022년에도 GS건설 자회사인 자이S&D의 부실한 관리로 폐기물을 방치해 악취 민원이 발생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실시공보다 더 큰 문제는 부실공사 논란을 일으킨 시공사들의 태도다.

 

입주민이나 입주 예정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시정을 요구해도 시공사는 하청업체 책임으로 돌리면서 무시하고 있다가, 언론에서 해당 사실을 보도하면 그제야 사과문을 발표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다.

2002년 9월 론칭한 ‘자이’, 2003년의 ‘푸르지오’ , 2006년의 ‘힐스테이트’는 각각 고품격, 자연 친화의 생활 문화 공간을 지향하는 고급 주거 단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설시장에서 브랜드는 안전과 신뢰를 담고 있는 ‘무형의 가치’다. 그래서 청약자는 신규 분양 단지를 고를 때, 주택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할 때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이들 3개의 브랜드는 20년 가까이 ‘가치’를 지키고 끌어올려 국내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자본시장에서 최대의 수익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부실 공사를 하는 것이 몇십 배, 몇백 배의 손해로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무책임한 처사로 20년 브랜드 역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기업들도 안다.

최고의 건설사들이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문제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책임준공’ 이라는 건설사의 책임감으로 입주자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필요한 때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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