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모럴헤저드가 도를 넘었다.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이나 유용 등 금융사건은 총 86건이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22건의 사고가 발생해 불명예를 떠안았다. 연평균 약4건이니 두 은행에선 산술적으로 한분기당 한 개의 금융사건이 터진 셈이다.
다른 은행도 사실 도긴개긴이다. 신한은행 16건, 우리은행 15건, 국민은행 11건 말로 전하기도 민망하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660억원대의 횡령사건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 같다”고 한다. 물론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은행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해결책도 내놓는다. 해결책의 핵심은 늘 ‘내부통제’ 강화다. 은행연합회도 지난해 말 ‘은행권 표준 내부통제 기준’ 개정안으로 “최고경영자(CEO)와 준법감시인이 주로 맡던 내부통제 관리와 제재를 이사회에 담당하게 한다”는 개선안을 내놨다. 문제가 생기면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개선안을 요구하고 해당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겠다는 발상이다.
최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직원의 시재금 2억원 착복사건을 보면 결국 은행이나 연합회가 내놓은 이런 ‘내부통제’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건 후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이런 내부통제 기준을 내부 규정에 반영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은행연합회나 금융당국은 낙제를 줄 수밖에 없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사건이 일어난 6년간 해당은행을 11차례나 검사했지만 사고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은행권은 현장부터 지휘감독당국까지 모두 헛구호나 외치고 있던 셈이다. 금융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며 국가를 지탱하는 보루 가운데 하나다. 또 금융은 ‘신용’ 즉 믿음에 기초한 산업이다.
금융업계는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 새롭게 각성해야 한다. 계속 신뢰를 잃는다면 어느날 갑자기 금고제작 업체가 특수를 누리는 날이 올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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