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요괴·메이플스토리까지, 방문객 아시아 10위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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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월드 어드벤처 ‘콩X고질라 : 더 라이드’. [롯데월드] |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나라, 우리가 꿈꾸던 그곳.”
한 세대의 여름방학을 깨웠던 롯데월드 로고송이 2026년 여름 잠실에서 다시 현실이 됐다. 아스팔트가 달아오르고 장맛비가 예고 없이 쏟아지는 도심 밖과 달리, 거대한 실내 테마파크 안에서는 고질라가 포효하고 콩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 요괴들이 파크를 점령하고, 게임 속에서만 보던 메이플스토리의 세계도 눈앞에 펼쳐진다.
올여름 서울에서 더위를 피해 하루를 통째로 보내야 한다면 롯데월드는 가장 분명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단순히 실내에 있어 시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와 게임, 웹툰, K-호러를 놀이기구와 공연, 식음료, 상품으로 연결하며 37년 된 테마파크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정점에는 지난 24일 문을 연 '콩X고질라 : 더 라이드'가 있다. 어두운 입구를 통과하면 방문객은 타이탄을 연구하는 비밀 조직 '모나크'의 신입 요원이 된다. 8인승 공중 탐사선에 오르는 순간 잠실은 사라진다. 절벽과 폭포, 화산이 이어지는 지하 세계 '할로우 어스'에서 콩과 고질라의 도움을 받아 거대 타이탄들과 맞서는 11분간의 탐험이 시작된다. 롯데월드가 영화 지식재산권(IP)을 어트랙션에 적용한 첫 사례이자, 몬스터버스 세계관을 놀이시설로 구현한 세계 최초의 시도다.
규모도 블록버스터급이다. 약 1550평의 공간에 주행거리 320m, 다이내믹 모션 비클 16대와 영상 장비 39대가 투입됐다. 차량은 정해진 선로를 따라가지 않는다. 통신과 바닥 센서로 위치를 파악하는 트랙리스(trackless) 방식으로 움직이며 영상·조명·음향과 동작을 맞춘다. 2022년 9월 개발을 시작해 완성까지 3년10개월이 걸렸다. 투자비는 종전 최대였던 '파라오의 분노'의 500억원을 넘어섰다.
탑승이 끝나도 세계관은 끝나지 않는다. 출구는 콩과 고질라의 텀블러·키링·의류·모자 등을 판매하는 상품존으로 이어진다. 입구에서는 캐릭터를 활용한 핫도그와 젤라토,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놀이기구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탑승과 식음료, 굿즈 구매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묶었다. 롯데월드가 입장권 중심의 놀이공원에서 IP 기반 체험·소비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콩과 고질라가 세계적인 영화 팬을 겨냥했다면 파크 곳곳에서는 한국형 공포가 여름밤을 채운다. 롯데월드는 8월30일까지 K-호러 축제 '봉인해제 : 요괴 대소동'을 진행한다. 인공지능(AI)이 방문객의 사진을 요괴사냥꾼으로 바꿔주고, 증강현실(AR) 스탬프 투어를 통해 파크 곳곳에 숨어 있는 요괴를 찾아 봉인하도록 했다.
매일 밤에는 한국 전통 요소와 K팝을 결합한 공연 '판-요괴들의 놀이'가 펼쳐진다. 민속박물관에서는 관객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이머시브 호러 공연이 열린다. 저승사자 로티빵, 처녀귀신 로리빵, 도깨비방망이 핫도그처럼 이야기와 먹거리도 연결했다. 낮에는 가족형 테마파크, 밤에는 거대한 K-호러 무대로 바뀌는 셈이다.
게임 속 세계도 현실로 나왔다. 롯데월드는 2023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를 어트랙션으로 만든 데 이어 엔하이픈의 웹툰 IP '다크 문'을 축제에 적용했다. 올해 3월에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한 '메이플아일랜드존'을 열었다. 게임과 웹툰에서 출발한 IP 전략이 이번에는 할리우드 영화로 확장됐다. 어린 자녀를 데려온 가족뿐 아니라 게임과 영화, 캐릭터에 지갑을 여는 2030세대까지 고객층을 넓히는 전략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롯데월드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테마엔터테인먼트협회(TEA)의 '2024 글로벌 경험지수'에 따르면 서울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2024년 방문객은 530만명으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단일 테마파크 기준 세계 23위이자 아시아·태평양 10위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계열 파크가 상위권을 장악한 가운데 한국의 도심형 실내 테마파크가 세계 25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투자는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호텔롯데 월드사업부의 2025년 매출은 4019억원으로 전년보다 5.2% 늘었고, 영업이익은 600억원으로 36.4% 증가했다. 포켓몬스터 등 외부 IP를 활용한 축제와 신규 공연·콘텐츠가 입장객 증가로 연결된 결과다. 올해 1분기에는 대규모 신규 시설 투자비가 먼저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166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역대 최대 투자작이 여름 성수기에 문을 열면서 이제부터는 모객 효과를 증명해야 할 차례다.
롯데월드의 강점은 가장 높거나 가장 빠른 놀이기구에만 있지 않다. 지하철로 닿을 수 있는 도심 한복판에서 폭염과 비의 영향을 덜 받으며 아침부터 밤까지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부모 손을 잡고 로고송을 들었던 세대는 이제 자신의 아이와 다시 찾는다. 젊은 방문객은 고질라와 메이플스토리를 만나러 온다.
노래는 그대로지만 그 안의 세계는 달라졌다. 밖이 뜨거울수록, 올여름 '모험과 신비의 나라'로 들어가야 할 이유는 더 분명해졌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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