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품 경쟁력 시스템·인프라로 확장…단기 고객확보보다 사업영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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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6'이 열리는 '메세 베를린'의 'IFA 팔레' 전시 공간에 마련된 크리에이터 허브. 2026.9.4 [연합뉴스] |
삼성전자(대표 전영현·노태문)가 D램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헬릭스에 5억달러를 투자한다.
KB증권은 글로벌 D램 3사의 생산능력이 2028년까지 사실상 판매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당장의 메모리 고객 확보보다 삼성전자가 부품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 구축 단계까지 사업 접점을 넓힌다는 데 이번 투자의 의미가 있다. 삼성 6개 관계사도 이번 투자를 부품 경쟁력을 시스템·인프라 차원의 영향력으로 확장하는 계기로 규정했다.
KB증권은 30일 삼성전자의 헬릭스 투자를 단순 재무적 투자 이상의 행보로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과 이창민 연구원은 “이번 투자의 의미는 단순한 재무적 지분투자를 넘어 삼성전자가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최상단에 직접 진입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삼성물산·삼성SDS·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와 함께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에 총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투자액은 5억달러이며 나머지 관계사 5곳이 합산 5억달러를 투자한다.
헬릭스는 KKR이 지난 6월 출범시킨 AI 인프라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 출신 아담 셀립스키가 이끌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운영부터 발전, 송·배전, 광통신망과 네트워크까지 AI 인프라를 통합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범 당시 KKR과 쿠웨이트투자청(KIA), 엔비디아, 미국 전력회사 비스트라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헬릭스 전략에는 100억달러를 넘는 장기 투자자금이 약정됐다. 엔비디아는 전략적 파트너, 비스트라는 우선 전력공급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번 투자가 눈에 띄는 것은 메모리 시장에서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각각 전 분기보다 15~20% 상승하고 내년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내년 상반기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올해 4분기보다 높은 가격을 내년 1분기 협상에서 제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함께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KB증권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D램 3사의 생산능력이 2028년까지 사실상 모두 판매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2028년 생산량 전부의 계약 완료를 공식 발표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KB증권의 시장 수급 판단이다.
공급 제약은 HBM 생산 확대와도 맞물린다.
김태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29일 업계 전체 D램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20%에서 내년 약 3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HBM과 범용 D램이 동일한 웨이퍼 생산능력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HBM 증산이 범용 D램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KB증권의 수급 전망을 전제로 하면 이번 헬릭스 투자를 단순히 새로운 D램 구매처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만 보기는 어렵다. 삼성 측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목적도 AI 인프라 생태계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가깝다.
삼성 6개 관계사는 이번 투자가 보유한 부품 경쟁력을 시스템·인프라 차원의 영향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AI 생태계에서 부품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인프라 구축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 역할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자체 사업만 놓고 봐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냉각이라는 두 영역에서 헬릭스 사업과 접점이 있다.
DS부문은 AI 인프라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DX부문은 2025년 인수한 데이터센터 공조 전문 자회사 플랙트그룹을 통해 공기냉각 제품부터 액체냉각용 냉각분배장치(CDU)까지 데이터센터 냉각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한다. 삼성은 이 같은 관계사 역량을 토대로 향후 헬릭스와 협력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5억달러 투자로 헬릭스 프로젝트에서 어떤 구체적인 사업 권리를 확보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의 공식 발표에는 삼성전자 지분율이나 반도체 공급계약, 공급 물량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삼성 관계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향후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AI 데이터센터 산업 자체도 메모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과 송배전망, 냉각, 네트워크 등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헬릭스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발전과 송·배전, 네트워크를 함께 사업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비스트라가 우선 전력공급 파트너로 참여한다. 헬릭스는 AI 인프라를 데이터센터와 전력, 연결망을 한꺼번에 조율하는 사업으로 설계했다.
삼성전자의 헬릭스 투자 역시 이 같은 AI 데이터센터 산업의 확대와 맞물린다. 기존 반도체 공급자의 역할에 더해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을 보유한 상황에서 AI 인프라 투자 플랫폼에도 직접 자금을 넣은 것이다.
KB증권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공급 제약을 근거로 향후 메모리 시장의 가격 결정력이 수요자보다 공급자 쪽으로 더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메모리의 희소성과 전략적 중요성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전략적 가치도 재평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삼성전자의 5억달러 투자를 향후 D램이나 HBM 매출 증가분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다만 메모리 공급이 빠듯하다는 KB증권의 전망과 함께 보면, 이번 투자는 단기적인 고객 확보보다 삼성전자가 AI 인프라 생태계에서 활동 범위를 반도체와 냉각에서 투자·인프라 협력 단계까지 넓힌다는 데 의미가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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