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머드사우루스·무직타이거 투자했지만 자체 IP 매출은 공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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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미디어가 '마녀배달부 키키' 주제로 꾸민 코리코 카페 제주점[연합뉴스] |
대원미디어가 자체 지식재산권(IP) 확대를 내세운 지 오래됐지만 실적표의 주인공은 여전히 닌텐도와 일본 콘텐츠다. 아머드사우루스와 무직타이거, 웹툰 제작사 스토리작에 투자했지만 자체 IP가 회사 실적을 독립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증거는 아직 재무제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15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이 대원미디어의 최근 사업보고서와 투자설명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025억29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6%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 증가분의 79.6%가 닌텐도에서 나왔다. 닌텐도와 숍·일반유통을 합치면 전체 매출의 67.1%, 매출 증가분의 97.7%를 차지했다. 연결 영업이익률은 1.9%에 그쳤다.
외형은 대원미디어가 키웠지만 성장의 시계는 닌텐도가 움직였다는 의미다. 닌텐도 매출은 2023년 1371억2000만원에서 2024년 736억원으로 46.3% 감소했다가 닌텐도 스위치2가 출시된 2025년 1382억원으로 다시 뛰었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도 3160억6000만원에서 2563억6000만원으로 줄었다가 3428억5000만원으로 반등했다.
이익도 같은 방향으로 크게 흔들렸다. 연결 영업이익은 2023년 138억원에서 2024년 16억1000만원으로 88.3% 급감했다. 2025년에는 99억5000만원으로 회복했다. 회사는 2024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닌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매출 감소를 들었고, 2025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스위치2 출시와 하비·완구 유통 확대를 제시했다.
대원미디어의 일본 의존은 창업 때부터 이어진 사업모델이다. 정욱 회장은 일본 도에이와 기술제휴 및 수출계약을 맺고 은하철도999와 캔디 등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으며 회사를 키웠다. 이후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수입·배급, 포켓몬스터 라이선스, 일본 애니메이션 방송과 출판, 닌텐도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사업을 물려받은 사람이 아들 정동훈 대표다. 정 대표는 2007년 대원미디어에 입사해 2017년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현재 정욱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사회 의장은 정동훈 대표가 맡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도 사업자대표를 정동훈 대표로 표시하고 있다. 공개된 지배구조와 대외 활동을 보면 사업 운영의 중심이 아들에게 상당 부분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정욱 회장이 완전히 명목상 대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4년 사업보고서상 정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100%였고, 지난 11일 열린 ‘스튜디오 지브리전 인 제주’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행사 축사와 대외 발표는 정동훈 대표가 맡았다. 법적 공동대표 체제와 별개로 경영 전면에는 아들이 서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정동훈 대표가 경영에 전면 등장한 지 10년이 가까워졌는데도 부친 세대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성장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외부 환경에 흔들리는 유통 중심 사업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1년에는 아머드사우루스를 앞세워 자체 IP를 확보하고 상품·게임·웹툰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실제 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머드사우루스를 제작했고, 무직타이거 원작사인 스튜디오무직에 투자해 연결회사로 편입했다. 2020년에는 웹툰·웹소설을 제작하고 원천 IP를 발굴하기 위해 스토리작을 설립했다. 아머드사우루스는 글로벌 리부트인 ‘아머사우루스’로 재제작했고, 무직타이거는 한국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며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를 숫자로 확인하기 어렵다. 대원미디어는 자체 IP 매출과 영업이익을 별도 항목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2025년 라이선스 매출은 401억9000만원이지만 여기에는 자체 IP뿐 아니라 치이카와, 리락쿠마, 짱구는 못말려 등 외부 IP 사업이 함께 들어 있다. 회사 스스로도 라이선스 매출 증가 배경으로 치이카와와 리락쿠마의 성장, 일본 영화 재개봉 등을 제시했다.
자체 IP 발굴의 핵심으로 설립한 스토리작은 오히려 부담을 남겼다. 스토리작은 2024년 매출 9억7120만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35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5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정동훈 대표는 설립 때부터 맡아온 스토리작 대표직에서 2025년 물러났고, 외부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았다.
아머드사우루스도 제작 역량을 보여줬지만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사 실적 개선 과정에서는 아머드사우루스의 신규 매출보다 과거 제작비 상각 종료에 따른 비용 감소가 더 부각됐다. 자체 콘텐츠가 이익을 늘린 것이 아니라 비용 부담이 끝나면서 손익이 개선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회사가 최근 투자자에게 제시한 사업의 우선순위도 이를 보여준다. 2026년 투자설명자료의 주요 이슈는 닌텐도 스위치와 전시사업이었다. 전시사업의 핵심 프로젝트 역시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 전시다. 역대 최대 매출의 배경으로 제시한 항목도 스위치2 출시, 오프라인 유통 확대, 카드사업 성장이었다. 자체 제작 콘텐츠는 핵심 실적 요인에서 빠졌다.
외부 IP를 활용하는 사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흥행이 검증된 콘텐츠를 확보하면 제작 실패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국내 유통망과 상품기획, 번역·출판, 방송채널을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대원미디어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유통권과 판권은 소유권이 아니다. 계약이 끝나거나 공급자가 조건을 바꾸면 수익구조도 달라진다. 닌텐도의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면 대원미디어 매출도 줄고, 일본 캐릭터의 인기가 식으면 라이선스와 상품 매출도 흔들릴 수 있다. 외형은 커져도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다.
정욱 회장이 일본 콘텐츠를 국내에 들여와 대원미디어의 기반을 만들었다면, 정동훈 대표의 과제는 그 유통망으로 자체 IP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선대에서 닦은 길을 넓혔을 뿐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대원미디어는 자체 IP를 안 하는 회사가 아니다. 문제는 하고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체 IP별 매출과 이익, 제작비 회수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한 투자자는 닌텐도와 일본 콘텐츠가 빠진 대원미디어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렵다.
50년 콘텐츠 기업이라면 이제 답해야 한다. 자체 IP를 아직 못 키운 것인지, 수익성이 없어 더 키우지 않는 것인지 말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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