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외연수 관련 예산만 3억8000만원대
기관장 홍보·조직 확대 행보도 도마
| ▲학교안전공제중앙회 |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지난달 30일 ‘2025년 학교안전사고 및 보상통계’ 통계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사고통계는 2025년 1월 1~12월 31일까지 사고접수일 기준이고, 보상통계는 같은 기간 지급일 기준이다. 동일 사고라도 같은 해 여러 차례 지급한 경우 1건으로 집계하되, 급여 종류가 다르면 각각 집계하는 방식이다.
학교안전사고는 이미 가볍게 볼 수 없는 규모다. 학교안전지원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학교안전사고는 21만1650건 발생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사고가 8만369건으로 가장 많았다. 2025년 통계표가 다시 공개됐다는 것은 공제회가 사고와 보상 수요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 공제중앙회의 공개 예산 흐름을 보면 의문이 남는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올해 1월 6일 ‘2026년 시도교육청 안전담당자 국외연수’ 입찰을 공고했다. 연수기간은 4월 26일부터 5월 3일까지 6박 8일이고, 사업예산은 2억3920만원이다.
하루 전인 1월 5일에는 ‘2026년 학교안전공제회 선진사례조사 국외체험연수’ 사전규격도 공개했다. 해당 사업예산은 1억4825만원이다. 공개된 두 국외연수 관련 사업예산만 합쳐도 3억8745만원이다.
국외연수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학교안전은 해외 제도와 선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우선순위와 성과 공개다. 학생 사고가 매년 수십만 건 규모로 접수되는 상황이라면, 공제회는 국외연수 예산이 실제 사고 예방과 보상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설명해야 한다. 어떤 나라를 다녀왔는지보다, 그 결과로 어떤 제도가 바뀌었는지가 중요하다.
공제회의 본질은 분명하다. 학교안전사고로 피해를 입은 학생, 교직원, 교육활동 참여자에게 신속하고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일이다. 사고가 난 뒤 보상이 늦어지거나, 절차가 복잡하거나, 지역별 기준이 다르다면 공제회 존재 이유는 약해진다. 국외연수와 박람회, 국제 교류, 조직 확대는 그다음 문제다.
기관장 행보도 점검 대상이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 홈페이지에는 정훈 이사장 취임 2주년 인터뷰, 축하 영상, 기관장 중심 보도자료가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정 이사장은 취임 이후 대학 공제 가입 확대와 학교안전공단 신설 추진 등을 강조해 왔다. 조직 확대 구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 사고와 보상 데이터가 공개된 시점에 공제회가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기관장 성과 홍보가 아니라 사고 감소와 보상 개선 성과다.
학교안전공제회 단체장 인사 문제는 이미 감사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자기 비서 출신 인사를 서울특별시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에 부당하게 임명했다고 밝혔다. 공식 추천 절차 없이 사전 내정이 이뤄졌고, 임원 임명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었다. 학교안전공제회가 교육권력의 자리 배분 통로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제는 서울만의 일탈로 볼 일이 아니다. 학교안전공제회는 전국 시·도별로 운영되고, 중앙회가 별도로 존재한다. 오래전부터 중복 운영과 운영비 증가, 공제급여 기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학교안전공제회가 진짜 현장 보상기관인지, 교육 행정 조직의 별도 자리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제회 재정은 공공성을 갖는다. 교육청 예산, 학교 부담, 공제료, 공제기금은 모두 학생 안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모인 돈이다. 그래서 일반 기관보다 더 엄격한 설명 책임이 필요하다. 국외연수에 수억원을 쓰려면 결과보고서와 정책 반영 사례, 보상 처리기간 단축 효과, 사고 예방 성과가 함께 공개돼야 한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보상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한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 사고가 난 뒤 돈을 지급하는 것보다 사고를 줄이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예방사업은 성과 측정이 어렵다. 그래서 더 투명해야 한다. 연수, 홍보, 출장, 행사, 조직 확대 예산이 실제 사고 예방으로 이어졌는지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조직이나 더 많은 기관장 인터뷰가 아니다. 학교안전사고가 얼마나 줄었는지, 보상은 얼마나 빨라졌는지, 사고가 많은 학교급과 활동에 어떤 예방 대책이 들어갔는지다. 공제회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기관이라면 예산과 홍보도 그 목적에 맞춰야 한다.
학교안전공제회는 학생이 다쳤을 때 마지막으로 기대는 제도다. 그 기관의 돈과 자리가 현장보다 조직을 위해 쓰인다는 의심이 생기면 제도 신뢰는 흔들린다. 2025년 사고·보상통계가 공개된 지금, 공제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아이들을 위한 보상기관인가, 기관장과 조직을 위한 공제회인가.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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