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안팎 “삼성생명 봐주기 의혹”‥금융위 “법과 절차대로 진행할 것”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건 분쟁문제가 ‘재점화’됐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8개월 지연 끝에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이 사안을 넘긴다고 밝히면서 명확한 징계여부 결론 없이 애매모호한 상황으로 오자, 업계 안팎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삼성생명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언급하며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달 23일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건에 대한 제재 안건 처리 여부를 8개월가량 검토하다 최근 이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넘겨 법적 자문을 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삼성생명 제재 안건 처리가 이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및 일각에서는 삼성생명 ‘암보험’ 미지급건 제재가 법적 구속력도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금융위가 애초부터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목적을 두지 않고 회사 입장을 대변한 안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의혹어린 시선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생명의 ‘암보험’ 미지급 분쟁문제는 2018년 말부터 피해자들이 암보험을 지급하라며 시위를 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삼성생명은 그 전에도 암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할 수 없다며 가입자들과 오랜 갈등을 이어왔는데, 급기야 2017년에는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이하 보암모)라는 단체가 결성되기도 했다.
보암모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제기한 보험금 지급소송은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됐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러한 내용이 명시돼있지 않고, 연금액이 상품 가입 시 최저보장이율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10월에는 금융소비자연맹 주도로 보험금 지급 소송도 제기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4년 동안 해결방안 없이 미적거려온 데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2019년 암보험에 가입한 암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에도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삼성생명의 수용률이 39.4%에 그쳐 논란이 지속됐다.
2019년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고 500여건의 암 입원보험금 청구에 대해 부당하게 지급을 거절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시 금감원 판단은 삼성생명이 암의 직접치료 목적으로 충분히 볼 수 있는 500여건 사례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보험약관 위반이라고 결론내렸다.
통상 보험약관은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해 4일 이상 계속해서 입원했을 때 암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면 주치료병원 의사나 제3의 의사의 의학적 소견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반증을 통해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요양병원 입원치료는 암 입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하고, 이후에 계약자가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 ‘암입원보험금 화해 가이드라인’이라는 자체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화해를 진행한 것으로 금감원 검사결과 드러난 것이다.
이후 같은 해 1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고, 보험법업상 기초서류(보험약관)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으로 ‘기관경고’를 결정한 후 금융감독위원회에 올린 바 있다.
안건소위원회(안건소위)는 이에 8개월 가량 해당 사안을 검토했고 최근 이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넘긴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약칭 경실련)은 금융위가 삼성생명 암보험 제재 안건과 관련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8개월 정도를 끌어 온 것도 문제지만 뒤늦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가 더 문제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보험회사들의 입맛에 맞는 봐주기식 해석을 결정하고, 금융위는 이를 빌미로 은근슬쩍 삼성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결과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건을 금융위가 미루다가 법령해석심의위로 떠넘긴 결정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후보의 입장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삼성생명 암 보험금 미지급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열린 청문회에서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고승범 후보자에게 ‘삼성 봐주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이번 금융위가 삼성생명 미지급 안건을 자문기구에 넘겼다는 점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라고도 비난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위 입장에서 법령해석심의위가 금감원 징계는 잘못됐다고 해석을 내리면 징계 철회에 따른 비난을 줄일 수 있고, 반면에 징계가 맞다고 결정해도 자신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상임대표는 금감원 제재가 뒤집혀질 경우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는 분명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지만, 이해가 다른 상대편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유연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삼성생명 제재 여부 관련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령 해석상의 모호한 점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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