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풍선효과’ 잡겠다더니…
[데스크 칼럼] ‘풍선효과’ 잡겠다더니…
  • 최정우 기자
  • 승인 2020.06.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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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정우 편집국장] ‘풍선효과’ 잡겠다더니 또 실패한 모양이다. 지난 6월 17일 발표된 ‘6‧17부동산 대책’ 얘기다.

정부는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른 집값을 잡겠다면서 대책을 또 내놨다. 올해만 7번째,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22번째다. 굳이 따진다면 문 정부 출범일인 지난 2017년 5월 10일을 기준으로 51일 만에 한번 꼴로 대책을 쏟아낸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잡기엔 역부족인 듯 하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대책을 내놓으면 규제를 피한 지역의 가격이 오르고, 오른 지역을 규제하면 또 다른 비규제지역이 상승하니 말이다. 마치 풍선처럼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고, 부풀어 오른 곳을 누르면 또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지난 6월 18일, 그러니까 ‘6.17대책’을 발표한지 불과 하루가 지난 다음날.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포, 파주 등의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김포와 파주지역은 ‘6.17 대책’에서 경기 연천, 동두천, 포천, 가평, 양평, 용인 처인구와 남양주 일부지역, 인천 강화‧옹진 등과 함께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됐다. 규제대상에서 비켜 나간 곳들이다. 이들 지역들은 접경지역이란 이유로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가버렸다. 김포와 파주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김포의 경우 한강신도시 주요단지에서 기존에 팔리지 않았던 매물들이 속속 소진되고 있다. 집 주인이 호가를 높이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도 발생했다. 대책 발표 단 하루만에 부동산 시장이 출렁거리기 시작한 것. 주로 ‘대장주’ 아파트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책 발표 일주일이 지난 25일 현재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운양동 한강신도시롯데캐슬 112㎡의 경우 대책 발표전에 비해 4천만원이 올라 4억9천만원에 매매시세가 형성돼 있다. 또 최고 가격인 5억3천만원에 계약서를 작성, 거래되기도 했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의 말이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동 풍경마을래미안한강2차 112㎡도 4억6천만∼4억7천만원선에서 매물이 나와 있다. 대책발표 이전에 비해 최고 3천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공인중개사무소측은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에 잡으라(매매하라)”고 귀띔했다.

파주 운정신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운정신도시는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곳.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상황이 역전된 모양새다. 풍선효과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일까. 파주 와동동 해솔마을7단지롯데캐슬 84㎡의 경우 대책 발표이후 최고 4억2천만원까지 매매시세가 형성돼 있다. 대책전에 비해 3천만~4천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호가는 이보다 더 높은 4억6천만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다른 주요단지도 호가가 5천만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지방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천안과 아산 등이다. 대전과 청주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탓이다. 지금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풍선효과(Balloon effect)는 원래 미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던 시절이다. 마약 밀수입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미국이 마약수입의심국가로 지목된 중남미 몇몇 국가들에 대해 통관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강력한 단속을 벌이는 등 초 강수를 뒀다. 그러나 마약사범들은 활동무대를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옮겨 똑같은 짓을 벌였다. 미국 마약 범죄를 눌렀더니 중남미 마약이 부풀어 오른 꼴이다. 결국 미국은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둬들이지 못했다. 당시 미국 언론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풍선효과’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풍선효과’는 정책 부작용을 설명하는데도 사용된다. 예를 들면 과외금지조치를 내리게 되면 비밀과외가 생겨나고 성매매특별법으로 사창가를 없애지만 변종 성매매를 성행하게 만든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떤 현상을 억제할 경우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6.17대책’을 발표하면서 김포, 파주 등의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이들 지역을 규제하는 지역으로 묶는 방안을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을 누른다고 해서 시장이 안정화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기준금리가 0%대로 진입한데다 하반기엔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에서 30조~40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순차적으로 풀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토보상비율을 50%로 잡는다해도 적게는 15조원, 많게는 20조원이 시중에 나오게 되는 셈이다. 이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경우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분양시장의 과열을 불러 또 다시 ‘풍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예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다시 한번 풍선효과를 잠재우기 위해 ‘풍선’을 누를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엔 어디가 튀어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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