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감염 걱정보다 ‘샤넬 가방’ 구매가 먼저?
[기자수첩] 코로나19 감염 걱정보다 ‘샤넬 가방’ 구매가 먼저?
  • 김시우 기자
  • 승인 2020.05.13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아직 백화점 운영 전 시각 이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는 50여 미터 정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왜 이른 시간부터 백화점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것인가. 이유는 명품이었다.

오는 14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일부 인기 핸드백의 값을 지난해 10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또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코리아가 가격 인상을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제품 가격이 7~17% 인상됐고 현재 샤넬 코리아 홈페이지는 10일부터 가격 정보가 삭제된 상태다.

이에 소비자들은 내일보다 저렴할 오늘의 샤넬 백을 사기 위해 장사진부터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는 ‘오픈런(open run)’까지 보기 드문 광경을 보인 것이다.

특히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둔 13일은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서울 유명 백화점들 입구에는 개점 전인 새벽부터 고객들이 몰렸다. 줄을 선다고 모두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핸드백은 재고가 없거나 선호도가 낮은 색상만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샤테크(샤넬+재테크) 행렬은 늘 있어 왔던 일이나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심리가 억눌려 있다 보니 샤넬의 가격인상 소식에 ‘보복 소비’가 분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명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서 ‘생활 속 거리두기’는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있지만 일행과 대화는 물론 타인과도 아주 밀착된 모습이었다.

최근 이태원클럽 발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확산되며 몰려든 인파에 백화점 방역이 뚫릴 수도 있지만 인기 모델을 얻기 위해 100~200명의 긴 행렬이 늘어서고 달리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코로나사태 와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진풍경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소비자는 “가격이 100만원 더 저렴할 때 사는 것이 이득”, “코로나 격리에 지쳐 사러 나온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코로나 격리로 지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다”, “명품이 뭐기에 코로나 예방수칙도 무시하나”라는 반응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스러운 시기인 와중에 단행한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샤넬은 정책 변화, 유로화 환율변동 반영,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매년 가격을 인상해 왔다. 재작년에는 가격을 4차례, 작년에는 3차례 올렸다. 이미 여러 차례 가격 인상에 이어 이번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1분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날카로운 눈초리를 피하기는 힘들다.

내가 원하는 샤넬 가방 구매가 코로나19 확산보다 노심초사라니 유감일 따름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지켜온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 방역 메뉴얼이 무너져 다른 피해가 생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크다.

물론 물건을 사는 것은 구매자 마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감염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내 가족, 친구, 동료의 건강을 방심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