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 기업 매출 하락만으로 ‘노재팬'이 성공적이라 할 수 없는 이유
[기자수첩] 일본 기업 매출 하락만으로 ‘노재팬'이 성공적이라 할 수 없는 이유
  • 김시우 기자
  • 승인 2020.04.2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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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시우 기자]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문구가 담긴 일본 보이콧 로고가 인터넷에 심심찮게 보이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노재팬(NOJAPAN)’ 해시태그가 걸린 게시글이 1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모두 일본 불매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생산됐다. 국민은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성공하자며 다 함께 연대하기도 했다.

왜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일본에 분노하며 불매운동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 것인가.

때는 지난 2018년 10월30일,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 일본전범기업들이 피해를 보상하라며 한일청구권협정이후 처음으로 개인청구권을 인정했다. 이에 아베정부는 1965년에 배상을 했으니, 한국 정부에서 배상하라고 반박했다.

실제 1965년 당시 여전히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던 시절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으로부터 5억 달러의 배상을 받는 조건으로, 식민지배의 피해에 대한 보상 및 배상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국가와 국가에 대한 피해보상이 해결되었을 뿐 일제강점기 시절 피해 받은 개인에 대한 피해보상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청구권은 유효했다.

결국 일본은 판결에 대한 보복성으로 2019년 7월 한국을 향한 수출제재(경제제재)를 발표했고 2019년 8월2일 최종적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수많은 우리 국민이 과거 무고한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해 이제라도 진심어린 보상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경제보복이라는 얄팍하고 간사한 수를 택했고, 국민들은 이를 불매운동으로 응수한 것이다. 더욱이 일본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잇따라 망언을 내뱉으며 불매운동 열기를 지폈다.

그간 일본과의 트러블로 인해 발생한 불매운동들이 별다른 지속력과 힘을 갖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많이 달랐다. 일제 펜 하나 사는 것도 눈치 보일 정도로 불매 여론이 거셌고, 많은 일본 기업들이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 하락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은 작년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9749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1조356억원을 거둔 이래, 5년 만에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영업손실은 19억원로 적자 전환했다. 2019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 영업이익은 1994억원이었다.

의류·생활잡화·식품 소매업체인 무인양품도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76억8000만원이었으나,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아사히맥주를 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623억원으로 전년 1247억원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당기 순이익은 66억원에서 181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불매운동 전 아사히맥주는 수입 맥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해 7월 이후 매출이 뚝 끊겼다.

또 스포츠 의류업체 데상트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전년 679억원보다 78%가량 급감했다. 매출은 6156억원으로 전년대비 15%가 떨어졌다. 데상트코리아는 데상트·르꼬끄스포츠티브·먼싱웨어·엄브로 등을 운영하는 회사로, 지분 100%를 일본 데상트가 보유하고 있다. 국내 진출 후 2018년까지 16년 연속 성장했으나, 불매운동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올해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기업은 점포수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던 불매운동의 열기가 지금 점차 식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본의 가정용 오락기기 제조 및 판매 업체 ‘닌텐도’가 지난달 20일 닌텐도 스위치용 ‘모여봐요 동물의숲’을 출시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닌텐도 게임기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동물의숲은 마을꾸미기, 낚시하기 등 소소한 컨텐츠로 ‘힐링게임’이라 불리며, 발매 당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임에도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준비한 게임기 70대에 3000여명이 몰렸다.

특히 출시 가격이 36만원이었던 닌텐도 스위치의 가격은 인터넷 거래상에서 60~70만원대로 올랐고, 동물의 숲 캐릭터로 포장된 특별판 게임기는 80~90만원대까지 값이 상승하기도 했다.

또 ‘노재팬 예스코리아’를 외치던 사람들은 자신의 귀여운 동물의 숲 캐릭터를 SNS에 올리며 자랑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동물의숲 열풍에 일본 누리꾼들은 ‘노재팬이라면서 한번도 불매운동을 성공한 적이 없다’, ‘일본 불매한다더니 어떻게 된거냐’며 한국인을 비아냥거리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씁쓸한 대목이다. 불매운동을 하며 애국심을 다지는 국민들까지 우롱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과 선택이 법률적 문제가 없을 때 비난하는 것이 옳지 않지만 어쩐지 답답하다.

단순히 일본 기업들의 매출 하락으로 지금의 불매운동을 성공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불매운동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려면 경제제재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에서 멈추지 않고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정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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