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긴급재난지원대상 하위 70%, 세금 내는 사람 따로, 받아 가는 사람 따로
[기자칼럼] 긴급재난지원대상 하위 70%, 세금 내는 사람 따로, 받아 가는 사람 따로
  • 최봉석 기자
  • 승인 2020.03.3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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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봉석 기자]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받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난 받을 수 있는지" "우리 집도 해당되는지"와 관련된 온갖 소식들이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코로나 재난 사태로 백척간두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서 경제의 기초체력이 빠른 속도로 저하될 만큼 국가 경제가 A급 태풍 앞의 등불 같은 상황에서 '소득 하위 70%(약1천400만 가구, 3천600만명) 가구'에 지원을 한다니 이런 낭보가 없다.

소득 하위 70% 가구의 '경곗값'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돈을 직접 주든, 대신 화폐를 주든, 아니면 상품권을 주든, 주관적 편견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더라도 이는 기분 좋은 일이다. 진짜 소득이 저조한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진 가구가 하위 70%에 속하고 그런 그들에게 지원한다면 말이다. 정치든, 총선용 포퓰리즘이든 상관없다. 경제에 문외환이라도 현실경제가 힘들다면 사회주의적 발상을 하더라도 상관없다.

30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을 지자체에서 활용 중인 지역사랑 상품권이나 전자화폐 등의 형태로 지급한다.

그런데 정부 계산법대로 정말 하위 70%는 코로나 사태로 벼랑 끝 위기감과 절박감을 느끼고 있고, 이와 반대로 '갑자기' 상위 30%라는 '잘사는 부류'에 속해버린 국민은 코로나 사태에서 그 어떤 경제적 고통도 받지 않고 '상위 클래스 흉내'를 내며 지내고 있는 것일까.

백번 양보해 이른바 '선별의 잣대'에 대한 비판 없이 정부가 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하위 70% 1400만 가구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100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2차 추경을 무리하게 편성하게 되면 이젠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일까. 지난 몇달 간 한국 경제를 괴롭히던 소비 침체 상황은 종료되고 '죽을 힘을 다해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서민, 중산층의 원성은 사라지게 될까.

물론 아닌 것 같다. 정부가 시행한 제도 중에서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자격기준'과 관련된 전날 정부 정책 발표 이후 국민 다수의 반응을 보면 '세금을 내는 사람이 따로 있고, 혜택 보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냉소적 반응이다.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판의 강도는 차이가 있었지만, "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격 시행한 재난기본소득처럼 "조금 적더라도 빠지는 가정없이 다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어렵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형평성 논란이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와 나머지 상위 30%를 구분하기 위해 '순수하게' 월 소득만 따질 경우, 월 소득은 비록 낮지만 재산이 많은 고액 자산가도 지급대상에 포함되는 등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즉, 기본적인 월 소득에 '진짜' 재산(부동산, 전월세 보증금, 금융재산, 자동차 등)까지 종합적으로 포함시키는 '소득인정액'을 지원 기준으로 정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하위 가구는 상위 계급처럼 포장돼 보여지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진짜 상위계급은 얼핏 하위 부류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부 발표 이후 혼란이 또 다른 혼란을 유발하는 이유다.

비싼 아파트나 많은 주식을 갖고 있지만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들도 혜택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려면 국내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해야 30%를 제외할 소득 기준선을 정할 수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른 시일 안에 기준선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신중한 이슈를 기준조차 정하지 않고 툭 내뱉은 셈인데, 정밀하게 측정하지 않고 탁상공론 수준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자기고백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위소득 150%(하위 70%)는 1인 가구 기준 264만원, 2인 가구는 449만원, 3인 가구는 581만원, 4인 가구는 712만원, 5인 가구는 844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법은 A부터 Z까지 허점투성이다. 하위 70% 언저리에 있는 중산층 가운데는 받는 사람이 있고,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서다. 이를테면 4인 가구의 경우 소득이 711만원으로 기준점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100만원을 지급받고, 713만원을 버는 가구는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오로지 '월 소득만' 보고 접근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다. 대부분 중산층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맞벌이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금융·자동차와 같은 재산에는 눈을 감고 소득만 보고 '기준점'을 정한다면 가뜩이나 둑이 넘쳐흐를 지경인데 둑 위에 고이는 물의 양만 늘려버리는 꼴이다. 이미 2차 추경까지 현실화되면서 국가부채와 재정수지 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민들의 삶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자 탁상행정에 가까운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시민들이 "주변에 돈많은 외벌이 집들은 정부 지원금을 매번 다 받고, 아등바등 악착같이하는 맞벌이는 늘 외면받는다" "정말 서럽고 억울한데 역차별 받는 기분" "세금은 많이내고 혜택은 없다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 할 뿐이다"고 목청 높아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이재명 경기지사는 과거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왜 가난한 사람한테 준다고 하는 명분으로 세금을 많이 낸, 이 사회의 재정 기여자들은 제외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이거야 말로 정치고, 이거야 말로 포퓰리즘이다.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게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제 선순환 구조'의 정의를 내린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이 위급한 시기에 총선을 앞둔 묘한 상황에서 하위 70% 가구의 표를 의식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더 깊은 고민을 통해 '자신들이 만든 모순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아야 한다.

이미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에 전 국민을 지원하지 못한다"며 소득이 많은 상위 30%의 이해를 구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과 직면하고 있다. 물론 상위 30%에는 진짜 부자도 있겠다. 하지만 가진 재산조차 없어 가난하게 살지 않기 위해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직장을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여유조차 없이 열심히 사는 진짜 대한민국 하위계층을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위30% 그룹으로 분류하며 차별하면 이게 바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혜택을 받는 대상을 선별하는 일은 꽤나 복잡하다. 이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5월 지급 때까지 대상을 선별할 경우, 현재 코로나로 인해 부족한 행정비용을 더욱 소모하게 된다는 건 명약관화한 일이다. 기한이 있는 지역화폐이기 때문에 전체에게 지급해도 경제효과는 거의 동일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는 "공평하게 다 지급할 자신이 없다면, 어려운 사람만 선별해 지원해라"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결단을 보여주기 바란다. 1회성 지급 행위가 혹시나 포장술이고, 화장술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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