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민국 움직이는 '진짜' 원리...불확실성 높아진 현실에서 '기업'은 눈부셨다
[기자수첩] 대한민국 움직이는 '진짜' 원리...불확실성 높아진 현실에서 '기업'은 눈부셨다
  • 최봉석 기자
  • 승인 2020.03.2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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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0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2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강화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전반적인 경제 흐름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가는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 굳이 아니더라도,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불확실성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라는 이 기괴한 정국에선 이러한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과연 현실과 일맥상통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기존의 해법과 논법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위험관리 측면에서 '불확실성' 보다는 '초불확실성'으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뿐 아니라 이미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어제와 오늘을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의 시대'라고 부를 정도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1885~1972)는 "(미래가) 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은 기업인이 필요없는 세상"이라며 '기업가 정신'의 가치에 대해 주목했다.

세상이 생산·소비·무역의 상호의존도에서 벗어나 경제 문제에 대한 국가적, 소모적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고, 마치 공산주의처럼 꼭두각시 경제로 세상이 돌아갈 경우 기업가들은 어쩌면 세상에 필요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불확실성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기업가'라는 설명이기도 하다.

굳이 전문 경제서적을 통해 인용하지 않더라도, 어떤 일에 착수하다(undertake)와 시작하다(commence)의 합성어인 프랑스어(entreprendre)에서 기업가(Entrepreneur)라는 단어가 출발한 것이 '역사적 팩트'라면 기업가는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혁신을 위해 반드시 위험 부담(risk-taking)과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는 '외로운' 직업군이다.

이처럼 확실성과 거리가 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앞다퉈 기업인들의 의사결정이 무난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이를 위해 그 무엇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규제 유연화'다.

이를테면 대형마트는 현재 의무휴업일 규제로 당일 온라인 영업을 금지하고 있어 밀집지역 방문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의무휴업일 온라인 주문과 배송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업무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과 특별근로시간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현 위기 극복을 위해선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기업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하지만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속도조절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시장 친화적인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 정부는 잇따른 '근로자 표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기업인들의 바람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여전히 일각에서 삐딱한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경제 전체의 모습을 결정하는 '핵심 동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법조계에선 기업인들을 온갖 비리를 저질러 자신들의 주머니 크기를 키우는 '범죄자'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주관적인 기분이나 감정으로 기업인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 정국에서 어떠한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증한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필터용 부직포(MB·멜트 블로운)를 민관(民官) 협력으로 해외 2국에서 들여오기로 했는데 수입이 성사되기까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루트를 뚫지 못해 전전긍긍 하고 있을 때문에 기업인들의 인맥이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비록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의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만 할 수 있는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발이 묶인 교민 수송에 여객기를 투입하거나 노선 운영을 지속하며 '재능 기부'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이란과 주변국 간의 항공노선이 축소돼 이곳을 오가던 우리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외교부와 긴밀히 협의해 전세기를 운항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국내 주요기업들은 코로나19로 국민적 고통이 갈수록 커지자 위기극복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계 일각에선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기업인들 패싱'을 고집하고 있다는, 즉 현 정부가 기업가들에게 '불신'이라는 이념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이날 회의에 전경련은 초청받지 못했다. 3년간 적폐로 낙인찍힌 전경련을 의도적으로 현 정부가 패싱(Passing)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는 산업계 뿐 아니라 국가적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왕따가 현실화되고 있어 청와대 내에 시장경제를 '제대로' 아는 인적 자원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합리적 질문과, 왜 현 정부는 어려울 때만 기업을 찾고, 정치적 이슈업이 필요할 땐 특정 기업을 적폐로 만드는 '이중성'을 보이는지에 대한 쓴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기업인들에 대한 지나친 혐오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자기투쟁일 수밖에 없다. 총선 정국에서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가 됐다. 코로나 사태로 소비와 투자는 하락했다. 실물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고, 투자지표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럴 때는 '적군'과도 손을 잡는게 '위기'에서 탈출하는 해법이다. 불확실한 경제에서 언제까지 적폐기업 청산만 외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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