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너지는 유통업계, 적극적 지원책 마련해야
[기자수첩] 무너지는 유통업계, 적극적 지원책 마련해야
  • 김시우 기자
  • 승인 2020.03.2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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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업계도 각종 규제와 온라인 경쟁심화로 인한 부진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심각한 고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다양한 지원 대책에서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업계는 빠져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정부의 지원 대책 주요 내용은 소상공인·중소기업 긴급경영자금 융자 2조원 확대와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을 2조원 늘린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더불어 고용유지 지원 및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고 피해점포 및 전통시장 회복을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 대책 대부분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유통 대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자동차 부품 ▲관광·외식업 ▲항공·해운업 ▲지역경제 ▲수출기업 등 6개 분야에 걸친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이 중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에 대한 지원 대책은 '면세점 임대료 3개월 유예' 정도가 전부다.

이마저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입점 업체가 ‘임대료 인하’ 문제를 두고 세 차례 마주하며 논쟁했지만, 결론은 ‘임대료 유예’에 그쳤다. 인천공항공사는 19일 열린 입점 업체와의 간담회에서 “정부 지침 없이 임대료 인하는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공항 면세점 매출은 70% 넘게 급감했고, 지난 2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0.6% 감소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와 코로나19 악재가 겹쳐 실적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실적 타격에 유통업계는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규제완화’를 꼽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필품 대란임에도 회사 이익은 물론 의무휴업으로 고객 발길까지 돌려야 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한시적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정의당은 4·15총선 공약으로 유통사에 대한 규제 강화를 내놨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제를 현행 월 2회에서 월 4회로 확대하고, 복합쇼핑몰에서도 의무휴일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바닥으로 치닫는 시장 생태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면서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견기업과 넓은 업종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요구했다.

매장 방문객이 줄어든 유통업체들은 현행 월 2회의 의무휴업일과 영업금지 시간(오전 0시~10시)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라도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언택트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며 배송 시스템이 크게 부상하고 있지만 폐점시간과 의무휴일엔 규제로 배송이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상권에 위치한 대형 유통업체의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혹은 면제조치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수요를 억제하고 교통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가 유통업체에 부과하는 일종의 준조세다. 최근 내방 고객이 대폭 감소하고, 임시휴업이 잦은 상황에서 교통유발부담금을 계속 납부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 정책인지 의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깨를 두드려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심산이겠지만, 정부가 유통업계의 아픔과 고통을 정확하게 읽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원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유통 대기업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모두가 고통을 받는 현 상황에서 한쪽의 목소리만 듣고 여기에 치우치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진정한 ‘경제 살리기’에 관심이 없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규제 강화’ 목소리 역시,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의 기본적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쯤 되니 ‘빨간불이 켜진’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빨간불이 켜져도 된다는 논리를 정부가 갖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정부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실효성 없는 대책 대신, ‘무너지는’ 유통업계를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 정책 등 디테일 한 설계도를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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