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원태가 실패한 경영자라는 조현아의 메시지, 과연 믿을 수 있나
[기자수첩] 조원태가 실패한 경영자라는 조현아의 메시지, 과연 믿을 수 있나
  • 최봉석 기자
  • 승인 2020.03.16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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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봉석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의 미래가 달린 정기 주주총회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GC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계속 조원태 회장에 대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경영자"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근로기준법 위반, 부정 입학 등 개인 일탈이 계속됐으며 누적된 한진칼 적자, 부채비율 폭등 등이 '실패한 경영자'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인데, 이러한 조현아 측의 주장이 오히려 더 기괴하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이른바 '남매의난'으로 평가받는 한진 오너 가(家)의 분쟁에서 터져 나오는 일부 진영의 목소리는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한 배를 타고 코로나 사태 해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180도 다른 행보라, 결국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공허하게 들릴 정도다.

한쪽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한진그룹 흔들기'라는 다소 상식밖 행보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집 집안 싸움을 이웃사람이 논하는 것 자체가 왠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 해결에 대한 '해법'은 없고, 오로지 한진그룹 경영 위기 책임은 조원태 회장에게 있다는 '반복적' 메시지가 한쪽에서 줄기차게 나온다.

대한항공은 최근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 아이디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자"며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조원태 회장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발 항공여객 수요가 대폭 감소하자, 인천을 거쳐 제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 수요를 유치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2009년 전 세계 주요 항공사가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시 대한항공은 영업 흑자(1334억원)를 기록했다. 불안감이 고조되면 곧바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소 간단한 결정으로 보이는, 즉 단순히 여객기를 화물기로 쓴 것 뿐이라고 '비전문가 그룹인' 외부에선 의미없이 접근할 수 있지만, 회사 내부에선 번쩍이는 경영 아이디어를 제시해 통 큰 결정을 내놓은 셈으로 상당히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그만큼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의 초토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항공 수요는 급감했다.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경영위기'를 선포했던 국내 항공업계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절박함과 두려움이 뒤섞인 공포감을 호소하는 게 현실이다. 2월에 이어 3월까지, 항공기들이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고 있고, 결국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4월 사정은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국내 1위 항공사를 이끄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9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상황이 더 장기화하면 회사의 생존을 담보받기도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124개 노선 가운데 89개를 중단하면서 국제선 운항률이 80% 이상 감소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땅콩회항'의 주인공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3자 연합은 이러한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과 행보를 내놓고 있다. 혹자의 표현대로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기존에 제시했던 전략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잡기식 아이디어를 통해 '조원태 죽이기'에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있다. 워낙 조원태 회장 개인을 향한 공세의 수위가 높은 까닭에 3자 연합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현아의 복귀를 위한 제스쳐가 아니냐는 의견이 내부에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조 회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일 대한항공 창립 51주년을 맞아 사내 게시판에 등재한 기념사를 통해 "우리가 직접 대한항공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씨앗을 뿌리며 나아가면 좋겠다"며 새로운 100년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주문한 게 외부를 향한 공식 멘트의 전부다.

조 회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얼마 전에는 '한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목으로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약 110여 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조현아 3자 주주연합으로부터 회사를 지켜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한진그룹을 외부세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 "항공산업 경영 전문 분야는 한진그룹의 가진 큰 경쟁력이자 장점이며, 일반 기업에서 경영해본 경험으로 항공산업 경영 전문가 자리에 오른 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최고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항공업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심하다"는 비판적 글을 남기고 있다.

물론 이 회사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 역시 주총을 앞두고선 주요 주주 간 물밑 작업을 통한 '합종연횡'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치킨게임을 진행하고, 그런 혈투는 주총이 다가올 수록 더욱 과열 양상을 띄기도 한다. 때론 주주의 동참을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여론전을 전개할 수도 있고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꾸준히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경영상황이 정상적일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현 항공업계는 앞으로 나가는 게임이 아니라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제자리라도 겨우 지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완전히 마비돼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인 까닭에 기존에 모아둔 현금으로 항공기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

항공산업은 외생 변수와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다. 이에 따라 업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빠른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대신, 경영권 탈환을 위해 아마추어적 발상으로 매사에 접근한다면 누가 박수를 치고 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한진그룹의 역대급 위기는 '땅콩회항'이라는 사상 초유의 오너 리스크로 시작됐다. 그리고 업계는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018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복귀를 시도하는 등 경영권 공동 행사를 원했으나 좌절되자, 이달 말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백번 양보해 한진그룹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은 과거에도 존재할 수 있고, 또 앞으로도 본격화될 수 있다.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코로나19 사태와 싸우고 있고, 온 국민 역시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관성 있게 '기업 흔들기'에 주력한다면, 남은 건 흔들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없는 시선과 믿음 뿐이라는 걸 상기했으면 한다.

아울러 대한항공 경영권 싸움의 본질은 '누가 더 사업을 잘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너 리스크를 줄이느냐'에 있다는 점 역시 이참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실제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여파로 당시 주가가 하락하면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시총 기준 2500억원이 연기처럼 사라진 바 있는데, 이는 이 회사 구성원이 "고수익 부가 매출 확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16일 선언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에게 아무런 기대도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외부 세력의 기괴한 논리가 개입돼 처참히 무너진 기업은 이미 수없이 지켜봤다. 단순하지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양쪽 모두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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