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주총 예고…코로나 패닉 속에 확 달라진 기업 풍경, 관전 포인트는?
다음주부터 주총 예고…코로나 패닉 속에 확 달라진 기업 풍경, 관전 포인트는?
  • 최봉석 기자
  • 승인 2020.03.1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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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도 '비상'…일정·장소 변경, 출입 제한부터 전자투표제에 참석자 체온 확인까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번 사태가 국내 대다수 기업들의 주주총회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번 사태가 국내 대다수 기업들의 주주총회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번 사태가 국내 대다수 기업들의 주주총회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주들의 주총 참석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집단 확산을 방지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당장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이번 달 주주총회를 준비하는 기업 관계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거 한 곳에 모이는 주총의 특성상,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높은 까닭에 주총을 현 시국에 소집하는 것이 정상적인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정기 주주총회 분수령은 이달 셋째주다. 한국예탁결제원은 3월 셋째 주인 오는 16∼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가 총 314개사로 집계됐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일자별로는 금요일인 20일에 205개사가 몰려 '수퍼 주총 데이'가 될 전망이다.

이날 정기 주총을 여는 상장사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 등 134개사, 코스닥시장에서 동국제약 등 67개사가 있다. 엔지브이아이 등 코넥스 상장사 4곳도 이날 정기 주총을 연다. 이밖에 16일 국동 등 9개사, 17일 진양폴리우레탄 등 10개사가 정기 주총을 연다.

18일에는 삼성전자 등 22개사, 19일에는 현대건설 등 68개사의 정기 주총이 예고돼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이번 주까지 정기주총을 열거나 개최 예정인 회사는 총 51개사다. 예탁원이 집계한 12월 결산 상장법인은 총 2천302개사다.

24일도 주주 총회를 진행하는 곳만 305개 안팎이다. 23~27일까지 매일 각각 100여 개가 넘는 회사들의 기업 주총이 줄줄이 이어진다.

문제는 역시나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 추세다. '주주 총회'는 주주들이 기업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현장에서 개입하며 오류와 한계점을 지적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주총을 앞둔 일부 기업들은 주총 장소를 바꾸거나 전자투표제로 돌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주주들의 주총 참석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일부 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기업들 "전자투표 이용할 것" 한 목소리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식회사 체계에서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거 몰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지만 코로나19 공포증이 주주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당일 주총장을 찾는 주주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줄줄이 부결될 수 있어서다.

의결 정족수가 미달할지는 올해 주총의 관전 포인트 1순위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300여 개 상장사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상정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기업들의 가장 결의 가운데 하나인 사내이사 선임이나 해임 등과 같은 특별 결의는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과거와 달리 주주들이 현장 참석 여부는 기업들의 고민을 더 커지게 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참석주주 부족과 이로 인한 의결 정족수 미달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30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0년 주주총회 주요 현안과 기업애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정족수 부족(35%)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감염 우려와 예방책 고심(24%), 감사보고서 지연 등(13%)이 뒤를 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결 정족수'로 고민 중인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 전자 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소액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11일 한국예탁결제원이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달 10일 현재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회사는 약 540개사로 집계됐다. 예탁원은 이 가운데 약 70%가 예탁원의 전자투표 서비스(K-eVote)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부분 정기 주총이 이달 하순에 몰려있고 아직 전자투표 이용 여부를 공시하지 않은 회사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전자투표 서비스 이용사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탁원은 올해 전자투표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체 상장사가 약 850∼950개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전자투표 서비스를 이용한 상장사(650개)보다 최대 46%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각 기업들 분위기는 어떨까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주식회사 체계에서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거 몰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하지만 코로나19 공포증이 주주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당일 주총장을 찾는 주주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주식회사 체계에서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거 몰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하지만 코로나19 공포증이 주주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당일 주총장을 찾는 주주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기존 서초사옥보다 규모가 훨씬 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로 열기로 하고, 방역을 최대한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주총 연기 계획은 없다.

LG전자는 26일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총을 연다고 소집하면서 "코로나19 등 비상사태에 따른 일정·장소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도 각각 20일 파주 러닝센터와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총을 개최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일정·장소가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효성 등 다수 회사들은 주총장 입구에서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참석자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으면 출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마스크 착용도 당부하고 있다.

오는 20일 오전 10시, 이천 본사에서 제7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SK하이닉스는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고 있고 당사 주주총회는 본사 사업장 내에서 개최됨에 따라 주총 당일, 주주 외 외부인의 사업장 출입을 엄격히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주 간의 접촉 최소화를 위해 좌석 간격 확대(2m) 등의 예방 조치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자투표 활성화도 주주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이 올해부터 주총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오는 30일 정기 주총을 여는 KT도 이번 주총에서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KT는 "코로나19이 확산하기 이전에 전자투표 도입을 결정했지만, 전자투표 방식은 코로나19의 예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 주주는 한국예탁결제원 전자 투표 사이트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안건별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KT 주주는 이달 20∼29일까지 전자 투표를 할 수 있다. 28일까지는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 전자 투표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투표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주총 공고를 통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에 대한 활용을 당부하고 나섰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각각 2018년·2019년부터 전자투표를 실시 중이다. SK텔레콤 측은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전자투표제를 올해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전자투표제를 기존 3개 계열사에서 12개 전 계열사로 확대 도입하는 등 전자투표제를 이용하는 대기업들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측은 "주주 참석 및 주주권리 행사 등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주총 집중일을 피해 19일로 결정했다"며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주총 장소를 아예 변경하는 곳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19일로 예정된 주총 장소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로 바꾸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집단행사 방역관리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 대관이 취소돼 주총장을 변경한다"며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주들은 전자투표, 서면투표, 전자위임장을 적극 활용해서 의결권을 행사해달라"고 권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현재 통신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자투표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기존대로 용산사옥에서 주총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코로나19 감염 및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총회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측정 결과에 따라 발열이 의심되는 경우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이번 주총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아무래도 기업의 미래를 누가 진두지휘하느냐 여부다. 기업의 미래에 대한 '답안지'를 내놓는 주체적 역할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핵심 안건으로 올라온 기업들도 상당하다.

삼성, SK, 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새 얼굴들이 대거 사내이사 후보로 오르면서 그룹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LG전자의 경우 주주총회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정관 개정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또 사내이사 후보에는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과 배두용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신규 추천됐다.

롯데지주는 27일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롯데지주는 주총에서 신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송용덕 부회장과 윤종민 경영전략실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그리고 롯데칠성, 캐논코리아, 에프알엘코리아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통 3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SK텔레콤은 박정호 대표 연임, KT는 구현모 대표 신규 선임, LG유플러스는 결제사업 매각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앞둔 상황이다.

KT는 30일 서초구 태봉로 KT 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열리는 제38기 정기 주주총회에 구현모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한다. 구 사장은 지난해 12월 27일 KT의 신임 CEO로 내정됐다. 구 사장의 임기는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3년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구 사장 선임뿐만 아니라 정관 일부 변경,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경영계약서 승인,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등 8개 안건이 상정된다.

SK텔레콤은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릴 주총에서도 전자투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는 박정호 사장 재선임 외에 임원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웅진코웨이'를 흡수한 넷마블도 오는 2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방준혁(52) 의장을 재선임하기로 의결한다. 임기는 3년이다. 넷마블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방 의장은 2014년부터 이사회에서 회사 경영을 이끌어 오고 있다.

올해 주총의 하이라이트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이다.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33.45%, 조현아 등 3자 주주연합 31.98%로 그 격차가 1.47%포인트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진칼은 지난 주말부터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명부상 주소지로 직접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의결권 권유 업무를 위해 상장기업 의결권 위임장 전문대행사를 위촉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주명과 보유 주식수, 생년월일, 주소 등이 적힌 명부를 들고 일일이 집마다 찾아다니며 위임장에 동의해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삼성SDS가 사업 목적에 '전자금융업'을 추가하려던 주주총회 안건을 갑자기 철회한 것도 재계의 눈길을 끄는 이슈로 떠올랐다. 삼성SDS는 지난달 18일 이사회에서 회사 정관의 사업 목적에 전자금융업을 추가하기로 의결하고 18일 주총에서 이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간편결제 등 금융업 진출로 오해하는 시각이 생기자 부득이하게 주총 이전에 안건 자체를 삭제하기로 했다.

전자투표제 자리잡을까

매년 반복되는 '주총 대란'에 코로나19 확산 불안감까지 더해져 상당수 상장사가 주총 개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전자투표제가 제대로 정착할지 여부는 마지막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장사들의 원활한 정기 주주총회 개최를 돕기 위해 주총 전자투표 수수료가 면제되고 주주들이 지문인증 등 간편인증을 통해 편리하게 전자투표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11일 논평을 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상장사들이 전자투표제를 유지·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버넌스포럼은 "최근 삼성전자와 KT, CJ그룹 및 현대차그룹 계열사 등 주요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중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평가했다.

포럼 측은 "전자투표제 도입과 주주총회일의 분산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라도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접근성 확대와 이를 통한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그동안 주주총회 접근성 문제는 대주주에 의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소액주주들의 주총 접근성 확대는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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