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게임업계" 코로나19로 E3 게임쇼 취소...국내 기업들도 '올스톱 위기'
"위기의 게임업계" 코로나19로 E3 게임쇼 취소...국내 기업들도 '올스톱 위기'
  • 최봉석 기자
  • 승인 2020.03.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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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깊어지는 국내 게임사들, 사실상 비상사태....각 업체들 "예의주시 중"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재택 근무' 연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쇼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2020'(E3 2020) 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쇼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2020'(E3 2020) 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게임 비즈니스가 올스톱 위기에 놓였다.

게임업계의 승부처는 '해외시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러운 변수에 해외 게임시장도 발이 묶이면서 '새로운'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지려 했던 국내외 게임사들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위기상황에 반사이익을 얻는 업계가 게임산업이라고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는 그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 만큼 역대급 암초라는 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내외 게임 업계가 지난해부터 준비 중인 다양한 일정은 '어려운 시기인 만큼' 그야말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신 게임이 첫선을 보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쇼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2020'(E3 2020) 행사는 결국 취소됐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는 오는 6월 9일부터 11일까지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E3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E3는 매년 미국 LA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 전시회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와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유비소프트, EA 등 유수의 게임제작사들이 신작 게임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무대다.

ESA는 성명을 내고 "업계 모든 사람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회원사들과 면밀한 협의를 거쳐 E3를 취소하기로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압도적으로 커지고 있고, 전 세계가 처한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행사 취소는 최선의 방법이자 올바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시회는 전세계 게임업계에 중요한 행사로 꼽히는 만큼, E3 2020가 취소됨에 따라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는 게임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3 취소 결정에 앞서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던 게임개발자 콘퍼런스(GDC)가 연기됐고, e스포츠 경기들도 줄줄이 무산됐다.

국내기업 해외공략 차질

엔씨소프트는 당초 7년 만에 'E3'에 참가하며 글로벌 진출과 플랫폼 확장 행보를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엔씨는 최근 서구권을 위시한 글로벌 진출과 더불어 모바일을 넘어 PC·콘솔 등으로 플랫폼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인 E3 복귀를 결정했었다.

그리고 이번 E3에 북미 지역 개발사가 만들고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홀딩스가 현지 퍼블리싱(유통·서비스)을 맡는 신작 게임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외 행사가 연기도 아닌 취소가 되면서 이 회사의 이 같은 해외 공략은 차질을 빚게 됐다.

엔씨소프트 전경.
엔씨소프트 전경.

엔씨는 지난해 11월 엔씨웨스트홀딩스에 1천332억원을 추가 출자하며 서구권 게임 시장 진출에 의지를 드러낸 바 있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이를 다시 재수정해야 하는 상황과 직면했다. 엔씨 관계자는 E3 불참에 대해 우려감을 보이면서도 통화에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복병에 불확실성이 커진 곳은 또 있다. 펄어비스도 E3 기간, 주변 행사장에 신작 정보를 공개할 계획했지만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는 게임이다.

2년이라는 빠른 기간에 글로벌 론칭을 진행하면서 전세계 메이저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게임의 위상을 높였다. 2018년과 2019년 미국 LA에서 열린 'E3' 현장에 모두 참석했다. 이 같은 글로벌 서비스에 힘입어 펄어비스는 지난해 연간 최대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른바 '코로나 대피령'에서 펄어비스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행사가 취소되면서 펄어비스가 현재 개발 중인 신작 '도깨비'와 '붉은사막'의 새 정보를 공개할 수 없게 됐다.

펄어비스 CI.
펄어비스 CI.

펄어비스는 E3에서 현지 팬을 대상으로 한 신작 발표회를 열어 오고 있다. 하지만 행사가 취소되면서 펄어비스의 자랑이었던 '해외 이용자와 소통'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통화에서 향후 계획과 관련 "결정된 게 아직까진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미 취소된 해외 게임행사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게임사도 있다.

대만 최대 게임쇼인 '2020 타이페이 게임쇼(TGS)'도 오는 6월로 일정을 연기한 상태다. 타이페이 게임쇼는 지난달 6~9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최대 부스 참가사인 감마니아 등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결국 일정 변경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화권 공략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타이페이 게임쇼 참가를 확정하고 여기에 올인했던 게임사들은 신작 홍보 및 중화권 트렌드 파악을 통한 현지 공략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해외 출시준비의 경우 차질없이 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현재 해외출장 자체가 완전히 금지된 상황"이라며, "화상 회의 및 컨퍼런스 콜 등 비대면 회의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개최가 예정된 다른 국제 게임행사들도 일정 변동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개최까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개최를 앞두고 있는 국제 게임행사로는 일정을 미룬 타이페이 게임쇼(6월 25~28일)를 포함해 ▲중국의 차이나조이(7월 31일~8월 3일) ▲독일의 게임스컴(8월 25~29일) ▲일본의 도쿄게임쇼(9월 24~27일) 등이 있다.

해외 행사 뿐 아니라 국내 행사도 큰 차질을 빚고 있긴 마찬가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넥슨의 연례 개발자 행사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20'은 잠정 연기됐다.

넥슨은 지난 5일 NDC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바 NDC 사무국에서는 참관객분들의 안전을 우선하고자 많은 논의 끝에 2020년 NDC를 잠정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자 6월로 예정된 NDC를 잠정 연기했다. 매년 4월에 행사를 개최했는데, 2달 뒤로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때문에 또 연기한 셈이다.

'NDC' 는 지난 2007년 시작돼 올해 14회째를 맞는 게임업계 최대 지식공유 콘퍼런스로 매년 다양한 업계 트렌드, 포스트모템, 기술 노하우가 다뤄진다.

지난해 열린 2019년 NDC에서는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가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으며, '엔씨소프트', '캡콤', '슈퍼셀' 등 국내외 글로벌 게임기업 및 유관 산업 종사자들이 다양한 주제로 105개의 강연을 선보여 약 2만 여 명이 누적 참관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넥슨 관계자는 "올해 NDC를 취소하는 것은 아니"라며 "코로나 상태를 지켜보면서 행사 일정을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 일정 역시 여름으로 연기됐다. GDC 사무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게임 개발 산업 및 커뮤니티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GDC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여름에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업계, '북미' 시장 정조준...美 정부, 한국인 입국금지 안 할 듯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공포로 게임 산업계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지만, 악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게임업계는 코로나 정국 속에서 북미 시장을 최근 정조준하고 있다.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게임업계가 사업적 잠재 가능성이 큰 북미 시장을 '대안책'으로 손꼽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인 여행객에 대해 입국금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게임업계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가 다른 해외 지역보다는 수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앞서 마블과 협업한 두번째 라인업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북미 게임쇼 '팍스 이스트 2020' 현장에서 공개했고, 엔씨소프트의 경우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콘솔·PC 플랫폼 신작 '퓨저'(FUSER)를 공개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콘솔 게임의 위상은 여전하다. 미국은 세계 2위 게임시장으로 알려졌다. 국내 게임기업들은 중국과 일본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 둔화에 직면한 까닭에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외자판호 발급도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어서 중국 대신 미국 껴안기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너도나도 재택근무 연장,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에 직면한 게임업체들은 이미 들어간 재택근무를 연장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임직원 감염 예방을 위해 재택 근무를 시행하거나 또 이를 연장할 계획인데, 부득이하게 재택 근무를 결정하지 못한 게임사들은 순환 또는 조건부 재택 근무 등을 시행 중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라인게임즈, 선데이토즈,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은 오는 13일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1주일 동안 전사 재택 근무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컴투스, 게임빌 등은 11일까지 3일간 추가로 재택 근무를 연장한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지난 달 27일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넷마블 컴퍼니 전체 대상으로 오는 13일까지 재택근무를 추가 연장키로 결정했다"며 "향후 대응 또한 코로나19 TFT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도 "지금은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 방지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순환 근무(50% 출근, 50% 재택근무)는 다음 주까지"라고 했다. 기자실 재개 일정과 관련해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게임공간 이미지. (출처=홈페이지)
스마일게이트 게임공간 이미지. (출처=홈페이지)

스마일게이트도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다. 오는 16일까지다. 연기된 재택 근무를 위해 개인 노트북을 지급했으며 사외 접속 환경(VPN)을 구축한 상태다.

부득이하게 출근하는 근무자들을 위해선 근무 간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지급 중이다. 사옥 로비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사옥 전체에 대한 방역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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