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업실적에 매몰돼 경계에 실패한 은행
[기자수첩] 영업실적에 매몰돼 경계에 실패한 은행
  • 김사선 기자
  • 승인 2020.02.1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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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사선 기자]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중징계 조치를 두고 금융당국과 우리금융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DLF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조하다가 사태를 키웠지만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은행에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또 현행 지배구조법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금융회사의 제재만을 규정하고 있고, 사실상 내부통제 위반과 운영 실패에 대한 제재 근거는 없음에도 중징계한 조치에 대해 관치금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여론의 분위기를 틈타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태승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린데다 행정소송이라는 법적 대응을 시사하면서 금감원의 반격이 시작됐다.

우리은행 직원들의 고객 휴면계좌 비밀번호 도용 사건이 1년이 지난 뒤에야 갑작스럽게 불거진데 이어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기로 했다. 또 DLF 제제심의위원회의 결정과정 분위기도 자세하게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손 회장 퇴진을 압박하려고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동의 없이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 2만3000여 개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바꾼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장기간 거래가 없는 고객의 온라인 비밀번호가 바뀌면 새로운 거래실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악용해 비활성 계좌의 비밀번호를 임의로 바꿔 활성화 시킨 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한 것처럼 실적을 올렸다.

고객 정보가 유출되거나 금전적 피해를 본 사례는 없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입장이지만 고객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도용해 실적 쌓기에 악용한 도 넘은 영업행태는 은행 측의 관리감독 소홀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은행은 지난해 고위험 금융상품인 파생결합증권(DLF)을 출시하고 판매할 때 이를 규율할 내부통제 기준과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리은행은 DLF 상품 출시를 반대하자 상품 출시 담당 부서장이 상품선정위원회 위원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고객이 투자적합 등급으로 나올 때까지 투자성향 분석을 다시 실시하는 등의 편법이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 상품 출시 의견란에 ‘△’ 표시를 하자, 출시 담당 부서장이 ‘○’ 표시로 바꿔서 통과시킨 일도 벌어졌다.

우리금융이 손태승 회장 연임에 이어 우리은행장 선임 행보를 이어가면서 우리금융과 금감원의 갈등 수위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먼저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건을 최대한 빨리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내부 통제 미비 등을 이유로 또 한 번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라임 사태'에 관련 판매사 중 하나인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문제가 된 펀드를 3259억원어치 판매한 최대 판매사 가운데 하나다.

우리은행이 금감원의 종합검사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 3곳, 지주사 3곳에 대해 종합검사를 할 예정이다, 신한·KB금융은 작년에 검사를 받아 이번에는 우리금융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의 우리금융 압박이 다각도로 진행되면서 우리금융의 대처에도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전쟁에 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맥아더 장군의 말이 떠오른다. 다름 아닌 우리금융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영업실적에 사활을 건 은행 임직원들이 부정적인 외부 요인과 가변적인 지표, 고객들의 피해 가능성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나선 결과 은행을 믿고 투자한 선량한 고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영업실적에 매몰돼 고객의 대규모 손실을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영업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CEO의 잘못이다. 경영진의 책임은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철저한 의지를 가지고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하고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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