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정 소송도 불사하는 기업들
[기자수첩] 행정 소송도 불사하는 기업들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9.12.04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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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이번 처분은 이 업계 특성을 잘 모르고 내린 처분이 아닌가 합니다” 최근 한 기업 관계자가 당국의 처분을 놓고 한 말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기업에 내는 처분을 두고 해당 기업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한샘의 행정소송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샘이 대리점에 판촉비를 일방적으로 떠넘겼다는 이유로 11억원대 과징금 제재를 낸 바 있는데, 이와 관련 한샘은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를 대상으로 과징금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한샘은 부당이익도 본 적이 없으며 공정위의 판단과는 다르게 사전 동의를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까운 사례는 제약업계의 발사르탄 구상금 소송이다. 지난 10월 보건당국이 고혈압 약의 원료성분인 발사르탄에서 발암추정물질 N-니트로소다이메틸아민(NDMA)가 검출돼 판매중지 처분을 냈다.

이후, 당국에서는 발사르탄 원료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약제를 교체하며 재처방을 내줬다.

그런데 제약사와 별도의 소통 없이 재처방에 소요된 진찰료, 조제료 등을 시중에 발사르탄 원료의 치료제를 유통했던 제약사 69곳에 청구했다.

이를 부당하다고 여긴 제약사는 당초 정부방침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점에 고민의 시간을 가졌으나, 제약사 36개사가 뜻을 모으면서 건강보험공단을 대상으로 소송을 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지난달 20일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롯데마트 과징금 처분이 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에 과징금 411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롯데마트의 법위반사항으로 판단한 주요사안은 마트 측이 입점 돈육업체에 서면 약정 없이 판매촉진비용을 전가했다는 점, 또 본업 이외의 업무로 발생한 인건비를 돈육업체에 부담시킨 점, 세절비용 부지급 등 금액 불이익을 줬다는 점 등이다.

앞서 언급된 한샘, 제약사 36곳, 롯데마트 등이 당국의 처분에 반발하는 것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라는 점이다.

한샘 측은 판촉비에 대해 명시적 서명을 받지 못했으나, 사전에 카카오톡 대화를 주고받거나 회의를 열어 충분한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아직 구체적인 행정소송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한샘과 유사한 사안도 있어, 한샘의 행정소송 진행이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제약업계는 할 말이 더 많아 뵌다. 당초 정부의 허가를 받았던 의약품인데 시중에서 판매기간을 갖고 있다가 불현 듯 발암물질이 발견됐다며 판매를 중단하고, 또 이로 인해 발생한 금액을 제약사의 책임여부도 제대로 판가름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1997년도부터 2000년까지 평균 1만7천 건의 접수건수를 기록했던 행정소송은 2001년부터 2만 건대로 올라섰으며 2008년부터는 연평균 3만 건을 넘어서고 있다.

행정적 처분이라도 일반기업들이 과거처럼 잠자코 받아들이지만은 않는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행정소송을 굴하지 않는 기업이 늘어나는 현시대에서, 당국은 처분을 내릴 때 고민해야할 점들이 많아져 뵌다. 행정소송을 내는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이익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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