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군분투' 중인 넷마블-펄어비스, 지스타 살렸지만 주인공은 '중국'
[기자수첩] '고군분투' 중인 넷마블-펄어비스, 지스타 살렸지만 주인공은 '중국'
  • 최봉석 기자
  • 승인 2019.11.15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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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넥슨·NC 등 한국 게임사 불참 속 중국업체들 총출동
한국 게임 中진출 막혔지만 中업체들은 신작 들고 대거 참가하며 초토화
한국게임사들 존재감 확 줄었다, 넷마블·펄어비스가 유일하게 신작 발표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지난 14일 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 '지스타(G-Star) 2019'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화려하게 개막하며 이틀째 '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최된 박람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게임사들의 존재감은 과거와 달리 대폭 줄어 들었다.

이와 반대로 이번 지스타에서는 최근 국내 게임 차트 상위권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중국 게임들의 위상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며 '중국을 위한 지스타'라는 냉소와 조롱이 업계 일각에서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게임업계가 3년째 중국 수출길이 막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반비례하듯 중국 게임사들은 대규모 자본 공세로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으며 그 일련의 모습은 올해 지스타에서 여과없이 드러났기 때문.

실제로 지스타 현장에서는 이번 대회 메인 스폰서인 '슈퍼셀'은 물론이고 중견기업인 XD글로벌과 미호요, IGG 등 중국계 게임사들이 총출동해 중국 게임 산업의 '달라진 영향력'을 전방위적으로 과시 중이다. '슈퍼셀'은 중국 텐센트가 지분 84%를 보유한 회사인데 텐센트는 국내 게임업체 빅3, '3N' 중 유일하게 참가한 넷마블에도 11.56% 지분을 갖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서 넷마블과 펄어비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 게임사들이 행사장의 60~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행사가 성공적'이라는 주죄 측의 교과서적인 평가와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유저들의 평가는 그렇기 때문에 다소 온도차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게임사들의 개발 수준은 기존의 '짜깁기 수준'을 이미 뛰어 넘어,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의 '그 것'과 흡사하거나 아예 이를 뛰어 넘고 있는 까닭에 14년간 개근하면서 지스타 흥행을 주도하던 넥슨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제기된 이른바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냉혹한 분석마저 현장을 엄습하고 있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로 15회째 맞는 지스타가 전날 부산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올해 참여 기업 수는 36국 691사, 전시 부스는 총 3071개로 이래저래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초라함과 불안감 그 자체. 미래 게임시장을 뜨겁게 달굴 한국 게임 업체들의 '신작'들이 대거 출격해야 하는 잔치임에도 불구하고 '신작' 참여율은 초라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 넷마블과 펄어비스가 신작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넥슨과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등 한국 게임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주요 기업들은 '신작 발표'에 철저히  눈을 감았다.

반대로 이들이 외면한 공간 속으로 유튜브·아프리카TV·LG유플러스 등 비(非)게임 업체가 들어가며 '보는 게임'으로 지스타를 180도 탈바꿈 시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물론 빅3 게임 기업 중 한 곳인 넷마블은 올해 지스타를 당당히 빛내고 있다. 신작 실패에 노사 갈등 문제까지 겪고 있는 넥슨과 국내 대표 게임사로 불리는 엔씨가 다른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동안 넷마블은 게임 업체의 본연 행보를 유지하며 '다수의 신작' 출시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그리고 지스타를 신호탄으로 '1위 게임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넷마블과 함께 신작을 공개한 펄어비스도 이번 박람회를 축제로 이끄는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스타에 따르면 넷마블은 100부스 규모의 전시장에 250대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준비해 게임 팬들에게 'A3: 스틸얼라이브' '제2의 나라' '매직: 미나 스트라이크'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신작 4종의 체험 기회를 마련했다.

이에 질세라 펄어비스 역시 200부스 규모로 단일 업체 중 가장 큰 전시장을 차리고 한국 게임의 저변을 넓히는 주체적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펄어비스는 올해 지스타에서 '붉은사막' '플랜8' '도깨비' '섀도우 아레나' 등 4가지 신작을 선보였는데 이미 뛰어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극찬 세례 속에서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 게임의 국내 침투가 점점 가속화되고 유저들의 지원사격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넷마블과 펄어비스 등 국내 주력 게임업체들의 고군분투만으로 중국의 '생태계 파괴' 움직임이 차단될 수는 없다는 회의적 관측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15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 지스타 2019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사의 대표작인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 '미르의 전설'을 베낀 중국 게임의 실태와 관련해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과 관련한 모바일 게임이 7000개 이상이고 사설 서버는 수만 대가 있다"라며 "10~20개 게임을 단속하는 것으론 효과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위메이드는 중국 샨다게임즈 등과 지식재산권을 놓고 다수의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내 한국 게임의 영업 허가, 이른바 판호(版號)가 2년 넘게 막히면서 위기론은 지스타에서도 수면 위로 이틀째 떠오르고 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측이 지스타에 참가한 일부 게임 업체 측에 "내년에는 중국 판호 발급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게임업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중국에서 청소년 대상 심야 게임 규제인 '셧다운' 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일부 국내 업체엔 악재로 꼽힌다. 장현국 대표는 "지금이 어찌 보면 최악의 상황"이라며 "더 나빠질 건 없다"고 말했다.

올해 지스타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가까스로 진행되고 있지만, 내년에는 이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이슈 속에서 화려하게 빛날 수 있을까. 게임산업의 생태계가 어떻게 탈바꿈할지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의 시선은 안타깝게도 벌써 2020년 지스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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