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장세 꺾인 국내 게임업체, '불황 터널' 벗어날 수 있을까?
[기자수첩] 성장세 꺾인 국내 게임업체, '불황 터널' 벗어날 수 있을까?
  • 최봉석 기자
  • 승인 2019.11.0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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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최근 한국 게임시장에서는 놀라운 이변이 일어났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것이다.

넷마블 측이 부랴부랴 손사래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산업의 독보적 위치에 올라서 있는 게임산업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말이 관련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실제로 20%를 뛰어넘는 기록으로 승승장구 하던 게임업계의 성장률은 불과 2년 만에 2~4%대로 추락하며 밑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라고 한탄했다.

중국 수출이 불가능해 경쟁력이 추락한 작금의 위기상황 속에서 중국 등 해외에서 제작된 저렴하고 쉽고 재미있는 게임들은 국내 시장을 완벽하게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는 반대로 접근할 경우, 혹자의 표현대로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은 그야말로 씨가 마른 상황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은 2년 9개월 넘게 국산 게임에 판호(版號·게임 영업 허가증) 발급을 중단하며 갑질의 최대치를 선보이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웅진코웨이에 눈을 돌리는 '승부수'를 던진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 여전히 게임업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주력사업인 게임산업이 서서히 그리고 향후 빛을 발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내 게임 산업이 위기를 맞은 원인들은 여러 각도에서 여러 접근법으로 나오고 있다.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또 다른 즐길 거리가 생겨나면서 게임을 외면하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유보다는 폭넓게 탐구하는 이른바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 게임시장이 작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게임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너도 나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까닭이다.

지난 5월 한국 게임 및 앱 개발사들을 상대로 한 다소 의미있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구글플레이는 게임 개발사 등 300곳의 현황 및 글로벌 성장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당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앱·게임 개발사 10개사 가운데 7개사(73.3%)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이 있는 개발사 가운데 51.8%는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내고 있었다. 북미라고 답한 개발사는 33.9%, 유럽은 4.5%로 나타났다. 글로벌 모바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게임 시장의 안착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도전이 위기의 '돌파구'라는 설문조사인 셈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외산게임에 밀려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게임 시장의 해외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유명 게임사들에 종사하는 관계자들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의 게임 업계에 대해선 "포화 상태"라고 인정하고 있다. 이들이 결국 국내에 일정부분 공을 들이면서도 여전히 미개척지인 90%의 해외 시장을 향해 '진지하게' 그들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으로 해외 시장에 주사위를 던진 지 4년 만에 180도 달라진 '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펄어비스 회사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던 해외 유력 게임사들은 과거와 사뭇 다른 개념으로 펄어비스의 향후 행보를 바라보고 있다.

펄어비스는 앞서 일본 모바일 게임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난 3월 일본에 선보인 '검은 사막 모바일'의 경우 매출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만에서는 출시 이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펄어비스의 경쟁력 가운데 한 가지가 자체 게임 엔진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서비스 유통 능력을 기본 분모로 올 4분기 글로벌 지역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글로벌 버전은 원 빌드(One-build)로, 영어를 포함해 총 9개 언어를 지원한다. 북미, 유럽 등 150여 개국에도 올해 안에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해 8월 통합법인으로 출발한 라인게임즈도 '하반기 신작'들에 대해선 글로벌 시장에 동시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인게임즈가 설립 이후 처음 유저들에게 선보였던 모바일게임 '퍼스트 서머너'는 현재 대만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퍼스트 서머너는 지난 7월 18일 '글로벌 원빌드' 전략에 따라 한국 등 142개국에 출시됐으며, 대만과 일본에서는 8월 28일 출시됐다.

라인게임즈가 대만을 관통한 까닭은 라인 메신저 때문으로 읽힌다. 대만은 '라인(LINE)' 메신저 시장점유율이 84%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서 시작된 긍정적 매출 분위기에 힘입어 그동안 조용했던 글로벌 시장에서 '라인게임즈'의 위치와 위상이 사뭇 달라지길 기업 안팎에선 내심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라인게임즈가 최근 내놓은 신작 '엑소스 히어로즈'도 글로벌까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국내에 한정된 테스트에 해외 유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 게임 플랫폼이 대부분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콘솔시장으로 아예 눈을 돌리는 게임사도 있다. 콘솔게임(console game)은 TV에 연결해서 즐기는 비디오 게임이다. PC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된 국내 게임 기업들과 달리 북미, 유럽 등은 글로벌 콘솔시장에서 보자면 '거대한 먹잇감'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콘솔게임이 한국보다 북미와 유럽 및 일본 등의 게임시장에서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로 널리 알려진 크래프톤은 최근 역할수행게임(RPG) '미스트오버'를 플레이스테이션4와 닌텐도 등에 출시했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 눈독을 돌리는 크래프톤은 닌텐도의 콘솔 '스위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등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공략하면서 해외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을 관통해 성공한 회사도 있다. 넷마블은 지난 5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주최한 '제13회 EY 최우수 기업가상'에서 방준혁 의장이 최고 영예의 마스터상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글로벌 게임시장을 개척, 모바일 게임의 '한류 시대'를 연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게임업계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의 진출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중국, 초유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 잇따른 안팎의 악재 속에서 게임업계의 대축제인 '지스타 2019'는 그렇게 한 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설상가상이라는 표현이 게임업계를 연일 관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게임사들은 지스타의 공식 슬로건인 '새로운 세상의 경험'을 위한 어떤 작품들을 내놓을까.

넥슨과 엔씨소프트 불참, 지스타 흥행에 대한 의문부호, 국내 게임시장의 불안정함, 중국의 '갑질' 등 이래저래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현 상황에도 게임사들은 꿋꿋하게 1년 간 '해방구'를 찾아 달려왔다. 결과물은 일주일 후에 선을 보인다. 1년간 피와 땀을 흘렸던 국내 게임사들이 다가온 지스타에서 '수출 다각화'를 위해 어떤 주사위를 던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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