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플레이그린, 친환경을 강요하지는 마세요
[기자수첩] 플레이그린, 친환경을 강요하지는 마세요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9.10.11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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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빨대는 받지 않아야 겠다' 생각해보셨나요?" 

이 멘트는 지난 주말 이니스프리에서 주최한 '플레이그린 페스티벌' 프로그램인 제로토크 발언자로 나선 더 피커(THE PICKER)의 송경호 대표가 한 말이다. 

이니스프리가 개최한 이 페스티벌은 I LIKE ZERO(나는 쓰레기가 0인 것이 좋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렸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0에 가깝게 줄이는 활동)'를 통해 친환경의 이점을 널리 알리겠다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배치된 행사다. 

이날 더 피커 송대표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프리사이클링 플랫폼 대표다 보니 무대에 올라 다양한 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 사례를 설명했다. 친환경 생활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고 좋으니까 하시라, 생각해보셨냐 그러니까 해야한다 등등 좋은 취지의 이야기가 수십분 동안 이어졌다.

축제 내 이어지는 공연의 막간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토크를 기대했으나 실상은 '원치 않은 강연'의 꼴이 됐다. 송대표는 이날 페스티벌에 온 사람들이 당연히 친환경에 관심이 많고 행동까지 옮기고 싶어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 같았다. 

참여자들은 이니스프리가 제공하는 도시락키트를 2만 원에 얻으면서 축제에 참여하는 기분으로 모이는 비중이 더 많아 보였는데 말이다. 

필자 옆자리에 앉은 한 참여자는 "공연만 보여주지 왜 저런사람들이 중간에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취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이니스프리의 플레이그린 축제는 송 대표의 토크콘서트형 강연 뿐 아니라 중간중간 친환경 퀴즈를 냈는데 이 역시 콘텐츠와 같이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자사의 친환경캠페인을 주제로 하며 '가르치기 식' 형태를 보였다.

이뿐 아니라 곳곳에 마련된 체험형 부스는 줄이 너무 길어 대기시간이 길고, 부스도 일찍이 마감되는 곳도 있다. SNS에 행사사진을 업로드 하면 이니스프리 제품을 증정하는 코너도 있었는데, 이쯤되면 친환경 행사가 아닌 이니스프리 홍보형 행사에 동원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친환경을 모토로 열린 행사라면 일반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발적' 참여를 불러일으킬수 있는 철학적 고민이 담긴 콘텐츠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은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지만, 누군가가 가르친다고 해서 주입되는 주제가 아니다. 소비자나 참여자가 스스로 의식하고 깨우쳐야 행동이 되고 생활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6년이나 진행했다면 조금더 행사의 취지와 전달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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