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환경이라더니, 종이도 없애는 마트
[기자수첩] 친환경이라더니, 종이도 없애는 마트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9.09.04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지난주 환경부와 국내 주요 대형마트 4곳은 새로운 협약을 맺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형마트에 종이상자 없어요, 불필요한 폐기물 줄인다’라는 제목이다.

이번 마트종이박스 줄이기는 제주도 성공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개념이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대형마트 4곳과 중형마트(지역) 6곳과 제휴해 종이상자, 플라스틱 포장테이프 등을 모두 치웠다. 필요한 경우에는 종량제 봉투나 종이상자를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장바구니 대여로 운영했다. 이를 통해 제주도에서는 종이상자를 쓰지 않고 있고 장바구니 사용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자율 포장대 포장용 테이프나 끈 등의 플라스틱 폐기물량을 감소 할 수 있었다고 본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3개사 기준 연 685톤의 플라스틱 분량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것.

얼핏 보면 이번 사례는 친환경 사례를 시도해보고, 좋은 일이니까 널리 모두가 적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비춰지는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통계, 시행과정 등에서 모두 ‘보여 주기식 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선 박스에 둘러지는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한 대략적인 측정이 불분명하다. 앞서 환경부는 마트에서 연 685톤의 플라스틱 분량이 나왔다고 제시했지만 박스포장을 거쳐 소비자 집으로 가져가는 플라스틱 끈의 분량을 잴 수 있는가? 테이프는 또 어떠한가.

박스는 소비자의 집으로 가져가더라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소비자마다 다르겠지만, 일부는 테이프나 플라스틱 끈도 재활용분류를 하거나 집에서 재사용까지 하는 경우도 나온다. 이러한 환경에 대략적이라도 유해도를 점검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처럼 생활과 밀접한 마트에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용자에 대한 의견취합이나 배려는 빠뜨린 모양이다.

소도시면서 라이프스타일도 다른 일부 지역의 사례를 중간 단계 없이 전국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나머지 사용 인구에 대한 ‘무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국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혁기를 겪고 있다. 세대별, 직업별, 거주환경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나고 새로운 시도와 실패도 잇따르는 이른바 ‘과도기’인 모양새다.

그리고 마트, 백화점 등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사기보다 바쁜 생활로 주문해서 받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제주도서 성공적인 장바구니 이용사례를 이끌어 냈던 제주도는 섬이면서 인구는 67만 명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거주자는 2천만 명에 육박한다. 아니 초과한다. 주민등록인구현황을 보면 서울과 경기 인구는 각각 977만 명, 1308만 명이다.

경남, 충남, 전남, 전북 등 도 단위 지역도 최소 100만 명 대부터 300만 명대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 뿐 아니라 제주 지역 외 전국의 마트 이용자들은 돌연 잘 이용하던 제도를 ‘친환경’이므로 ‘좋은 뜻’이니까 적응기간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기로 했으니까 받아들이라는 식의 일처리는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 아닌가.

이같은 환경부와 마트의 규제 도입은 이렇게도 들리는 것 같다. “이롭고 친환경이니까,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어요. 불편은 소비자가 알아서 감당하세요. 아, 그리고 필요하면 우리의 친환경‘ 장바구니는 구매하시거나, 대여하시면 됩니다. 친환경이니까 괜찮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