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태원 '딥체인지' 올인하는 이유
[기자수첩] 최태원 '딥체인지' 올인하는 이유
  • 최봉석 기자
  • 승인 2019.08.19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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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이른바 '딥 체인지' 방안을 찾기 위해 올인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가 외치는 '딥 체인지'는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뜻한다. SK그룹을 뿌리부터 바꾼다는 의미다. 자칫 기업의 가치와 모토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일 수도 있다.

앞서 '사회적 경제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최태원 회장이 누가 뭐래도 다른 CEO들보다 젊고 깨어있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걸 모를 일이 없다.

그런데도 작금의 위기 시기에 SK 구성원들이 그룹을 지속적으로 도약시키고 한국 경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비즈니스 관점을 크게 넓혀야 한다며 그가 '딥 체인지'를 주창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최태원 회장은 분식회계와 횡령 등 혐의로 2차례 수감생활을 했다. 또 계열사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돼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판을 키우기 전에 오히려 판을 스스로 닫아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던 당사자라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편하게 바라보는 외부시각적으로 보자면 '확 달라진' 그러니까 '쇼'처럼 보여지는 최태원 회장의 뜬금없는 행보를 두고 그동안 여러 관측과 해석이 난무했다.

하지만 일련의 그림을 보면 혹자의 표현대로 착한 기업 코스프레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는 진심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비즈니스 방법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고 딥 체인지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간 SK가 고민해온 변화의 노력들이 작금의 위기 경제 속에서 SK가 아젠다를 선점할 수 있다는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일본의 수출규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까닭에 '미래 해법 찾기' 과정에서 SK가 선점하기 위한 특유의 직진 행보일 가능성이 높다. 외견상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이라지만, 그 속내는 다른데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SK그룹이 주최하는 '2019 이천포럼'이 19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개막식을 갖고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이천포럼은 SK 구성원들이 세계적 석학, 전문가들과 함께 경제와 사회, 지정학 이슈, 기술 혁신 등을 토론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 실현 방안과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연례 심포지엄이다.

SK그룹은 3회인 올해 포럼에서 '딥 체인지(Deep Change)' 가속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ES, DT, AI 등은 재무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실천 도구들로 이를 활용해 고객의 가치를 파악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방안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부터 사실 '독한 혁신'에 총력전을 펼쳐온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철학은 DBL(Double Bottom Line)이다. 그리고 2016년부터 이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DBL은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전략인데, 좀 쉽게 설명하면 '착하게 돈 벌자'는 의미다.

즉 과거의 대기업들이 자행했던 '비리와 불법' 등 나쁘게 돈 버는 시대는, 일단 문재인 정부에선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 환경, 고용, 동반성장, 지배구조 등 이제는 '과거와 사뭇 다른' 시대로 바뀌고 있다. 그런가하면 최태원은 한발 더 나아가 '5년 임기의' 정부와 여야의 충돌적 정치권이 국민과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분모, 즉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낸내는 능력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안타까운 한계를 파악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각의 색깔론에 의한 '반기업적 인물'이 아니라 '친기업적 인물'이라는 사실과 그 진실을 믿지만, 여전히 기업 입장에서 보면 법과 제도는 여전히 규제라는 단어 속에서 움직이고, 이러한 규제 속에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최태원 회장은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 것일까.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이번 포럼은 SK 구성원들이 글로벌 기술혁신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딥 체인지의 구체적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해법을 찾기가 사실 어렵다는 것을 파악한 듯 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달 18일 개최된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DBL 경영을 추진하면서 임직원의 냉소주의 때문에 힘들었다"라며 "서든 데스(sudden death)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왜 변해야 하는 지 협박하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중은 늘 SK 최태원을 향해 묻는다. "착하게 돈벌기 실험은 과연 성공할까?" 최 회장이 딥체인지 가속화 방안을 찾기 위해 칼을 꺼내 들었다. 앞으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사업에서 돈을 더 잘 벌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2019 이천포럼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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