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 그리고 모노폴리 게임
[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 그리고 모노폴리 게임
  • 최봉석 기자
  • 승인 2019.08.1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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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우선 각 플레이어가 사용할 말을 정한 뒤, 각자 두개의 주사위를 던져 가장 높은 합을 가진 순서대로 시작하게 된다. 2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온 눈의 합만큼을 이동한다. 만약 두 눈의 값이 같다면 칸에서 행동을 마치고 이어서 바로 한번 더 주사위를 던져 이동한다. 단, 연속으로 세번 더블이 나온다면 감옥으로 직행한다.

가장 기본적인 칸은 '도시'다. 이곳에 멈추게 되면 그 칸에 쓰여진 만큼의 돈을 주고 증서를 구입할 수 있다. 상대 플레이어가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자신이 지어놓은 건물에 상응하는 임대료를 받는다. 나중에는 도시에 건물을 지을 수도 있고, 호텔도 건설할 수 있다.

일정 금액(디폴트는 1000K)을 달성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며 누군가 1명이 파산했을 시에도 게임이 끝나게 된다.

대공황시절인 1935년에 처음 출시 돼 세계 111여개국에서 2억 7500만 개 이상 팔린 보드게임의 대명사 '모노폴리' 게임의 룰이다.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브루마블'의 원조격이다.

아이들에게 '부동산 돈벌이' 알려주는 이 게임은 "부동산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여전히 심어주고 있는 까닭에 지난 7월 10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이 주사위 보드게임 '모노폴리'에는 AI 음성인식 스피커가 추가되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 부동산 보드게임의 하이라이트는 가상의 지폐를 빼앗아 상대의 잔고가 '털리는' 것을 직접 보는 짜릿한 맛이다. 과거 대공황 시절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시간만큼은 '로또를 맞은 기분'을 승자는 느낄 수 있다.

즉 모노폴리에 빠져드는 순간만큼은 내 영역의 모든 부를 접수하겠다는 야심을 이룰 수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누군가는 집으로, 땅 문서로, 건물로 '자본주의 승리의 전형'을 맛보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강자에게 털털 털려 내 집 장만과는 거리가 먼 쓴 잔을 맛봐야 했다. 그렇게 지난 1930년대 등장한 이 게임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부동산'이란 무엇인지 정확하게 교육을 시키고 또 주입을 시키고 있다.

게임은 사실 '똑같은 위치'에서 평등하게 시작하지만, 현실에서는 철저히 갑과 을로 나뉜 대중이 '현실적인' 모노폴리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갑은 을보다 상상을 초월한 자본을 소유한 채 게임에 뛰어들고, 칸을 지날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을 주머니에 넣는다. 현실 속 갑은 2개의 주사위를 던지고 있고, 을은 1개의 주사위만 가까스로 던지고 있는 셈이다.

이 게임의 개발자인 미국의 게임 디자이너인 엘리자베스 메기는 사실 이 게임을 만든 직접적 이유는 단 1명만 생존하고 나머지 참가자는 모두 파산하는 잔인한 룰과 달리 '토지를 공공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반자본주의적(?) 이론을 설파하기 위해 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개발자의 숨은 속마음과 달리, '부동산을 많이 소유해야 타인을 제압하고 나는 생존한다'는 이론만 게임 유저들에게 인식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 70~80년년대 군사독재정권시절에도 그랬고, 그런 투기 과열 분위기 속에서 과거 국내 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주택 분야 성장이 이끈 것 또한 사실이고, 지금도 여전히 주택 소유를 위해 너도 나도 필사적인 혹은 위법적인 또는 탈법적인 총력전을 특정 집단과 특정 계층에서 전개하고 있다. 사람은 도망을 가더라도 집은 도망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부동산은 어떤 모습일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쏟아낸 다양한 부동산 정책들이 사실상 부작용만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12일 칼을 꺼내 들었다. 투기과열지구내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가운데 분양가, 청약경쟁률, 거래량이 높은 지역이 사정권에 들게 됐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11개월 만에 꺼내 든 '메머드급' 추가 규제 카드로, 현 정부가 분양가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까닭에 '누구나 주택과 건물로 로또 수준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모노폴리 게임은 이제 외견상 게임 속 역사로만 남게 된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결론을 내린 집값 상승의 이유는 보는 시각에 따라 이견을 달리 할 수 있지만 일단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데다가, 이렇게 책정된 어처구니 없는 높은 분양가가 다른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투자수요가 집중된 강남권 재건축 중심으로 나타나 다른 자치구의 주요단지도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다"라며 "최근 1년간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보다 약 3.7배 높았으며 이런 분양가 상승이 인근 기존주택의 가격상승을 이끌어 집값 상승을 촉발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렇다면 오늘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는 부동산 대출로 내집 마련의 꿈은 커녕, 전세로 살아야 하고, 또 전세가 안되면 월세로 살아야 하는 작금의 현실을 완벽하게 타개하고 극복할 수 있을까. 물론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과 집없는 서민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칭찬 일색이다. 수년 전 5억이던 30평대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몇 년만에 10억으로 오른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걱정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을 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저급자재'를 사용하거나 '부실공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주택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는 주택 가격이 오르는 근본적 원인을 다시 한번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집 없는 서민들 사이에서 한 목소리로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로또 아파트'를 막을 수 있을까.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정부 발표대로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률이 21.02%에 달하는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대책이 나온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라며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분양가상한제와는 거리가 멀어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분양가 결정권이 민간건설사에 의해 좌지우지 되면서 건설사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을 확인하지 못한 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비싼 값에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라며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거품을 제거하고,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을 바로잡는 필수적인 정책으로 투기과열지구에 한정해서 도입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의 지적이 굳이 아니더라도 그간 건설사들은 분양원가와 상관없이 주변 시세에 맞춰 토지비와 건축비를 대폭 '부풀리면서' 고분양가를 책정해왔고, 이는 주변 시세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낳아왔다.

문재인 정부가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해 어떤 카드를 또 꺼내들어 속도감을 낼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투기세력, 토건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거품 가득한' 부동산 정책을 잡기 위해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모노폴리 게임과는 일단 거리가 먼 정치적 혹은 경제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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