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日불매 운동...분노의 칼 끝은 정확한가
[기자수첩] 日불매 운동...분노의 칼 끝은 정확한가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9.07.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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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일본 불매운동이 뜨겁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자, 머지 않아 정부가 아닌 소비자 쪽에서 일본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위한 캠페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피켓을 들고 일본상점앞에서 1인시위도 행했다. 

일본계 기업을 추려내고, 일본에서 제조된 상품을 걸러냈다. 리스트를 공유하고 새로운 일본계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면 망설임없이 적시하고 질타한다. 또 일본 브랜드, 상품에 포함된 일본산 재료까지도 확인하며 한국에서 '일본산 내쫓기'에 열심이다. 

한 기업은 불매운동 동참을 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열기는 식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일로 소비자들 가운데 일본산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하는 이도있다. 식품, 생필품, 가전은 물론 문구, 의류, 생활브랜드까지 일본브랜드는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젊은층에서 레트로를 추구하는 바람이 불며 일본여행은 제주도 여행만큼 가깝고 흔한 일이 됐다. 

과거 도쿄나 오사카가 인기 여행지 였다면 최근에는 후쿠오카, 삿포로, 오키나와 등 지역색이 뚜렷한 새로운 지역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또 일본식 라이프스타일도 보편화되며 인기도 많이 오른 상태였다. 과거에 초밥이나 돈까스, 우동에 그쳤던 일본 식문화는 가정식, 라멘집, 일본식 선술집 등 다양한 메뉴로 번화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소비자들은 정치적인 대응 하나로 그들이 한창 즐기고 좋아했던 것 기꺼이 놓았다. 신념을 가지고 맞서는 소비자도 있겠고, 하지 않으면 매국노가 될것 같은 불안감에 욕먹기 싫어 그렇게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짚어볼 만한 것이 있다.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얻는 수입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포기한 것들이 그럴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하는 A씨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는 일본 불매운동을 위해, 일본 술을 들이지 않는다. 손님도 일본불매운동을 해야하니 일본식 술집에는 발길을 끊는다. 

A씨는 불매운동을 이어가지만, 몫 좋은 곳에 자리잡은 가게의 월세 걱정이 앞설 수 있다.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B씨는 한국산만 열심히 골라서 이용했다 그런데 B씨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마시는 요거트의 회사 지분의 30%는 일본기업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계 기업이 소유한 편의점 사장 C씨의 사정도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밖을 겨냥해 휘두르는 칼이 의도치 않게 안에서 생채기를 입는 경우가 나올수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기업하나의 지분구조도 복잡하고 제품하나에 중국, 한국, 미국, 일본 등 4개국가의 재료들이 섞여 들어갈수도 있다. 

현재 2019년의 한국은 기업구조며 상품의 형태도 복잡하고 다양하다. 국적도 출신도 다양한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니 원초적인 불매운동이 과연 충분한 보복대응이 되고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인가는 물음표다.

한가지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정부가 결정한 외교적 선택에 대한 책임을 어째서인지 한달 먹고 살기 바쁜 소비자, 정부에 세금 열심히 내고 성실히 하루를 보내는 이들의 몫이 되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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