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9.05.29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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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세포치료제가 자국에서 허가 취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사태다.

인보사케이주 사건에 대해 사태(事態)라고 붙일 수 있는 것은 지난 3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가 결국 부정적인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와 연골세포성장인자 1,2액으로 구성된 주사제다.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이후 골관절염을 앓는 환자들이 인보사를 투여했고, 일본과 미국의 진출계약도 이뤄지며 소위 잘나가는 제품이었다.

그런데 돌연 올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2액이 ‘신장유래세포’라며 3월 말에는 자진판매 중지 조치를 취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이달 초 임상재개 승인 전까지 임상을 중지하라는 공문도 냈다.

식약처는 뒤늦게 인보사 2액이 허가 당시와 어떻게 다른지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허가당시 제출한 자료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품목허가 취소와 형사고발도 진행하는 수순이 이어졌다.

코오롱생명과학 이번 사태에 대해 “3월 말일자로 자발적인 판매중지를 취했다”, “품목허가 당시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 “안전성에 큰 우려는 없고, 임상결과를 통해 통증개선 및 기능개선 효과가 있다”고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취소사유에서 회사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이 같은 실수는 다시 발생하지 말아야할 일이다. 이로 인해 200여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마당에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태도가 결코 달갑지는 않다.

그렇지만 과연 이번사건이 코오롱생명과학만의 문제인가는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번 인보사케이주를 자국 내 들이는 과정에서, 임상실험을 통해 2액이 허가와 다른 세포라는 것을 걸러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국내 사정은 이번 상황으로 신뢰도만 떨어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식약처가 이를 직접 밝혀낼 수 있었을지 의구심까지 든다. 관리당국의 소홀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피해자들이 “아직까지 해결된 것이 없다”고 말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에도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이후가 되서야 당국은 상황을 인지했다.

이번 인보사 사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만큼 극단적인 결과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관리당국이 허가 이전에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당국의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아직도 미흡해 뵌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판매가 시작된 미국의 전자담배 쥴(JUUL)에 대해서도 ‘선허가 후점검’의 사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달 24일 이미 판매가 시작돼 일부 매장에선 매진도 이뤄진 제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이제야 식약처에 성분분석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소를 여러 번 잃어버려본 당국이지만, 외양간을 고치질 않고 있다. 그래서 또 소를 잃고 어디서 본 것 같은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허술한 당국의 관리로 소를 잃어버리면 그 피해는 세금내고 하루하루 성실히 일상을 보내는 이들이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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