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암보험 사태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비롯됐다
[기자수첩] 암보험 사태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비롯됐다
  • 문혜원 기자
  • 승인 2019.04.19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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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 암에 걸려 입원 보험금을 청구했더니 미지급 결정이 났습니다. 우리는 그저 받아야할 보험금을 달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남은 생을 보험사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의 주최로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선방안’ 공청회는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불건전판매 관행 개선과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수수료 분쟁 조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날 ‘암 환우 모임’이 등장해 보험사들에게 항의를 하면서부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들의 강력한 요구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축사 진행을 급히 마무리하고 사연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한 여성은 마이크를 잡은 동시 그간의 억울했던 사연을 토로했다. 여성은 아가미낭암 환자라며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길을 걷고 있다고 운을 띄었다.

여성은 이혼, 가정에서의 불화로 시작돼 몸과 마음이 망가져 암환자가 됐다고 이야기를 털어놨다. 자녀를 위해 생계를 짊어져야 하는 가장이 되다보니 암환자여도 아프다는 이야기도 못했다며 울먹거렸다.

현재 이 여성은 삼성화재, 한화생명과 보험금 미지급 소송 중에 있다. 그녀는 “약관과 증권에 암 입원일당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왜 아직까지 지급에 이유를 드냐”면서 “도대체 누가 암 임웝보험금 지급 기준을 정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그녀의 사연을 듣고 있자니 절로 고객을 끄덕이게 한 만큼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여성의 사연에 함께 공감을 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청회 현장에서 방청객들 중 어떤 이는 피식 웃었으며, “뭐야 진짜”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공청회는 보험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관계기관 실무진, 소비자, 기자 등 대거 참여해 방청객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많은 사람들 중 이 여성의 사연에 귀 기울이는 이는 없어 보였다.

암보험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의 분노와 억울함도 그 시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암 환우 모임단체는 암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 입원했지만 애매모호한 약관 때문에 암보험 입원일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런 경우 ‘암의 직접적인 치료’라고 보기 힘들어 보험금의 일부만 지급하거나 아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보통 암보험 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 입원, 요양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암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합병증으로 인한 수술 후 입원하면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이 보험사들 주장이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은 법원 판례와 분쟁조정위원회 기준을 고려해 직접 치료 범위를 정했다. 그러나 직접 치료 항목에 항암 방사선 치료, 말기 암 환자 치료 등은 인정되는 반면, 합병증 치료나 면역력 강화치료 등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또 이번 새 기준이 기존 암보험 가입자들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고 있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지급 여부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분쟁은 여전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단체는 공청회까지 호소문을 통해 억울함을 울려봤지만 사실상 이들을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에 한 업계관계자는 “암보험 지급 사태는 현재 우리 사회의 공감부족 현상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며 “이는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오는 것인데 암보험 미지급 사태도 같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국 및 보험사 등 원론적인 자세만 취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 등을 참고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소비자를 위한 보호장치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도 공청회는 진행됐다.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보장성보험 사업비 부과 개선책과 모집수수료 개선방안을 참고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보험설계사의 수수료 분급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이견이 많은 것에 대한 충돌은 예상되고 있다. 이에 제도 개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을 시 보험설계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중간중간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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